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올인'했던 방송뉴스

뉴스후비기 2007.06.18 19:45 Posted by hangil
 

2006 독일월드컵 관련

지상파 3사 메인뉴스프로그램에 대한 분석

-모든 뉴스의 ‘월드컵化’, 지상파 신뢰 ‘추락’으로 직결-

 


들어가며


  지상파 방송이 우리 사회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비록 여론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일부 신문들의 의제 설정력이 여전히 막강하게 작용하고 있고 방송들이 이들 신문의 의제 설정을 따라가는 행태를 버리지 못해 여론을 선점하는 데는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신문은 나날이 퇴조하는 데 비해 방송의 매체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도 사회적 파급력이 가장 큰 프로그램은 각 방송사의 메인뉴스프로그램(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9, SBS 8시뉴스)일 것이다. 물론 최근 연구에 의하면 방송3사 메인뉴스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등 위기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하루 동안의 뉴스를 영상과 음성으로 정리해서 전해주는 이들 프로그램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주요 뉴스 공급원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메인’뉴스프로그램으로 이름 붙여지듯 이들 프로그램이 가지는 상징성 또한 적지 않다. 이들 프로그램의 시청률 변화 추이는 언론 관계자들의 주요 관심거리이며, 이들 프로그램의 앵커는 각 방송사의 ‘간판 얼굴’로 해석되기도 한다. 아울러 아침, 저녁 뉴스프로그램에서 보도된 내용일지라도 메인뉴스프로그램에서 보도되지 않는다면 ‘주요뉴스’로 취급하지 않는 경향도 강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방송3사 메인뉴스프로그램의 신뢰도에 결정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바로 2006 독일월드컵을 계기로 나타난 메인뉴스프로그램의 ‘스포츠 뉴스화’ 아니 ‘월드컵 뉴스화’가 그것이다. 다양한 사회 현안들을 깡그리 무시해버리고 오로지 ‘월드컵’에만 올인한 채 각 방송사의 ‘월드컵 특수’를 위한 ‘첨병’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이들 뉴스프로그램이 앞으로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설 수 있을 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툭하면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과 시청으로 스튜디오를 옮겨버리고, 비행기 태워서 독일로 앵커들을 보내버리는 방송사들의 치열한 경쟁 앞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으며, 온통 붉은 옷을 입은 응원군중을 배경삼아 응원구호와 노래소리가 시끌벅적하게 들리는 가운데서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효순, 미선 양의 4주기 추모행사가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열렸다”(MBC 6/13, 단신),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실험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SBS 6/13)고 자못 진지하게 소식을 전하는 앵커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한 편을 코미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발표문에서는 올해 벽두부터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D-100일’, ‘D-30' 같은 날을 빼놓지 않고 챙긴 방송사들의 보도 행태와 함께 지난 2006 독일월드컵이 개막하기 전인 6월 5일부터 한국 대표팀과 스위스와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가 있던 날 이후인 6월 27일까지 지상파3사 메인뉴스프로그램에서 월드컵 관련 보도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지상파방송 뉴스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자 한다.



1. 지상파 메인뉴스의 ‘월드컵 올인’은 새해 벽두부터 시작


 1)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2006년 1월 1일, 새해가 밝자마자 방송사들은 일제히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MBC는 첫 보도 <2006 새희망을 열다>라는 영상뉴스에서 시민들의 새해 소망과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묶어서 전한 데 이어 두 번째 보도부터 곧바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경기장에 간 연보흠, 박혜진 앵커의 진행에 차범근, 차두리 부자까지 출연시켜 연속기획보도 ‘Again 2002, 가자 월드컵으로’라는 타이틀 아래 10건의 월드컵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연-박 두 앵커는 3일까지 독일에 머무르며 13건을 더 보도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SBS 또한 <신화는 계속된다, 가자! 독일로>라는 영상뉴스를 처음으로 전한 데 이어, 7건의 월드컵 관련 보도를 내보냈고, KBS는 보도 중간이긴 했지만 역시 <꿈☆은 이루어진다>는 영상뉴스에 이어 5건의 월드컵 보도를 내보냈다.

  비슷한 수준이긴 하지만 새해 첫날부터 월드컵에 대한 집중력의 정도가 타방송사에 비해 남달랐던 MBC는 이후에도 ‘Again 2002 가자, 월드컵으로’라는 제목으로 축구대표선수나 축구 관련 소식을 거의 하루에 한두 건씩 꼬박꼬박 다루었다. 이에 비해 SBS와 KBS는 크게 월드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으나 대표팀 소식, 박지성 등 해외파 소식 등을 틈나는대로 메인뉴스에 편성해 전하는 모습을 보이다 D-100일 앞두고 조금씩 ‘올인’의 낌새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2) ‘붉은 악마’ 띄우며 시청자를 ‘광장’으로 몰다


[표1] 월드컵 D-100일 직전 방송3사 월드컵 관련 보도 사례

 

KBS

MBC

SBS

2월

24일

<‘꼭짓점 댄스’ 인기>

<병영의 꼭지점 춤>

 

25일

<‘전통 가락’ 응원가>

 

<새 응원가 첫 선>

<쉽게‥활기차게>

26일

 

<이렇게 응원한다>

<“2002년보다 강하다”>

<새 응원 선보인다>

27일

<진품 피파컵 첫 선>

<피파컵의 역사>

<토고전 해법 찾는다>

<또 다시 세계를 놀라게>

<“내꿈은 월드컵 우승”>

<우승 제조기>

<거리응원 기싸움>

<다시 뭉쳤다>

<“만지고 싶다”>

<응원 신화 잇는다>

<길거리 응원 주관>(단신)

