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헌재가 '법 처리 과정이 위법했다'고 한 방송법 개정안에 따라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세부 방법에 관한 것이다. 헌재가 비록 법이 무효는 아니라고 했지만, 국회에 후속조치를 요구하였는데, 정부와 여당은 미디어법을 재논의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조중동방송을 만들기 위해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위법한 방법으로 처리된 방송법을 인정할 수 없고, 당연히 재논의되어 다시 처리되어야 한다고 믿는 까닭에 이에 따른 시행령의 내용 또한 다시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어제 의결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중에는 신방겸영에 대한 부분 외에도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바로, 가상광고와 간접광고를 허용한 부분이다.

방통위는 가상광고의 경우 '운동경기 중계방송에 한하고, 방송프로그램의 5/100 이내, 전체 화면 크기의 1/4 초과 금지'하는 내용을, 간접광고와 관련해서는, '오락 및 교양분야에 한해 방송프로그램의 5/100 이내, 전체 화면 크기의 1/4 초과 금지'하는 내용을 통과시켰다.

여기서 잠깐, '가상광고'란 인위적인 CG 작업 등을 통해 실제 촬영 화면에는 없는 광고이미지를 가상으로 덮어씌워 TV 화면에서 보여주는 것을 말하고(가령, 축구경기를 할 때 중간 휴식시간에 그라운드의 빈공간에다 광고 이미지를 넣는 것 등), '간접광고'란 프로그램 중에 특정 상표나 상품, 장소 등을 노출시켜 프로그램에 협찬을 제공한 업체에게 광고 효과를 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흔히 PPL이라고 하여 영화에서는 광범위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 두가지 광고는 지금까지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이제 가능해졌다.

개인적으로 가상광고든 간접광고든 두 가지 모두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도입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가상광고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고, 간접광고 또한 드라마나 예능에서 인위적으로 청테이프 같은 걸로 상표를 가려서 실소를 자아내는 것보다 양성화시켜 그냥 보여주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그렇듯 광고를 싣는 사람들(광고주, 제작자)들이 과연 절제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일단 이번 시행령 내용에서처럼 방송시간의 5/100, 화면크기의 1/4 이내에서 허용이라는 것에서 접근해보자.

가령, 드라마 한 편이 60분이라고 한다면 간접광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은 3분이 된다. 여태껏 드라마에서 간접광고 금지 규정을 위반하면서도 간접광고를 한 양태들을 보면, 몇초 동안의 화면을 통해 특정 브랜드나 상품을 노출시킨다든지, 대화를 통해 특정 상품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경우들이 있었다. 드라마 한 회 동안 이런 식의 간접광고가 이뤄진 시간을 모두 더해도 3분이 될까? 대략적으로 생각해도 그 정도는 안될 것 같다.

그런데, 이제 5/100 동안 허용이 되었기 때문에 아마도 제작자들은 이 시간에 맞추기 위해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술자리가 있다고 한다면, 예전에는 맥주병 상표를 가렸지만 이제는 상표를 드러내고, 그 상표가 최대한 노출되도록 화면 구도를 잡게 될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라면 예전에는 두 사람이 모두 등장하는 샷-->대화에 따라 한 사람씩 클로즈업 하는 샷 등으로 이루어지던 것이 두 사람 사이에 '처음처럼', 혹은 '참이슬'의 상표가 버젓이 노출된 소주병이 자리잡고 양쪽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함께 보여주는 샷의 시간이 길어지는 등으로 말이다. 그리고 가끔 술을 서로 따라주면서 소주병이 화면크기의 1/4 정도는 충분히 채울만큼 클로즈업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정도는 감안할 수 있다. 다만 자연스러울 수만 있다면.

그렇다. 문제는 간접광고가 드라마 전개와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지극히 부자연스럽게 남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다.

우리는 이미 간접광고가 금지되어 있을 때도 부자연스럽게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간접광고를 허다하게 봐왔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라면 뭐니뭐니해도 '스타일'이다.

'스타일'에 등장한 쇠고기이력추적시스템 간접광고


취재를 나간 서정(이지아)은 뜬금없이 한켠에서 진행되던 정수기 시음장에서 물을 한 잔 마시고, 우진은 자신의 가게 직원들에게 음식물처리기기 사용법을 설명한다. 모두 '스타일'을 협찬한 웅진코웨이의 제품들이었다. 그뿐인가 또 다른 협찬사 '할리스커피'는 시도때도 없이 등장한다. 스타일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매직홀 휴대폰을 사용하고 시도때도 없이 그 기능을 직접 시연했다. 그것도 화면 가득히 매직홀을 채워서. 또 그뿐인가. 마트에 쇼핑을 갔던 서정은 갑자기 쇠고기 이력 추적 시스템을 활용하고, 스타일 발행인의 취임식이 인천 송도에서 열리면서 송도 신도시의 화려한 풍광은 물론, 송도 신도시를 찬양하는 대사까지 등장한다. 모두 인천세계도시축전과 농수산부가 '스타일'을 협찬했기 때문이다. '스타일'은 이런 무분별한 간접광고로 방통심의위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령받았다.

