KBS뉴스, 왜 국가보안법에 ‘침묵’하나

   
지난 5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는 뜻을 밝힌 이후 약 55년 동안 ‘반민주·반통일·반인권’ 악법으로 비판받아온 ‘국가보안법’ 존폐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기에 조선일보를 위시한 수구신문들도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한국사회가 혼란에 빠져들 것처럼 연일 주요지면을 동원해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론’을 펼치고 있어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국가보안법 방송보도, '무관심' '무소신'

이런 가운데 방송보도는 ‘무관심’하고 ‘무소신’의 태도를 보여 결과적으로 언론으로서의 의제설정 기능은 물론이고 공론장의 역할마저 포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KBS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 이후 각 방송사는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모두 14건(단신 2건 제외)을 보도했다. 이 중 SBS가 6건(단신 1건 제외)으로 가장 많았고, KBS와 MBC는 각 4건(MBC는 단신 1건 제외)이었다. 보도의 내용을 떠나 국가보안법이 우리사회의 주요 현안이 되고 있음에도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경우 사영방송인 SBS보다도 국가보안법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KBS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있던 5일과 다음날 6일 각각 2건의 보도를 한 이후 7일과 8일에는 아예 관련보도를 내보내지 않았다.

국보법 폐지는 이미 17대 국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주요한 개혁과제이자 관심사로 제기되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 대법원의 입장 표명으로 논란이 불거져 왔으며, 여기에 대통령의 폐지 발언으로 사회적 관심이 더욱 촉발되었다.

KBS 국가보안법 보도,‘침묵’에 가까워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한다면 국보법 폐지에 대한 방송사들의 보도량이 4일 동안 총 14건에 그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간 우리 언론은 ‘냄비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터지면 뉴스프로그램을 도배하다시피 보도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신문을 비롯한 다른 매체들이 국보법을 주요 의제로 연일 보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본다면 방송사들이 아예 언론으로서의 의제설정 기능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 중에서도 KBS는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침묵’에 가까운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었다.

KBS는 9일 이후 보도에서도 SBS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도량을 보였다. 9일부터 13일까지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SBS는 7건의 보도량을 보인 반면 KBS는 3건(단신 1건 제외)의 보도에 그친 것이다. ‘국가보안법 존폐’ 논란이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된 상황에서 KBS가 이 정도의 관심만 보인 것은 언론의 역할과 공영방송의 역할에 있어 우려할 만하다.

KBS는 보도량 뿐만 아니라 보도의 내용도 실망스러웠다. 방송이 모두 ‘논란’을 중심에 둔 보도태도를 보여 정작 인권침해 문제를 비롯한 국보법이 갖고 있는 문제나 국보법 폐지가 제기되게 된 그간의 논의 배경 등은 전혀 보도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시청자들이 국보법 폐지 논란을 ‘정치권의 정쟁’ 정도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는데 KBS가 크게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국가보안법에도 '기획탐사보도' 접목시켜주길

물론 KBS의 프로그램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결코 KBS의 국보법에 대한 관심이 뒤쳐진다고 할 수 없다. <한국사회를 말한다> 등의 프로그램은 ‘국보법 존폐’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국보법 문제를 다뤄왔고, 최근 KBS 2TV의 <시사투나잇>은 매일같이 국가보안법 관련 보도를 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다루는 내용에 있어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가보안법 관련 보도만으로 최근의 KBS 보도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도 하다. 8월 이후 KBS는 이른 바 ‘팀제 개편’을 통해 보도에 있어서도 예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KBS 메인뉴스 프로그램에서 ‘심층취재’와 ‘기획취재’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KBS 보도의 변화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이런 KBS의 변화와 긍정적인 모습이 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관련 보도가 더욱 아쉽다. 기획탐사보도를 ‘국가보안법’과 같은 현안에 대해서도 과감히 접목시켜주길 바란다.


(이 글은 2004년 9월 14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와 보도사이'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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