28일

<첫 승 일군다>

<원정 응원단 걱정마>

<3․1절 축포 쏜다>

<베스트11은?>

<내일 앙골라 전>

<반드시 이긴다>

<토고 해법 찾는다>

<검은 옷 붉은 악마>

<가상의 토고전>

<막판 주전 경쟁>

<독일은 벌써 열기>

<붉은 악마의 호소>

보도량

10건

9건

12건(단신1건 포함)

계 : 31건(단신1건 포함)

※ 굵은 글씨는 ‘붉은악마’ 관련 보도임(모두 7건)


  SBS는 2월 25일부터 ‘붉은악마’ 관련 연속기획보도 ‘Reds Go Together 6월의 대한민국’을 시작해 3월 2일까지 6건을 내보냈다. 첫 보도 <새 응원가 첫 선>에서 SBS는 “단독 입수한 붉은악마의 새 응원가를 처음 소개한다”며 아무런 멘트도 없이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붉은악마’의 새 응원곡 ‘Reds Go Together(레즈 고 투게더)’를 가사 자막, 축구대표팀 경기장면 등과 함께 편집해 방송했다. 이어진 <쉽게‥활기차게>에서 “순수 창작으로 만들어진 새 응원가의 탄생 과정과 의미”까지 ‘노래홍보’성에 가깝게 설명했다. 기자는 리포트에서 거듭 “행진곡 분위기가 난다”, “후렴구가 계속 반복되는 게 눈에 띈다”며 “가장 편하게 반복되면서 부를 수 있는 곡으로 만들었다”는 인터뷰까지 인용해 이번 응원가를 긍정적으로 포장했다. 더욱이 이 보도는 기자의 리포트 내내 붉은악마의 새 응원곡을 배경음악과 현장 음 등으로 무려 7차례나 반복해서 들려줬다.

  26일 <새 응원 선보인다>에서는 “독일 월드컵에서 선보일 붉은악마의 새 응원 전략을 소개한다”며 ‘붉은악마’의 응원도구와 응원방법 등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독일 월드컵에서는 먼저 대형 천에 문구를 적은 이른바 통천 응원이 새로 등장한다”며 그래픽까지 동원해 ‘통천’의 가로, 세로 크기와 천과 글씨 색깔을 일일이 소개했고, “휴지 폭탄이라는 비장의 카드도 준비돼 있다”며 ‘휴지폭탄’ 사용방법도 덧붙였다. 한편 이 보도에서도 ‘붉은악마’의 새 응원가가 배경음악으로 2차례 사용됐다. 27일 <응원 신화 잇는다>는 응원가, 응원도구에 이어 ‘응원 구호’를 다뤘다. ‘붉은악마’ 구성원들이 노래에 맞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여준 뒤, 기자가 직접 “레즈 고 레즈 고 투게더를 두 번 반복하고, 긴 함성을 세 번 지른 뒤 내지르는 대한민국”이라며 구호를 외치는 방법을 설명했다. 또 “붉은악마의 또 다른 응원가의 후렴구 ‘대한민국 태극전사 브라보’도 새 응원구호로 쓰인다”며 “저절로 흥이 나 반복해서 외쳐도 질리지 않을 깜짝 구호”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대표팀 응원 구호의 쌍두마차, ‘대한민국’ 5박자 구호와 ‘오 필승 코리아’ 역시 새로운 구호와 함께 쓰인다”는 등 각종 미사여구까지 동원해 응원구호들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나아가 28일 <붉은 악마의 호소>에서는 “독일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불붙기 시작한 축구 사랑 열기. 붉은 악마는 반짝 열기에 그치지 않길 다시 한번 호소한다”며 ‘붉은악마’의 속마음을 대변하기도 했다.

  SBS처럼 노골적으로 ‘붉은악마 홍보대행사’와 같은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표1]에서 보듯 MBC와 KBS 또한 SBS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보도했다.


  아울러 ‘붉은악마’ 응원 외에도 보도가치가 의심되는 월드컵 관련 보도가 적지 않았다.

  먼저 방송3사는 28개국을 거쳐 독일로 갈 'FIFA CUP'(피파컵, 월드컵 우승 트로피)이 우리나라에 전시된 소식과 아드보카트 대표팀 감독의 발언을 주요하게 다뤘다. 피파컵이 공개된 자리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축구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한국도 우승 가능성이 있다’며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방송3사는 이 발언을 두고 “피파컵 진품을 눈 앞에서 보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KBS), “피파컵 앞에서 그 동안 감추었던 속내를 드러냈다”(MBC), “피파컵을 만지는 것이 결코 꿈은 아니라며 월드컵 성공을 자신”(SBS) 등 마치 아드보카트 감독이 우승을 장담한 것처럼 중요하게 다뤘다. MBC와 SBS는 보도제목마저 각각 <“내 꿈은 월드컵 우승”>, <“만지고 싶다”>로 뽑아 발언을 부풀리고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아가 KBS는 ‘영광의 피파컵’이라는 피파컵 관련 심층보도까지 2건을 편성해 “월드컵 우승팀에게 안겨지는 영광의 상징…옆에서 직접 보니 정말 눈이 부신다”며 “피파컵 진품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온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화면을 합성해놓고도 ‘직접 보니’ 운운하며 시청자들의 혼란을 부추겼으며, “피파컵이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다…전체가 18K금으로 제작…그 가치를 환산할 수 없다”고 호들갑스러운 보도태도를 보였고, 이어서 “월드컵 트로피의 역사”를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이 보도에서 KBS는 ‘높이 36cm, 무게 4.970kg’인 피파컵을 “높이 16.8cm, 무게 6.175kg”이라고 기초적인 정보조차 틀려 ‘영광의 피파컵’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SBS도 “공개된 피파컵은 월드컵 최종 승자의 손에 주어질 진품…꿈의 무대 월드컵에서 단 한 팀에게만 돌아가는 영광의 상징…피파컵은 지구촌 축제의 열기를 더하게 된다”며 피파컵에 대한 찬사일색의 표현을 쏟아내는 등 KBS와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밖에 방송3사는 3월 1일 있을 앙골라와의 축구대표팀 평가전과 관련해 ‘대표팀 소집훈련’, ‘해외파 입국’ 등의 내용을 다루며 2, 3일 전부터 대표팀 ‘동정 쫓기’에 여념이 없었다. 또 KBS와 MBC는 24일 각각 <‘꼭짓점 댄스’ 인기>, <병영의 꼭지점 춤>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꼭지점 댄스’가 군대에서도 유행이라는 소식을 똑같이 전하며 “병사들은 독일월드컵 때 이 춤으로 응원하겠다고 한다”(KBS), “월드컵 응원가에 맞춘 춤 연습도 진행 중이다”(MBC)고 보도하는 등 월드컵과 관련된 흥미성 보도를 양산해냈다.


