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뚫고 하이킥'이 충격적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워낙 충격적인 장면이라 이를 두고 설왕설래 인터넷 안팎이 뜨겁다. MBC에서는 뉴스데스크에서조차 '하이킥' 종방과 관련한 보도를 했고, 중앙일간지 몇곳은 아예 세경과 지훈의 죽음을 가지고 기사까지 냈을 정도다.

그렇다. 충격적이다. 충격적인 결말임은 부인할 수 없다. 마지막회 전 인터넷 상에서는 '엔딩이 어떻게 될까'라며 이런저런 추측이 난무했는데, 그 중엔 지붕킥 타이틀 화면의 등장인물들 중 흑백처리된 사람들이 모두 죽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듣고 허무맹랑하다 했더니, 설마 이런 엔딩이 나올지는 몰랐다.

3월 22일 조선일보


그런데, 지붕킥 종방 이후 세경과 지훈의 죽음을 둘러싸고 온갖 이야기들을 보며, 지붕킥이 그동안 우리에게 준 웃음과 감동, 위로, 재미, 통쾌함 등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지붕킥은 그 동안 세경과 지훈의 러브스토리만을 다룬 프로그램이 결코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엔딩이 지붕킥 전체인 것처럼 치환되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보기에 지붕킥은 3월 19일 종방을 앞두고 거의 1주일 동안 그동안 펼쳐왔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왔다. 지난주 방송된 지붕킥은 한편한편이 사실상 엔딩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순재와 자옥의 러브스토리는 벌써 해피엔딩으로 결론지어졌고, 이후 견원지간이나 다름없었던 자옥과 현경의 사이 또한 새로운 관계로 전환되었다. 특히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지붕킥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광수와 인나의 이야기에 적지 않은 비중을 둔 부분이었다. 조연들임에도 그들의 성공과 관계 진전의 모습을 아름답게 감동을 버무려 마무리지은 것은 주연에만 얽매이지 않는 지붕킥의 미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회에서도 세경, 지훈 못지않게 비중있게 다뤄진 엔딩이 있었다. 해리와 신애의 이별이 그것이다. 두 꼬마의 이별, 특히 신애를 보내는 해리의 슬픔은 아이와 어른을 떠나 말 그대로 순수한 사람의 감정이 어떠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동화를 이끌어냈다.

아쉬움이라면 줄리엔과 세호의 이야기가 별다른 언급없이 끝나버렸다는 점 정도다.

이처럼 마지막회를 앞두고 몇회 동안 하이킥은 줄곧 마지막을 준비하며 이야기를 하나씩 매듭지어갔다. 3월 19일의 마지막회는 그런 마지막 엔딩들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마지막회니만큼 지붕킥이 가장 공을 들였던 '세경-지훈-준혁-정음'의 4각 러브라인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비록 충격적 결말이라 하나, 내가 보기엔 이 또한 김병욱 PD다운 현실세계의 반영이다. '세경-지훈-준혁-정음'은 어떤 식으로 짝이 지어지더라도 현실과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하고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는 여성과 '주인집 도련님'이 맺어지는 것도 그렇고, 3류 지방대 출신으로 취업도 제대로 못하는 88만원 세대의 여성과 일류대를 나온 의사가 맺어지는 것도 그렇다. 식모와 일류대를 나온 의사는 더 현실과 유리되었다. 정음과 준혁이 맺어지는 것 정도는 현실의 벽이 크게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재판이었을 것이다.

(정음과 준혁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지붕킥은 철저히 현실을 반영했다. 정음이 서운대 출신임을 현경에게 알리고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현경에게 정음이 눈물로 호소할 때 나는 현경이 정음을 받아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현경을 끝내 정음을 외면했다. 아주 독하게. 현실에서 고삐리 과외시키는 부모 대부분이 그랬을 것이다.)

