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오늘(11/2) 조선일보 시론 란에 게재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헌재 판결도 무시하며 민주주의를?>이란 칼럼에 대한 "패러디 장난질"이다.

11월 2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윤석민 교수의 칼럼(클릭하면 해당 칼럼으로 이동)


참으로 낯짝이 두껍고 두꺼운 사람이다. 그 철면피함에 질리다 못해 경외감이 든다. 헌재의 미디어법 무효청구 기각 판결을 두고 다시금 목청을 세우는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같은 사람 말이다.

애당초 깜이 되지 않는 코미디 같은 소송이었다. 최종 표결 당시의 상황으로만 국한해 보자. 대리투표, 이중투표,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한 재투표의 문제가 있었음에도 법이 무효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판결임은 물론 일반인의 상식을 뒤집는 잘못된 판결이었다. 미리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의장석을 원천봉쇄한 걸 비롯해 숫적 우세를 앞세워 야당 의원들을 바닥에 내팽개치기까지 하면서 끌고 나오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정상적으로 제 자리에 차분히 앉아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을 하며 정상적 표결을 할 수 없던 당시 회의장의 정황 속에서,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이들이 묘기처럼 잽싸게 몸을 움직여 날치기를 강행하려는 여당의원들을 제치고 의장석을 점거해 의사진행을 온몸으로 막아낼만큼 순발력과 용력이 충분치 못했기에 무효가 아니라는 것인가?

백보양보해 어지간한 사람은 제정신으로 서 있기도 힘든 몸싸움의 한복판에서 얼이 반쯤은 빠졌을 의장대리가 진행을 돕는 이의 말을 잘못 옮기는 실수를 범했다 번복하였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사용권한이 없는 투표단말기를 사용하여 투표하는 행위는 그 동기나 경위가 무엇이든 국회법에 위배되어 다른 국회의원의 헌법상 권한인 법률안 표결권을 침해하는 것", "이미 존재하는 국회의 방송법안에 대한 확정된 부결의사를 무시하고 재표결을 실시하여 그 표결결과에 따라 방송법안을 가결을 선포한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해놓고 무효가 아니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금번 소송감이 된 국회 표결의 문제는 앞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 국회 다수당이 앞으로 법안을 통과시킴에 있어 국민 여론을 경청하고, 소수당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등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무시하고 그저 소속된 국회의원들의 순발력과 용력, 아수라장에서조차 한 치의 실수도 용납 않는 완벽한 진행능력을 키우는 특공훈련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과 다름 없다.

그날 그 순간, 우리 국회가 끝까지 갔던 그 참담했던 순간, 상식적으로 모든 것이 무효였다는 걸 모르는 이가 어디 있는가? 다수결 원칙이 무효였고 의회주의가 무효였다. 국회가 무효였고 우리의 정치가 총체적으로 무효였다.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 장본인들이 스스로를 더럽히며 악쓰고 자해하는 것만으로 성에 안 찼는지 이 문제를 법정에까지 끌고가게 만들었다. 참으로 지겹고 한심한 일이었지만 어쩌겠는가. 많은 이들이 갈등이 마무리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또 한 번의 기대를 갖고 마지막 판결을 지켜보았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법이 무효임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헌재가 정치적 판결을 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우지 못했던 바였다.

무수한 절차 위반, 원칙의 위반을 꼼꼼히 지적하면서도 무효청구를 기각한 헌재의 판결은 MB 시대 정치적 판결이 무엇인지를 깨우쳐준 우려했던 악몽이 현실화된 사건이었다. '과정은 위법하나, 결과는 적법하다'니, 헌법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의 법치가 근본에서부터 무너져내리는 절망을 맛봐야 했고, 헌법을 지켜야 할 헌법재판소라는 국가권력기관이 정치화되어 있음이 재확인되었다. 그럼에도 그 안엔 참담한 우리 국회의 현실을 질타하며 개선을 주문하는 준엄한 꾸짖음이 없지 않았다.

판결문을 가득 채운 생소하고 난해한 법률용어들에도 불구, 헌재 판결의 메시지는 애초 무심히 지켜보던 필자의 마음에 살아있는 의미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정작 한마디 한마디를 새겼어야 할 이들의 귀엔 미디어법 무효 기각이란 판결주문(主文)의 즉각적 함의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나 보다. "부끄럽고 참회하는 심정으로 헌재의 의견에 승복해 미디어법을 재논의하겠다"고 했어야 마땅할 이들은 이를 자신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으로 호도하고, 유치한 칼럼을 통해 절차상의 위법을 지적한 헌재 판결에조차 불평을 토로하며 '헌재가 혼란을 만든다'며 헌재의 정체성을 문제삼고 있다.

11월 2일 중앙일보, 김진의 칼럼


이들을 어찌할거나. 자신의 기대에 반한다고 최고 법정의 권위마저 바닥에 내치듯 욕보이는 이들을 어찌할거나. 일체의 합리적 절차, 정당한 권위도 배격한 채 다른 의견·이념·정책을 전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이들은 눈멀어 있음을 모르는 눈먼 자들이다. 이들이 맹목성을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에 동참하려 한다면 금번 헌재 판결의 의미를 되새기는 게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이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패악질로 가득찬 칼럼이나 써대는 이에겐 정녕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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