  한편, ‘독일 원정 이원 생방송 보도’에 있어 MBC에게 선수를 빼앗긴 KBS는 2월 28일과 3월 1일, 2일에 걸쳐 “독일월드컵 D-100일을 전후해 사흘동안 KBS 9시 뉴스는 독일로 간 임장원 앵커를 연결해 이원생방송으로 월드컵 분위기와 A매치 소식을 자세히 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 ‘월드컵 1차 올인’ : D-100일


 당시 방송3사의 무분별한 보도행태가 절정에 이른 것은 월드컵 D-100일을 맞은 3월 1일이었다. 앙골라와의 평가전이 열린 이 날 방송3사는 모두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으로 출동해 ‘월드컵 분위기 띄우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MBC는 뉴스 첫머리부터 20건의 ‘월드컵 뉴스’를, SBS와 KBS도 뉴스 첫머리와 중반부에 각각 19꼭지, 18건의 ‘월드컵’ 관련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 날의 뉴스내용은 뉴스가치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대부분으로 주요 관심은 오로지 ‘월드컵 홍보’에 집중되었다. 특히 지난 2002년 거리응원의 환희와 감격의 기억을 끄집어 내 다시 한 번 온 국민적인 응원열기를 만들어내려 듯 ‘붉은악마’와 ‘거리응원’ 관련보도들을 쏟아냈다.

  MBC는 <함성의 물결 ‘대한민국’>과 <방방곡곡 붉은 물결>에서 상암경기장과 거리에서 벌어진 붉은 악마의 열띤 응원모습을 전했다. 이어진 <월드컵 응원 완벽준비>에서 붉은악마 2명을 스튜디오에 직접 초대해 응원준비 상황과 향후 일정을 상세히 전달하기도 했다.

  KBS 역시 <다시 함께 대한민국>, <4년 전 열기 재현>에서 별다른 내용 없이 붉은악마와 시민들의 거리응원 모습만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또 <2002 붉은악마 지금은>에서는 2002년 당시 응원주역들을 찾아 그들의 근황을 들어보는 흥미성 보도를 곁들이기도 했다.

  SBS도 <대~한민국>에서 “2002년 6월의 열기가 살아났다”며 상암경기장과 서울광장의 응원 모습을 전달해 타방송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태도를 보였다. <진화하는 응원>에서는 이미 소개된 바 있는 ‘꼭지점 댄스’등을 소개하며 “축구팬들의 열정과 응원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날 방송3사는 경쟁적으로 독일을 연결한 이원생방송으로 현지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그러나 독일에서 진행된 내용은 ‘독일현지 준비상황’, ‘경기장 탐방’, ‘대표팀 숙소소개’, ‘상대국 전력분석’ 등 이미 여러차례 보도된 바 있는 것들이었다. 심지어 SBS는 대표팀의 최종 훈련지인 쾰른을 직접 찾아 대표팀이 묶게 될 숙소의 역사, 침실과 욕실의 구조 등을 시시콜콜하게 소개하기까지 했다.



2. 지방선거를 따돌린 ‘월드컵 올인’


 이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가대표팀이 뜻밖에 선전함으로써 ‘월드컵 올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잠깐 야구쪽으로 ‘외도’했던 방송3사는 프로야구 시즌 개막초까지 반짝 관심을 보이다 이내 ‘월드컵’으로 돌아왔고 월드컵 개막 D-30일 맞아 본격적인 올인 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1) ‘월드컵 2차 올인’ : D-30일


  ‘월드컵 개막 D-30일’이었던 지난 5월 10일에는 MBC 20건, SBS 17건, KBS 10건 등 방송3사 메인뉴스프로그램에서 모두 47건의 월드컵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MBC는 이날 전체보도량의 57%를, SBS는 50%를 월드컵으로 채워버렸다. 이것도 모자라 MBC와 SBS는 다음날인 11일 ‘월드컵 대표팀 최종명단’이 발표되자 각각 11건(42.31%), 16건(55.12%)을 또 다시 월드컵 관련 보도로 채웠다. 국가기간공영방송인 KBS가 그나마 차분하게 월드컵 관련 소식을 전했을 뿐이었다.