그 속에서 과연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매듭지어야 했을까? 내가 그 적절한 답을 가지고 있다면 나 역시 지붕킥 같은 시트콤을 만들겠지만, 나에게 그런 재주는 없다. 다만 김병욱 PD가 선택한 결말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평하자면, 결론적으로 보건대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현실적으로 맺어지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관계들을 호러 내지는 판타지로 끝을 내면서 이들 관계의 비현실성을 다시 한 번 김병욱답게 풀어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마지막회에 앞서 등장한 준혁과 세경의 키스신은 지붕킥이 혹은 김병욱 PD가 표현할 수 있는 이들 커플의 가장 아름다운 해피엔딩이 아니었을까?

나아가 김병욱 PD는 한 번 보고 단순히 즐거워하거나 슬퍼하는 감정으로 지나칠 수 없는 엔딩을 보였다.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의 여지를 남겼고, 심지어 '진짜 죽었을까'라는 의심의 여지까지 남겼다. 이를 두고 '열린 결말'이라고도 하는데, 어쨌든 판단을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놓은 것이다. 이는 사실 방송제작자들이 시청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라고 본다.

어쨌거나, 지붕킥은 3월 19일만 엔딩이었던 것이 아니었다. 지붕킥은 엔딩조차도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배려하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매듭지으며 차근차근 엔딩을 완성시켜갔다. 지붕킥의 남다른 미덕, 김병욱 시트콤의 남다른 매력은 엔딩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그동안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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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이모저모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참 저두 보고서 한동안 충격에 헤어나오질 못했습니다.;;;;

    2010.03.22 17:35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4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듣고... '에이 설마'... 싶었죠. 특히 그 4명이 신애와 아빠까지 포함되는 건 아닌가 싶어 더 섬칫했구요.
      충격이었고, 저 또한 그 충격에서 헤어나기가 힘들었지만... 헤어나온 지금 돌이켜보면 나쁘지 않은 결말이고, 김병욱 다운 결말이었다 싶습니다. ^^

      2010.03.23 10:31 신고
  2. 동감해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준혁이와 정음이도 해피엔딩이라고 할수 있죠. 물론 사랑에 있어서는 바라는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으니 새드엔딩이겠지만, 인생에 사랑이 큰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절대기준은 아니니까요... 정음이는 직장 입사해서 승진한것도 보여줬고, 준혁이는 대학(세경이랑 같이 들어가고 싶어했던 대학이겠죠?)에 들어갔다고 나오니까요. 왜 다른이들의 엔딩은 안 보여주냐고 많이들 그러던데 줄리엔 빼고는 다 나왔다고 전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나름의) 엔딩이, 마지막 씬이 너무 충격적이라 완전 묻혀버린거 같아요...

    2010.03.23 08:23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그쵸~
      3년이 지나 자신의 길을 새롭게 살아가고 있는 둘의 모습은, 그 자체로 김병욱 시트콤이 추구하는 휴머니즘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봅니다.

      취업하지 못해 갖은 고생을 다하던 정음이 어엿한 직장인으로 자리잡고, 준혁은 세경과의 약속을 지켰고...

      둘 옆에 지훈과 세경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정말 흔한 해피엔딩이었겠죠.

      여지를 남겨 놓는 것... 이렇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니 더 좋지요~ ^^

      2010.03.23 10:35 신고
  3. ㅇㅇ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의합니다..
    그나저나 마지막 세경과 지훈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신세경의 연기는 정말 깊이가 있는 거 같아요.

    2010.03.23 09:57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그래도 그 결말이 너무 슬펐습니다. ㅜ.ㅜ
      그리고... 엔딩에서 내린 비는 진짜 비 같더군요..그래서 그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서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촬영하느라 다들 정말 고생했겠다 싶은 생각에 더 고맙기도 하더군요.

      2010.03.23 10:37 신고
  4. 이분말씀이 정답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 공감합니다. 김병욱PD의 결말중 최고라고 생각이 됩니다

    2010.03.23 09:58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공감해주시니~ 고맙습니다~ ^^
      김병욱 PD가 다음엔 또 어떤 작품을 들고 나올지 정말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2010.03.23 10: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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