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기발한 상상력과 센스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오늘 조선일보 '기자수첩'에 <'숭례문 교훈' 잊은 '대한문의 촛불>이란 글이 실렸다.
조선일보의 '문화부' 기자라는 허윤희가 썼다.

'문화부' 기자라서 그런가, 허윤희의 '문화재 사랑'은 참으로 눈물겹다.
허윤희는 "덕수궁 돌담길 바닥에는 10여개의 촛불이 종이컵 위에 놓인 채 방치돼 있었고, 대한문 처마 밑에도 7개의 촛불이 타고 있었다. 초를 바닥에 세워둔 채 잠이 든 사람도 있었다""사적 124호인 덕수궁 앞이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시민들을 질타했다. "화마에 휩싸인 숭례문을 보며 온 국민이 발을 굴렀던 것이 불과 15개월 전"임에도 시민들은 덕수궁이 화재 위협에 방치되도록 그냥 뒀다는 거다.

허윤희는 또 "덕수궁 담벼락에 추모사 쪽지들을 붙이는 것도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며 지난날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제작 당시 제작진이 덕수궁 담벼락에 종이를 붙여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일을 비교해 "사적지에 방송국이 종이를 붙이면 문화재 훼손이고, 일부 시민이 붙이는 것은 괜찮은 것인가"라고 통탄해 마지 않았다.

덕수궁 돌담길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촛불 행렬

허윤희와 조선일보의 문화재 사랑은 정말 감동을 자아낼 정도다.
나는 허윤희나 조선일보만큼 문화재를 사랑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덕수궁 대한문 앞을 가득 채우고, 덕수궁과 정동길을 줄지어 밝힌 촛불을 보며 단 한 순간도 '화재'의 가능성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국보 1호 숭례문에 몰래 기어들어가 신나를 들이붓고 일부러 화재를 일으킨 어느 할아버지처럼 덕수궁 앞의 그 어떤 시민도 몰래 대한문 안으로 들어가 불을 낼 거라고는 나의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프라하의 연인' 제작 당시 덕수궁 돌담길에 붙은 벽보. 전 세계 언어로 '사랑한다'를 썼다 한다.

방송사에서 애초 '포스트잇'을 붙이겠다며 사용허가를 받아놓고 강력접착제로 종이를 붙였다가 뗄 때도 끌 등을 이용해 담벼락을 훼손한 것과 이번에 시민들이 고작 테이프를 이용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쪽지나 포스터 등을 붙인 게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일인지, 나는 정말 의문이지만 허윤희와 조선일보에게는 그만큼 문화재에 위협적으로 보였나보다.
(관련기사 : 덕수궁 돌담 훼손한 ''프라하의 연인'')
(관련글 : '내 마음 속의 대통령', 덕수궁 돌담길 추모글들 바라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에 덕수궁 담벼락에 붙은 벽보

허윤희와 조선일보에 대한 칭찬은 그만 하고, 몇가지 물어보자.

-허윤희와 조선일보는 왜 시민들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촛불을 들고 돌담길에 쪽지를 붙였다고 생각하나?
-그 사람들이 대한문에 불을 지르고 돌담길을 훼손하려고 일부러 그곳을 찾았다고 보나?
-허윤희와 조선일보는 애초 시민들이 시민분향소를 어디다 설치하려 했는지 혹시 아나?
-국민장이 치뤄지던 기간 내내 시민들이 경찰과 서울시, 행안부에 요구했던 것이 혹시 무엇인지 아나?
-혹시 허윤희와 조선일보는 시민들이 "제발 서울광장을 개방해달라"고 그토록 애원했던 사실은 아나?
-마지막으로 '문화부' 기자 허윤희는 지금 경찰이 다시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봉쇄함으로 인해 예정된 문화행사들조차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실은 혹시 알고 있나?
-알고 있다면 '문화부' 기자로서 그런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정말 궁금하다. 기회되면 꼭 '기자수첩'으로 써주시길 바란다.
(관련보도 : 서울광장 봉쇄 계속…'공권력 남용' 논란 가열/서울 광장 언제까지 봉쇄?‥"무리한 봉쇄" 비판)