  월드컵과 관련해 보도할 뉴스거리가 많아서 보도량이 많아진 것도 아니었다. 특히 MBC와 SBS는 보도량 늘리기에만 급급했을 뿐 뉴스의 내용을 채우는 데 무신경하기 짝이 없었다. 10~11일 동안의 보도 가운데는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뉴스가치가 의심되는 흥미성 보도도 상당수였다. MBC는 10일 <조수미 월드컵송 ‘오-대한민국!’>에서 “월드컵 승리를 기원하면서 자사가 특별 제작한 노래를 조수미씨가 불렀다”며 영상과 노래가사로만 이뤄진 ‘뮤직비디오’로 보도 한 건을 채웠고, <마음은 벌써 월드컵>과 <12번째 선수 출격> 2건에 걸쳐 각계각층의 다양한 응원 준비 모습을 전한 것이 부족해 <독일로 가는 사람들>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 놓은 사람들은 행복하다”며 “그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기대를 들어” 보기도 했다. SBS는 11일 월드컵 관련 보도 16건 가운데 무려 9건에 걸쳐 ‘최종 대표팀 명단’과 관련한 전력분석, 에피소드, 전문가 견해, 가상대결 등 큰 차별성없는 내용을 계속 보도한 것도 모자라 뒤 이어 3건에 걸쳐 경기장 환경, 날씨, 강화된 반칙규정 등에 따라 어떻게 경기에 임해야 하는지를 보도하기도 했다.


 2) 월드컵의 1/4에도 미치지 못한 지방선거


  하지만 방송사들이 D-30일이라며 ‘월드컵’에 집중한 이 기간을 ‘5.31 지방선거’가 약 20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KBS는 4건, MBC는 6건, SBS는 7건으로 방송3사를 모두 합쳐 선거관련 보도는 17건에 불과해 월드컵 관련 보도 79건에 비해 1/4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도량을 보였다.


[표2] 5월 셋째주 MBC․SBS의 지방선거/월드컵 보도량 비교

방송사

MBC

SBS

일시

지방선거

월드컵

지방선거

월드컵

5/15

4

7

1

7

5/16

3

5

3

5

5/17

5

5

2

6

5/18

2

4

5

2

5/19

4

6

4

5

5/20

 4

3

2

5/21

 4

 4

합계

18건

35건

18건

31건


  이후 지방선거 투표일까지 선거 보도가 월드컵 보도에 밀리는 경향은 계속됐다.

  5월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 동안 방송3사의 월드컵 관련보도는 총 86건으로 지방선거 관련보도 66건보다 20건 많았다. 이 기간 특히 MBC와 SBS는 각각 35건, 31건을 보도해 지방선거보도의 두 배에 가깝다. 월드컵 관련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뉴스가치가 의심되는 단순 흥미 위주의 보도도 상당수였다. 특히 MBC는 23명의 대표선수들을 한 명씩 집중 조명하는 보도를 매일 한 꼭지씩 편성해 내보내는가 하면, <태극전사 파이팅!>이라는 영상 응원도 매일 편성했다. SBS 역시 <꽃가루 주의보>(5/15), <파주 잔디 왜 깎았나?>(5/15), <히딩크-황선홍 4년 만의 재회>(5/15), <펠레 “브라질, 월드컵 우승 어렵다”>(5/19) 등 굳이 메인뉴스에서 다루지 않아도 될 내용까지 메인뉴스에 편성했다. KBS는 비교적 차분한 보도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흥겹고 멋지게>(5/16), <별들이 모두 떴다>(5/16), <늠름한 태극모델>(5/19) 등 흥미위주의 가십성 보도들이 없지 않았다.


[표3] 5월 넷째주 방송3사 지방선거/월드컵 보도량 비교

방송사

MBC

SBS

KBS

일시

지방선거

월드컵

지방선거

월드컵

지방선거

월드컵

5/22

7

6

4

6

2

3

5/23(세네갈 전)

5

6

3

15

3

5

5/24

5

6

2

7

7

4

5/25

5

6

4

4

6

3

5/26(보스니아 전)

3

16

4

4

7

7

5/27

 3

 4

4

11

3

4

5/28

 4

 4

 4

 7

 5

 3

합계

32건

48건

25건

54건

33건

29건


  그 다음 주에는 23일 세네갈, 26일 보스니아와의 월드컵 대표팀 평가전이 열림으로써 월드컵 관련보도가 크게 증가했다.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 동안 방송3사의 월드컵 관련보도는 총 131건으로 지방선거 관련보도 90건보다 41건이 더 많았다. SBS는 54건을 보도해 지방선거보도의 두 배를 넘었다. 특히 이런 보도경향은 자사의 중계방송이 있는 날 절정에 이르렀다. 23일 세네갈 전을 중계한 SBS는 당일 15건의 월드컵 뉴스를 내보내면서 지방선거 관련보도는 3건에 그쳤다. 26일 보스니아 전을 중계한 MBC 역시 월드컵 뉴스 16건을 보도하는 동안 지방선거보도는 단 3건을 내보내는 데 그쳤다.



4. 마침내 ‘광기’에 이른 월드컵 보도


  새해 벽두에서 D-100일, D-30일 등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벌써부터 이 정도인데 월드컵이 시작되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방송3사에 제기된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되었다. 투표일이 지나고 개표 결과에 대한 형식적인 평가도 끝나는 등 괜히 눈치 보이던 선거가 사라지고 월드컵 개막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역시 방송3사는 ‘광기’에 가까운 ‘월드컵 올인’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1) 최고 80%를 넘은 월드컵 보도


  6월 5일부터 27일까지 23일 동안 방송3사의 월드컵 관련 보도량은 모두 966건으로 전체 보도량 2013건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48%를 차지했다. 이 기간 동안 메인뉴스프로그램의 보도 가운데 둘 중 하나는 월드컵 보도였던 것이다.

  KBS가 그나마 644건 가운데 223건(34.6%)으로 셋 중 하나 정도의 비중을 보였을 뿐, MBC와 SBS는 각각 729건 가운데 396건(54.3%), 640건 가운데 347건(54.2%)으로 ‘어느 쪽이 더 잘났다, 못났다’를 가려내기 힘들 정도로 확실하게 절반 이상의 보도량을 보였다.


