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또’ 의제에서 ‘실종’되나

이른바 ‘X파일’에 대한 방송보도가 도·감청 주체 문제로 흐르고 있다. 97년 대선 당시의 재벌과 언론, 정치권의 유착과 불법행위에 대한 보도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29일부터 8월3일까지 6일 동안의 방송3사 ‘X파일’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삼성의 불법대선자금 로비의혹과 권력기관 사이의 유착 등 ‘X파일의 내용’과 관련된 보도는 전체 102건의 보도 가운데 9건(8.8%)에 불과했다. MBC가 5건, KBS는 3건, SBS는 단 1건에 그쳤다.

이에 비해 불법도청 문제나 이에 연관된 검찰수사에 대한 보도는 22건(21.6%)으로 ‘X파일’의 내용과 관련된 보도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274개의 추가 도청테이프와 관련된 보도가 68건(66.7%)으로 나타나, 7월29일을 기점으로 방송보도의 초점이 삼성을 중심으로 한 ‘정-경-언-검 유착’에서 ‘도청테이프’ 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도내용도 도청테이프를 둘러싼 ‘공개논란’, ‘수사방법 논란’, ‘안기부 관계자 동정’ 등 검찰수사와 정치권 공방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KBS와 SBS는 불법도청에 대한 정·관계나 기업들의 ‘도청공포’ 확산을 다룸으로써 ‘X파일’을 ‘도청’의 문제로 의제화 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반해 ‘X파일’로 드러난 재벌과 언론, 정치권의 유착과 불법행위에 대한 내용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히 SBS는 7월 30일 <도청내용 수사하나?>에서 “도청된 테이프의 내용을 수사하려면 먼저 법률상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며 도청내용 수사에 소극적인 검찰의 태도를 법적·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합리화해주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SBS는 또한 삼성과 관련된 보도를 따로 하지 않았고 언론개혁국민행동의 8월2일 기자회견을 ‘단신’으로 다루면서 기자회견의 본래 뜻을 다르게 전달하기도 했다.

반면 MBC는 지난1일 보도에서 테이프로 드러난 불법행위들을 수사해야 하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거론해 대조를 보였다. <로비의혹 수사는>이란 꼭지에서 MBC는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축인 삼성의 로비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과연 수사를 하기는 하는 것인지 아무 소식이 없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지난 2일에는 <삼성 불법로비>란 꼭지에서 “불법도청된 테이프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단서를 갖고 있는 셈”이라고 보도하며 삼성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MBC는 이후에도 지난 5일 이상호 기자의 검찰 자진출두와 관련해 “보도 내용이 재벌과 정치권,언론 등 권력기관의 유착과 비리에 관한 것인 만큼 언론기관으로서 이를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보도했다.

KBS도 MBC에 비해 부족하긴 하지만 8월 2일 <삼성과 검찰>에서 “안기부 도청록 수사와 관련해서 삼성그룹 법무팀의 화려한 인맥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며 “삼성의 막강한 법조계 인맥이 도청록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이 ‘X파일’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는 보도가 ‘극소수’라는 점이다. 지금 국민들은 이른바 ‘X파일’을 통해 드러난 97년 대선 당시의 불법행위의 실체를 알고 싶어한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재벌과 언론, 정치권은 물론 검찰까지 개입된 ‘검은 유착’의 실체를 규명하고 제대로 청산해야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다. 추악한 커넥션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검찰의 ‘본질 흐리기’ ‘물타기’ 수사에서 눈을 돌려 사건의 핵심을 파헤치는 것이 지금 방송이 해야될 일이다.

(이 글은 2005년 8월 10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와 보도사이' 코너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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