물론 이런 행태가 '스타일'만의 것은 아니었다. '꽃보다 남자' 또한 무분별한 간접광고로 비난을 받았고, '비데공주'라는 오명을 덮어쓴 '루루공주', 작가가 이후 간접광고 요구 때문에 대본쓰기조차 힘들었다고 실토했던 '파리의 연인' 등 사실 '간접광고'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 중 하나였다.



'꽃보다 남자'의 간접광고



하지만, 드라마 제작 현실을 고려하자면 제작비 등을 마련해야 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간접광고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라서, 간접광고 양성화에 대한 논의가 계속 있어왔고, 이제 간접광고가 허용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비데공주'는 괜찮아지는 것인가?

법적으로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드라마나 예능이 그렇게 가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간접광고가 범람하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외면하게 된다. 특히 드라마 맥락과 전개와는 하등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 부분별하게 간접광고가 툭툭 튀어 나오게 된다면 그 드라마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실패작이 되고 만다.

'스타일'이 처음 기세좋게 시작해놓고, 나중에 끝날 때는 흐지부지되었던 것도 방통심의위로부터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시청자들로부터 심판받았기 때문이고, 그 중에 간접광고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기대난망인 건 알지만, 그래도 제작자들이 부디 알아서 금도를 지켜주길 바란다. 협찬을 있는대로 끌어와 광고를 노출시키는 게 드라마를 만드는 목적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게 제작자들에게는 최우선 목표여야 한다. 협찬사들 역시 과도한 노출로 구설수에 오르는 게 상품 광고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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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룰루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맥락에 상관없이 아무때나 튀어나오는 ppl은 드라마에 몰입하는 시청자에게 찬물을 확 끼얹는 것처럼 드라마에서 확~ 빠져나오게 만든다.

    갑자기 레스토랑 직원들에게 음식물처리기를 설영하며 '이걸 사용하면 음식물쓰레기도 줄이고 퇴비도 만든다'라는 류시원을 보며 정말 풉~ 쏟을뻔 했다는..

    2009.11.03 21:02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한참 드라마가 전개되나, 생뚱맞게 PPL이 등장하게 되면 정말 김이 확 새죠.그러면 다음부터는 그 드라마로 시선이 잘 가질 않게 된다는...
      간접광고가 허용됨으로써 그동안 방통심의위가 무분별한 간접광고에 대해 그나마 제재했던 것이 풀어졌다면, 이제 앞으로는 시청자들이 더욱 분별하게 드라마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무분별한 PPL에 대해 냉엄하게 심판해야겠지요~

      2009.11.04 10:34 신고
  2. 푸대접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컨텐츠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서로 조심하고 견제하는 풍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방송국과 제작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PPL 을 많이 올리고 싶을겁니다. 시청자 중에서는 그냥 넘어가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눈에 걸리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드라마를 직접 만드는 PD 와 작가, 각 스태프, 출연하는 연기자등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만드는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다면 무분별한 PPL 은 충분히 견제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는 방송국-제작자라는 '돈을 대는 사람들' 과 연출, 작가, 스태프, 출연진같은 '직접 만드는 사람'들의 관계가 수직적인 갑과 을의 관계가 대부분이고, '까라면 까는 사람들' 은 그에 맞춰 제작된 컨텐츠에 대해 책임의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냥 시청률 좋고 히트치면 그만이지, 그 작품이 가져오는 현상이나 해당 장르에 미치는 영향력 같은것에 관심같는 연출진이나 연예인은 흔치 않죠.

    그들이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구성원으로서 요구할건 요구할수 있는 권력을 갖고, 그 권력에 따르는 책임감도 갖는게 선행되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야 시청자도 무서워하는거구요. 돈대는 사장님 한마디에 모든게 결정된다면 누가 누구를 견제하고 자제하고 조심할수 있겠습니까.

    2009.11.04 02:54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맞습니다. 당근 한국 드라마의 문제가 간접광고에만 있는 것이 아니죠..
      출연료 문제, 제작비 마련 문제, 연기자 발굴 문제, 작가 대본료 문제, 사전제작제 문제, 단막극 문제, 드라마 편성 시간 문제...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겁니다.

      제작자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그래서 논의도 지겨울 정도로 이루어지는데 정작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요.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서로 눈치 보며 '내가 해도 남이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잖아, 나만 손해보는거지'라는 생각으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는 거죠.

      2009.11.04 10:38 신고
  3. BlogIcon 아홉살인생  수정/삭제  댓글쓰기

    접점을 찾는 노력이 더해지겠지요~

    2009.11.04 1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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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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