  그러나 KBS가 MBC나 SBS에 비해 ‘월드컵 올인’이 약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듯하다. 비록 메인뉴스프로그램인 ‘뉴스9’는 MBC ‘뉴스데스크’나 SBS ‘8시뉴스’에 비해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는 것 같지만 이는 순전히 SBS와 MBC가 각각 6월 2일과 4일부터 ‘스포츠뉴스’를 메인뉴스프로그램에 통합시켜 ‘월드컵 특집보도’처럼 편성한 데 비해 KBS는 여전히 ‘스포츠뉴스’를 분리해 보도한 데서 나타난 차이일 뿐이다. 만약 KBS ‘스포츠뉴스’의 보도량을 합쳐서 계산한다면 KBS는 전체 794건 가운데 350건(44.1%)으로 거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보여 타방송사와 많은 차이가 났다고 말하기 힘든 것이다. 특히 KBS도 ‘스포츠뉴스’를 따로 편성하지 않았던 13~14일, 18~19일, 23~24일을 보면 대부분 절반 이상이 월드컵 관련 보도로 채워졌다.


[표4] 지상파3사 메인뉴스 월드컵 관련 보도량

 

MBC

KBS

SBS

총량

월드컵

총량

월드컵

총량

월드컵

총량

월드컵

6월

5

29

15(51.7)

25

5(20)

32

14(43.8)

86

34(39.5)

6

29

13(44.8)

25

5(20)

32

13(40.6)

86

31(36)

7

30

10(33.3)

29

5(17.2)

29

9(31)

88

24(27.3)

8

31

14(45.2)

29

5(17.2)

29

11(37.9)

89

30(33.7)

9

31

12(38.7)

33

12(36.4)

34

14(41.2)

98

38(38.8)

10

24

14(58.3)

21

10(47.6)

23

14(60.9)

68

38(55.9)

11

27

17(63)

21

8(38.1)

20

13(65)

68

38(55.9)

12

28

16(57.1)

28

7(25)

23

13(56.5)

79

36(45.6)

13

45

38(84.4)

48

37(77.1)

32

26(81.3)

125

101(80.8)

14

58

40(69)

45

31(69)

57

43(75.4)

160

114(71.3)

15

23

9(39.1)

25

8(32)

24

12(50)

72

29(40.3)

16

24

11(45.8)

18

5(27.8)

21

11(52.4)

63

27(42.9)

17

25

15(52)

24

6(25)

20

11(55)

69

32(46.4)

18

24

15(62.5)

29

14(48.3)

20

17(85)

73

46(63)

19

57

43(75.4)

35

19(54.3)

55

42(76.4)

147

104(70.7)

20

22

14(63.6)

26

5(19.2)

24

10(41.7)

72

29(40.3)

21

25

9(36)

29

4(13.8)

26

10(38.5)

80

23(28.8)

22

26

9(34.6)

28

4(14.3)

27

9(33.3)

81

22(27.2)

23

60

39(65)

36

14(38.9)

19

13(68.4)

115

66(57.4)

24

23

17(73.9)

20

10(50)

31

24(77.4)

74

51(68.9)

25

26

12(46.2)

15

3(20)

20

8(40)

61

23(37.7)

26

31

7(22.6)

26

3(11.5)

22

5(22.7)

79

15(19)

27

31

7(22.6)

29

3(10.3)

20

5(25)

80

15(18.8)

 

729

396(54.3)

644

223(34.6)

640

347(54.2)

2,013

966(48)


[표5] KBS 메인 스포츠뉴스 월드컵 관련 보도량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0

9

11

9

10

9

10

9

11

9

9

8

9

8

10

9

8

7

10

9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6

5

8

7

8

7

8

7

5

3

9

6

8

6

150

127



  [표5]와 [그래프1]에서 보듯 월드컵 대표팀이 가나와의 최종평가전을 치른 6월 4일 직후인 5일, 방송3사는 약 40%의 월드컵 관련 보도 비중을 보였다가 이후 9일까지는 그보다 적은 보도비중을 나타냈다. 그러다 10일 월드컵이 개막하면서부터 절정으로 치닫더니 토고와의 조별 예산 첫 경기가 있은 14일까지 5일 동안 최고조의 월드컵 보도를 선보였다. 5일 동안 방송3사 월드컵 관련 보도의 평균 비율은 65.4%로 전체 보도 3건 가운데 2건 정도는 월드컵 보도였다. 한마디로 ‘메인뉴스프로그램이 월드컵 보도로 도배질됐다’는 지적이 전혀 틀리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토고전이 있던 13일과 이튿날인 14일의 경우 70~80%의 보도량을 보이는 등 그야말로 ‘광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프1]방송3사 월드컵 관련 보도 비율 추이변화


 

[표6] 6월 10~14일 동안 지상파 방송의 월드컵 보도량

MBC

KBS

SBS

총보도

월드컵

총보도

월드컵

총보도

월드컵

총보도

월드컵

182

125(68.7)

163

93(57.1)

155

109(70.3)

500

327(65.4)