사진출처-한겨레


'문화부' 기자가 설마 '문화재 사랑' 기자는 아닐터, 경찰에 의해 서울광장이 봉쇄되어 문화행사가 열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문화부' 기자다운 식견을 보여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들꽃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저도 죄선일보의 문화부기자(기자라고 하기에도 아깝다)의 글 보고 우낀 개그발상에 웃어넘겼지만, 저들이 생각하는 게 아마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트집잡기의 달인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가스통에 불을 붙이는 사람들을 이 죄선일보기자는 어찌 생각할지....궁금하외다

    2009.06.02 12:54 신고
    • 구럭망둥이  수정/삭제

      참으로 조선일보가 얼론으로서의 도리을 다하지 않이 하고 그들은 어찌그리 국민의 민심마저도 왜곡하려하는지 참으로 안탑깝기 그지업다 이제는 궐력에 부터서 기생할순잇써도 국민의 저항에 얼마나 버티어낼수잇쓸까 각성하기 바란다 그리 고 국민의 민의를 왜곡하지 말고 국민속으로 동참하여 새로운 얼론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2009.06.02 14:41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개그발상' 강추!!
      그래요, 차라리 웃기기 위한 글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겠지요...

      2009.06.02 22:02 신고
  2. 우주맘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두세요...영혼을 팔아넘긴....불쌍한 직장인 걸요!

    2009.06.02 14:32 신고
    • 밤톨  수정/삭제

      그렇죠..정말 불쌍하다 불쌍해..
      명색이 '문화부 기자'라면서 정말 한심하네요

      2009.06.02 16:07 신고
  3. BlogIcon 열산성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까요?

    2009.06.02 15:25 신고
  4. BlogIcon 실비단안개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윤희 기사를 읽는다면 양초공장 문 닫아야겠다.

    2009.06.02 16:17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ㅋㅋ
      조선일보가 한번 과녁으로 삼았다하면 성할 곳이 거의 없죠...
      실비단안개님의 우려가 기우만을 아닐 듯..

      2009.06.02 21:59 신고
  5. 어둠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윤희 " 밥 앞에 부끄러움은 없다! "
    잘 먹고 잘 살아라.. 소설가로..

    2009.06.02 16:21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아무리 생각해도 허윤희의 이 글은 납득이 안되는데..
      단 하나, 정말, 진정으로 허윤희가 문화재를 사람하는 '문화부 기자'라면 손톱만큼은 이런 글을 이해할 수도 있겠구나 싶네요...
      조선일보가 밉지 인간이 무슨 죄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는게 오히려 속이 편할 듯.. --;;

      2009.06.02 22:01 신고
  6. BlogIcon laotzu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광장이 더 중요한 문화재(?)라고 생각해서 그런것 아닐까요... 월급받을려면 저 정도는 해야...

    2009.06.02 22:59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
      대한문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고 숭례문 화재를 떠올리는 센스랑, 만장 깃대로 쓰인 대나무 막대기를 두고 죽창이라고 주구장창 우기는 센스랑 뭐 같은 거죠.
      무조건 우기면 된다, 그러면 월급은 나온다. 단, MB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2009.06.04 10:24 신고
  7. 대한국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봐도 뻔한 이야기이지요..꼭대기에서 내려와 말단기자가 창작의 고통으로 기사를 쓰니 현실은 저 멀리 있고 ..말단에서 안 짤리려면 국민의 생각도..무슨일이 있었는지도 알 필요도 알려고도 않 했겠지요... 허윤희씨께 알려드리고 싶은것은 기자말고도 할 수 있는일이 많이 있답니다..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두다리 쭉 펴고 자면서도 할 수 있는일들이

    2009.06.03 22:39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우와..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씀이네요.
      혹시나 허윤희가 님의 글을 본다면 꼭 새겨들었음 좋겠는데..

      2009.06.03 22:46 신고

BLOG main image
미디어 비평 전문 블로그 : 미디어후비기
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by hangil

공지사항

2009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시사/비즈니스부문후보 엠블럼
구글 우수 블로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759)
뉴스후비기 (124)
드라마후비기 (46)
쇼오락후비기 (63)
다큐후비기 (41)
코후비기(잡설) (231)
찌라시후비기 (188)
조중동 잡다구리 후비기 (16)
SNS/IT 후비기 (34)
관련글 모음 (0)
관련자료 모음 (0)
오늘의 사진 (8)

달력

«   2018/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4,815,889
  • 117195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hangil'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