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가 끝내 검찰에 체포됐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2007년 무렵 수만달러를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하고, 이를 검찰이 흘린 것을 받아 조선일보가 12월 4일 1면에서 <"한명숙 전총리에 수만불">을 때린지 2주만이다. 오로지 곽 전 사장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할 뿐 뭐 하나 납득할 만한 증거가 제시되지도 않았지만, 검찰은 소환 방침을 밝히고, 한 전 총리 측이 소환을 거부하자 마침내 체포영장을 받아 집행한 것이다.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는 물론 동아, 중앙 등 보수신문들은 그 동안 거듭 검찰 수사를 일방적으로 편들며, 한 전 총리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협박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또 한 전 총리 측의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피의사실 공표'가 엄연한 형법 위반임에도 조중동에서는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주워받아 "곽 전 사장이 총리 공관에서 돈을 건넸다"거나, "곽 전 사장과 함께 총리 공관에 동행한 사람이 있었다"는 등 검찰 수사 중계에 여념이 없었다.

최근에는 '총리 공관에서 돈을 건넸다'는 진술이 "곽 전 사장이 총리 공관에 돈을 놓고 나왔다"는 말로 바뀐 걸로 보도되고 있지만, 조중동에서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왔다갔다해 신빙성에 의문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지적은 물론, 만에 하나 곽 전 사장이 총리 공관에 돈을 놓고 갔다고 해서 그 돈이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됐다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에도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 또한 찾을 수 없다. 무조건 '돈을 줬다는 사람이 있으니,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아라'며 한 전 총리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뿐이다.

조선닷컴 메인화면


그리고 마침내 한 전 총리가 그들의 바람대로 검찰청에 붙들려 가 조사를 받게 됐다. 과연 조중동은 이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오프라인 신문은 내일 아침 확인해봐야겠지만, 이들 신문의 인터넷 사이트는 벌써 가관이 아니다. 한 전 총리가 검찰의 체포에 순순히 응하면서도 '허위조작수사에는 협조할 수 없다'며 묵비권 행사를 할 뜻을 밝혔으니 수사 내용에 대해서야 보도할 내용이 거의 없다.

그러자 조중동은 한 전 총리 체포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에 초점을 맞췄다. 바로 승려 복장을 한 어떤 남성이 커터칼을 꺼내 자해 소동을 벌인 것을 저마다 중요하게 다룬 것이다.

조선닷컴은 메인화면 한 전 총리 체포 기사에 딸림기사로 <한명숙 지지 승려, 커터칼로 '위협'>이라는 제목을 기사를 싣고, 커터칼을 든 남성이 난동을 부리는 장면을 화보로 전했다. 사진의 캡션은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가 18일 오후 마포구 노무현재단에서 검찰수사관들에게 체포된 가운데, 검찰의 연행을 저지하려는 한 승려가 문구용칼을 들고 수사관들을 위협하자 다른 지지자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이다.

동아닷컴 메인화면


동아닷컴 역시 메인화면의 한 전 총리 검찰 수사 관련 기사 아래 4건의 딸림 기사 가운데 두번째로 <스님복장 남성 커터칼로 자해 소동>을 올려, 소동 내용을 상세히 전한 것은 물론 친절하게 동영상도 올렸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곳은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는 조인스닷컴 메인화면에 한 전 총리 체포 및 검찰 수사 관련 기사의 맨 앞에 <한명숙 지지 승려, 칼로 수사관 위협 난동>을 올렸다. 한 전 총리가 체포되고 검찰에 수사를 받는 것, 한 전 총리가 검찰 체포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천만번을 물어도 아니다"고 밝힌 내용보다 이 남성의 난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링크된 기사 안에는 사진 두 장과 동영상 그리고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가 18일 오후 마포구 노무현재단에서 검찰수사관들에게 체포된 가운데, 지지자라고 밝힌 한 승려가 문구용 칼을 들고 검찰에 달려들고 있다"는 한 줄의 기사만 올라 있을뿐 아무런 내용도 없다.

조인스닷컴 메인화면


조중동은 왜 이 남성의 난동을 부각시킬까?
물어보나마나 답은 뻔하다. 정체도 불분명한 이 남성을 '한명숙 전 총리 지지자'로 이름 붙여, 이른바 '친노세력'에게 '과격'의 딱지를 붙이고 정상이 아닌 존재들로 덧칠을 하고 흠집을 내려는 것이다. 조중동 기사 아래 달린 댓글들을 보면 이 기사들이 무엇을 의도하고 어떻게 성공했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조인스닷컴 '커터칼 난동' 관련 기사 댓글


정말 이 승려 차림의 남성의 난동이 중요한가?
전직 국무총리가 최초 혐의가 보도된지 2주일만에 전격적으로 검찰에 체포됐는데,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런 난동이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

어차피 조중동이 한 전 총리 수사와 관련해 제 정신 박힌 기사를 쓸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라도 부각시켜 조그마한 흠집이라도 내야 할만큼 조중동이 한 전 총리 수사와 관련해 궁지에 몰려 있다는 반증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따위 더러운 기사나 쓰는 조중동보다, 이명박 정권 관련 온갖 의혹들은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한 전 총리에 대해서는 득달같이 체포영장을 들고 나타난 검찰보다, "살아온 날의 모두를 걸고 말할 수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는 한명숙 전 총리가 더욱 당당해 보이고 믿음직스러운 것은 나 혼자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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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겔러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역질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게 만드는 것들이네요 정말

    2009.12.19 05:12 신고
  2. JEDI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의 이익에만 부화뇌동하는 저런 신문이 과연 언론이라는 이름을
    붙일 자격이 있는지 심히 의문스럽습니다....

    2009.12.19 10:50 신고
  3. 김술수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명숙 전 총리 지지 승려가 칼로 검찰에게 위협한 것이 한명숙 전 총리 체포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말이 이해가 안 간다. 당연히 연관 되어있지 않나? 상관 없는 일이면 승려는 왜 거기서 난동을 부렸나? 그리고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승려가 일반인도 하지 않는 칼로 난동을 부리니 신문에 날 법 하지 않는가? 한명숙 지지자 흠집내기라는데 충분히
    흠날만한 생각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2009.12.21 09: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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