  이후 방송들은 대표팀의 경기가 없는 날의 경우 적게는 27.2%, 많게는 46.4%의 보도량을 보이며 거의 절반을 월드컵에 할애했고, 대표팀의 조별 예선 경기가 있던 19일과 24일을 전후로 평균 65%의 보도량을 보이며 ‘월드컵 스포츠뉴스’를 자처했다. 그러다 대표팀이 스위스와의 조별 예선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되고 나서야 방송들은 25일 37.7%, 26일 19%, 27일 18.8% 등 보도량에 있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에 이르기까지 방송들의 월드컵 보도경향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월드컵 보도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이 방송사별로 하루 2~3건씩은 꾸준하게 보도하고 있으며 16강, 8강, 4강 경기가 있을 경우에는 다른 나라의 승부 소식을 시시콜콜히 ‘메인뉴스’에서 여전히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만약 월드컵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지 않고 경기가 8강, 4강까지 꾸준히 이어졌다면, 그 동안의 행태를 보건대 방송들의 ‘월드컵 뉴스 도배질’은 여전히 계속되었을 것은 물론 중요한 경기를 치를수록 이전보다 더욱 ‘광분’하는 태도를 보였으리라는 점은 그리 예측하기 힘들지 않다. 그렇게 되었다면 아마 급식사태, 김영남씨 가족 상봉, 북의 미사일 발사 등이 지금처럼 방송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또한 ‘뉴스밸류’에 따라 당당히 메인뉴스에서 보도된 각종 사건사고 소식(승강기 사고, 10대 보복 살해, 집단 따돌림 학생 투신 등)이나 각종 문화․과학․의학 소식은 물론, 충분히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현대차노조 등 산별 전환’, ‘신문법 부분 합헌’, ‘멕시코 대선 소식’ 등이 과연 메인뉴스에서 다뤄지기나 했을 지 장담하기 힘들다.

  그만큼 올초부터 6월에 이르기까지 방송들이 보인 ‘월드컵 올인’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알권리가 제약당하는 등 우리 사회의 제대로 된 정보소통이 가로 막혔으며, 다양한 여론 형성의 기회를 박탈당했던 것이다.

  방송사 관계자들이 혹 ‘우리를 뭘로 보고 그러느냐’고 항변할 지 모르겠지만, 지난 한 달여 동안 방송들이 월드컵 외의 사안을 얼마나 무시했는지를 살펴본다면 차마 그런 말을 하기 힘들 것이다.


 2) 월드컵에 밀린 ‘한-미 FTA’, ‘미사일 시험발사’, ‘급식사고’ 등 현안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IMF와 같은 위기 10개가 한꺼번에 닥쳐올 수 있다는 한미자유무역협정 관련 소식은 같은 기간(6월 5~27일)인 23일 동안 79건에 그쳤다. 전체 보도량의 단 3.9%밖에 되지 않았으며 월드컵 보도의 1/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KBS가 5.3%(34건) 정도의 비중을 보였을 뿐 ‘공영방송’ MBC는 그 절반인 2.5%(18건)밖에 보도하지 않았다. 심각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지금 당장 ‘즐거움’과 ‘흥분’을 가져다줌으로써 관심을 모으고 있는 월드컵에 비해 한반도 평화 즉,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북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된 보도도 그 가치에 비해 소홀하게 다뤄지긴 마찬가지였다. 일본 ‘산케이 신문’ 등의 보도에 이어 청와대가 ‘미사일’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 사안이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6월 15일부터 27일까지 미사일 관련 보도는 방송3사에서 모두 82건이었다. 이 기간 동안 전체 보도량 1066건에 비하면 7.7% 정도의 보도량에 불과했고, 월드컵 관련 보도 482건에 비하면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치를 부여받았던 것이다. 이 또한 KBS가 33건으로 가장 많았고, MBC가 31건이었으며, SBS는 18건으로 5.5%에 불과한 보도량을 보였다.

  ‘급식사고’ 관련 보도는 비교적 짧은 시기 동안 다른 사안에 비해 중요하게 다뤄졌다. 급식사고 보도가 시작된 22일부터 27일까지 6일 동안 방송3사에서 급식 관련 보도는 모두 73건이 이뤄졌다. 이는 이 기간 전체 보도 490건의 14.9%에 이르는 보도이며 월드컵 관련 192건에 비해서도 거의 40% 정도의 보도비중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판단컨대 급식사고 보도가 이 정도의 보도가치를 부여받은 것은 24일을 기점으로 월드컵 분위기가 급격하게 꺾여짐으로써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원래 이런 사고는 갓 터져나온 직후에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여왔던 것이 ‘관행 아닌 관행’이었는데 23일 17건으로 3사 평균 5건 이상의 보도량을 보였을 뿐, 22일부터 25일까지 방송사 별로 2~3건 정도의 보도에 그치다가 26일부터 갑자기 5~6건으로 보도량이 급증했던 것이다.


 3) 월드컵과 관련되면 ‘농담’도 메인뉴스


[표5)] 6월 14일 방송3사 월드컵 관련 보도 사례

MBC

KBS

SBS

신화는 계속된다

투혼의 승리, 16강 시동

이천수, 그림 같은 동점골

안정환, 월드컵의 해결사

박지성, 승리 1등 공신

진철-종국, 협력수비로 완벽 봉쇄

아드보카트 감독, 용병술 빛났다

프랑스-스위스, 3번째 무승부

프랑스전 해법 제시

프랑스-스위스, 무더기 옐로우 카드 

G조 1위…축배 이르다

첫승하면 90% 16강

방방곡곡 붉은 함성

거리 메운 감격의 물결

감동의 역전 드라마

최전방에서 바다까지

종교 넘어 하나된 밤

600만 교민 한마음 응원

산골에도 함성 메아리

행복했던 90분

붕대감고 대-한민국

밤새 승리만끽

파란눈의 붉은 악마

"붉은 물결에 반했어요"

"40년 설움 풀었다"

태극전사, 곧바로 회복훈련

공수 보완 시급

"4강 요행 아니다"

침통…"믿을 수 없어요"

"한국 부럽다"

진정한 승부사

퇴장시키면 필승

가슴 졸인 선수가족

"박지성은 파울제조기"

월드컵 새 역사 열었다

승리 이끈 삼총사

약속의 땅 프랑크푸르트

브라질 8연승 신기록

기분좋은 실수

성추행 조심

아쉬운 응원문화

'대 역전극'…잠못 이룬 감동의 밤

피말리는 90분…짜릿한 역전승

52년만의 ‘원정 첫 승’

“첫 골은 프리킥으로”…약속 지킨 이천수

‘반지의 제왕’ 안정환…월드컵 3골

박지성 “두마리 토끼 잡았다”

아드보카트, 용병술 빛났다

“4년을 기다렸다”…전국에 붉은 응원 함성

열광의 도가니…200만이 ‘들썩’

‘대~한민국’…군부대·섬마을에도 응원전

12번째 붉은 전사 “우리가 왔다”

시간·공간 초월, 교민사회도 ‘대~한민국’

프랑스-스위스, 달갑지 않은 ‘무승부’

이제는 프랑스, ‘투혼·압박’ 되살려라!

G조 1위…16강 갈 길 험하다

걱정스런 ‘수비 불안’

야유 쏟아진 ‘지연 작전’

‘프리킥 자진 헌납’ 다득점 아쉽다

악재 겹쳐 무너진 ‘토고’

토고 허탈…프랑스·스위스전 기대

스위스·프랑스 “4년전보다 나아졌다”

‘환호 또 환호’ 황홀한 승리의 밤

병원·교도소…어디서나 ‘오~필승’

‘탄식·환호’의 순간들

긴장…흥분…환희…‘아드보카트의 90분’

태극전사 승전보…온국민 흥분으로 ‘들썩’

‘삼바 군단’ 월드컵 본선 8연승 신기록

H조 ‘무적함대’ 스페인-우크라이나 경기

두 번 울린 애국가, ‘승리예감?’

‘부서지고 나뒹굴고’ 시민 의식 뒷걸음

‘동료 사랑’ 골 세리머니

 

 

 

 

 

 

 

 

 

 

태극전사 '원정 첫 승' 드라마

프랑스-스위스, 치열한 공방 끝 무승부

프랑스전 해법 찾았다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 "한국전에 총력"

대표팀 "더 철저히 준비"

고비는 이제부터…16강 진출 가능성은?

이천수 '천금의 프리킥'

안정환 '골드보이' 승부사

박지성, 16강 이끌 '신형 엔진'

최진철, 앙리도 묶는다

'맞춤형 용병술' 결정적 역할

'맞춤형 훈련'도 통했다

한국, 아시아 체면 살렸다

토고 충격...침통...

태극전사, 회복훈련 시작…이제 다시 시작!

프랑스도 잡는다!

"골결정력 높여라"

수비 불안 여전

붉은악마 응원 '지붕효과' 컸다

'뜨거웠던 응원전' 세계인이 감탄

독일 응원단, 밤새 '흥겨운 축제'

이천수 '가슴 뭉클' 세리머니

이동국 "나도 저기에서..."

감격의 중계석

히딩크 감독 '족집게 조언'

주요 외신 "한국이 돌아왔다"

밤새 "대~한민국!"

"장하다 내 아들!" 선수 가족들 환호

전국 곳곳 응원 열기

금강산에도 승리의 함성이...

시민의식은 어디로? 쓰레기에 묻힌 응원장

거리 응원장 '엉큼한 손' 조심!

'월드컵 특수' 외식업계 대박

두 번 울린 애국가…국가 연주도 2:1?

브라질, 크로아티아에 힘겨운 첫 승

스페인, 이변 일어나나?

[월드컵 이모저모] 또 펠레의 저주?

쏟아지는 경고-퇴장, '심판이 변수'

레드 카드의 변수

[월드컵의 명암] 응원의 명암

북 대표단 "남측 4강 진출 성원"

  한편 ‘광적’일 정도로 월드컵을 다뤄왔던 보도들이 과연 ‘메인뉴스’에서 다뤄질 만한 가치라도 있었느냐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경우 한 방송사에서 하루에 무려 43건까지도 등장한 월드컵 관련 보도들은 경기 하이라이트의 반복 또 반복, 온갖 가십거리의 생산 등 그야말로 짜낼 대로 짜내 더 이상 건져낼 것이 없을 정도로 ‘만들어진’ 보도들이었다.

  매일 이뤄진 월드컵 보도의 내용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굳이 모든 보도를 하나씩 살펴볼 필요조차 없어 대표적인 사례로 대표팀의 조별 예선 경기에 맞춰 월드컵 보도가 무더기로 쏟아진 날(6월 14일)과 대표팀의 경기가 없는 평이한 날(6월 22일)의 보도를 사례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14일의 경우 토고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여파로 경기결과에 대한 보도와 전국 각지에서 이뤄진 응원 관련 보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방송3사 모두 경기 결과를 놓고 ‘신화’, ‘드라마’, ‘감동’ 등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가며 대표팀을 ‘찬양’하기에 바빴고 특히 ‘승리의 주역’으로 꼽히는 이천수, 안정환, 박지성은 물론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해 각각 1건 이상씩을 할애해 ‘활약’을 상세히 소개했다.

  또 MBC와 KBS는 각종 응원모습을 각각 13건과 9건에 걸쳐 소개했다. 거의 똑같은 내용이 반복된 것은 물론 군대, 산골, 교회나 사찰, 병원, 외국인, 교민, 독일 현지, 선수 가족 등 온갖 응원을 하나하나 화면에 담고 응원에 참가한 사람들의 환호를 전했다.

  SBS는 ‘가십성’ 보도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천수 선수의 골 세리머니, 중계석 모습, 히딩크 감독의 한 마디, ‘펠레의 저주’ 등 해프닝에 불과하거나 단순한 흥밋거리 이상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보도들이 9건이나 쏟아진 것이다.

  이밖에 우리나라와 같은 조의 ‘프랑스-스위스’ 경기 결과를 여러 꼭지에 걸쳐 ‘상세히’ 전한 것도 방송3사의 공통점이었다.


[표6)] 6월 22일 방송3사 월드컵 관련 보도 사례

MBC

KBS

SBS

대표팀 결전 준비 끝났다

대표팀 초반부터 총공세

스위스 "승리 위해 왔다"

통계상 전력 백중세

스위스 허점 있다

 "골대 맞추면 2골?"

16강 절반 확정

심판은 스위스편?

죽음의 E조, 벼랑 끝 결전

 

 

대표팀 하노버 입성…‘공격 축구’ 펼친다

박지성 ‘폭발적 돌파’ 기대

스위스 “조 1위로 16강 가겠다”

‘붉은색 물결’ 응원 맞대결

포르투갈-멕시코, 나란히 16강 행

‘40년만의 꿈’포르투갈, 전승으로 16강

대표팀, ‘공격 축구’로 승부

‘빠른 공수전환’ 역습 역이용 승부

‘아드보카트-쿤’ 명장 대결

해외파 태극전사, 어학 실력도 스타급

히딩크 마법 통할까?…크로아티아와 격돌

태극전사 하노버 입성 "무조건 이긴다"

아드보카트 감독 "화끈한 공격축구로 승부"

박지성 '황금발' 믿는다

센데로스 "경계대상 1호는 안정환"

스위스전, 악조건을 극복하라!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 '본선 10연승' 위업

히딩크 '16강 마법' 다시 거나?

독일서 터키인과 '공동 응원'

다이내믹 코리아? 국가이미지 홍보 미흡

 

 


  한국 대표팀의 경기는 없이 조별예선 마지막 스위스와의 경기를 이틀 앞둔 것뿐이었던 6월 22일에는 벌써부터 스위스와의 경기를 예측하면서 이것저것 짚어보는 보도가 주를 이뤘다. 대표팀의 준비상황, 기대되는 선수, 전략, 스위스의 동정 등 다음날인 23일 더욱 본격적으로 다뤄질 내용들이 경기일이 다가온다는 이유만으로 5건 이상씩 쏟아진 것이다.

  경기가 끝난 2~3일 뒤에는 경기 결과의 여운을 전하기에 급급하고, 경기가 다가오면 미리부터 성급하게 경기를 전망하는 내용들이 대표팀의 조별 예선이 이뤄지는 내내 반복되었다. 그 외에는 주로 다른 국가들의 경기를 이런저런 흥밋거리까지 묶어서 보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월드컵 기간 동안 방송3사에서 이뤄진 월드컵 관련 보도들은 ‘특집’일 때는 ‘특집’다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평범한 날에는 월드컵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채워지기에’ 급급한 보도가 절대 다수였다. 다른 주요 사회 현안들을 밀어내고 ‘메인뉴스’ 자리를 차지할 만큼 가치있는 보도들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5. 나가며 - 지상파는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평일 각 방송사 메인뉴스에서는 정치․경제․문화․생활․사건사고 등 우리 사회 각 영역의 뉴스들이 약 30건 정도씩 꼬박꼬박 다뤄지는데 유독 올해 들어 ‘월드컵의 해가 밝고’, ‘월드컵이 100일 남고’, ‘30일 전이 되면’서 축구와 관련된 소식 외에는 뉴스가치가 실종되어버리는 기현상이 반복되더니 마침내 월드컵 기간 한 달 여 동안에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사가 오로지 ‘월드컵’밖에 없는 것처럼 다른 뉴스들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월드컵 기간 동안에도 다종다양한 생활현장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곳곳에서 사건사고는 발생하고, 정치인들은 여전하며, 사회 각계각층의 갈등 또한 계속 지속되는 등 월드컵 기간에도 하루에 수백건씩 뉴스들은 쏟아졌다. 심지어 FTA, 지방선거, 평택 미군기지 확장, 미사일 시험발사 등 한국 사회의 운명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일들이 하필 월드컵 기간에 맞춰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오로지 ‘월드컵’만 외쳐댄 지상파방송들로 인해 제대로 논의할 기회마저 갖지 못했다.

  더 큰 걱정은 세상엔 오로지 ‘월드컵’ 관련 소식만 있는 것처럼 한 달 동안을, 아니 여섯 달 동안 시청자들을 ‘월드컵 광장’으로 내몰았던 방송사가, 앵커가, 그리고 기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 와서 북한 미사일 발사가 이러니, 급식 사태가 어떠니, 경제동향과 정치상황이 걱정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릴 지, 곧 시청자들이 신뢰를 보낼 수 있을 지 우려스럽다는 점이다.

  TV매체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만큼 지상파 방송의 신뢰도가 그에 걸맞게 높아지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하는 마당에 이번 ‘월드컵 올인’은 지상파방송의 위기, 신뢰도의 급격한 추락에 있는 하나의 결정적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더욱 암담한 것은 이렇게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도 그것을 반전시킬 어떤 전환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혁적인 사장 아래서도 이 정도로 ‘광분’하고, 방송사 내부에서 별다른 ‘태클’의 움직임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운을 건 월드컵 올인’이란 명분 아래 시키는 대로 상암동으로 시청으로 달려가고, 토고로, 프랑스로, 독일로 날아가 ‘뉴스같지 않은 뉴스’를 만들어내는 데 매달린 방송인들이 앞으로 과연 방송의 역할과 책임에 걸 맞는 일을 할 수 있을지 지금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글은 2006 7 7 개최된 지상파 방송과 월드컵토론회(민언련·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에서 발표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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