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오늘(4/5) 동아일보 사설에 "어설프게 예단하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는 게 옳다"는 주장이 실렸다. '북한 개입설'과 '북한 개입설은 억지'라는 두 주장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양쪽 관점이 모두 성급하다"고도 했다.

백번천번 옳은 말이다.

아직 아무것도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몰아가는 성급하다못해 지극히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주장을 동아일보가 하니, 생뚱맞기 그지없다. 

4월 5일 동아일보 사설


같은 사설에서 동아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어뢰 공격 가능성 언급이나 북한 잠수함의 기동 확인, 지진파의 강도로 볼 때 북의 공격에 의한 천안함 침몰 주장이 한층 설득력을 더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오늘 사설의 시작이 그랬다.

북한이 어뢰로 공격했다는 그 어떤 증거도, 감시에서 사라졌다는 북한 잠수함이 백령도 근방에서 나타났다는 그 어떤 보고도 없는데 동아는 "북한 공격에 의한 천안함 침몰 주장이 한층 설득력을 더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렇게 비이성적으로 결론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동아일보가 짐짓 이성적인 것처럼 "어설프게 예단하기보다"라고 조언하니, 낯 간지러울 따름이다.

4월 5일 동아일보 4면


동아는 오늘 4면에는 <빠른 조류에 파편 쓸려갈 수도... 어뢰 증거찾기 쉽지 않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크게 실었다. 북한이 어뢰 공격을 했음을 기정사실화하고 "보복 등 대책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까지 했다. 어뢰가 사용된 증거가 있기나 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뭐 하나라도 나오면 당장 '전쟁하자'고 나설 것 같다.

중앙일보도 오늘 사설에서 "북한 어뢰 공격설, 기뢰 피폭설, 내부 폭발설, 피로파괴설, 암초설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모두 가능성일 뿐이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특정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칫 위험천만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또한 천번만번 지당한 말씀이다.

4월 5일 중앙일보 1면

4월 5일 중앙일보 8면


하지만 오늘 중앙일보는 1면 머릿기사로 <군, 어뢰 담은 '캡슐형 기뢰' 추정>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군 당국은 사출협 기뢰가 어선 등 북한의 일반 선박에 의해 부설됐을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며 "천암함 침몰 원인 급부상"이라고 부각시켰다. 8면에서는 따로 "'캡슐형 기뢰' 왜 급부상하나"라며 북한이 '캡슐형 기뢰'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집중 부각했다.

이래놓고 사설에서는 "모두 가능성일 뿐이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니, 이게 말인지, 소인지, 개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동아와 중앙의 사설은 사보에 실을 내용이 잘못 출고된 것 같다. 동아와 중앙의 기자들이 들어야 할 말을 왜 사설에다 대고 써갈긴단 말인가.

4월 2일 조선일보 사설


앞서 4월 2일 조선일보는 <나라 품격 갉아먹는 인터넷 속 들쥐들>이라는 깜짝 놀랄만큼 '품격'이 높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정권의 자작극' '한·미 연합군사작전 중에 벌어진 아군의 오폭'이라는 네티즌들도 있다"며 "인터넷에 이런 댓글을 달고 있는 사람들을 정상이라 할 수 없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수치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글을 쓰는 네티즌들을 향해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어 들쥐처럼 몰려다니며 아픈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는 이들의 비열함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고 자극적인 문장을 늘어놓았다.

물론 인터넷에 아무 글이나 싸지르는 못된 인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일보의 이런 주장은 꼭 그들만을 지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야당에서 "정부와 군이 사건을 은폐하고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이것 역시 정도를 벗어났다"고 했으니,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못해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 모두가 아마 조선일보가 규정한 '들쥐'에 해당되는 모양이다. 2008년 촛불에 호되게 당하고 인터넷 여론이라고 하면 경기부터 일으키는 조선일보다운 주장인 것이다.

4월 2일 SBS 8시뉴스


조선일보가 이런 사설을 쓰니 같은 저녁 SBS가 <불신 부풀리는 '괴담'>이라는 제목으로 "실종자 가족들에게 잇따른 오보와 인터넷 댓글은 두려운 존재가 됐다"며 "인터넷에는 음모론이 넘쳐난다"고 보도했다.

초지일관 '북한 개입설'에 무게를 두며 "천안함 관련 후속 조치는 때론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비상한 결단을 요구할 수 있다"고 국민을 협박하기까지 하는 조선일보는 그렇다치고 SBS가 '오보' 운운하고 나서니 이 또한 민망하기 그지없다. 천안함이 "북한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뉴스속보까지 내 시청자들을 혼란시켰던 것이 과연 누구길래 '인터넷 음모론'을 질타하고 있느냐는 말이다.


인터넷에 온갖 설들이 분분하는 이유는 오로지 국방부가 뭐가 캥기는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시시각각 말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중동 등이 그런 국방부를 비판하기는커녕 국방부의 발표 중에서도 '북한 연관설'만 뽑아 대서특필하며 여론을 몰아가려 하기때문이다. 정보가 없고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나 자신이 아는 깜냥 범위 내에서 천안함 침몰 이유를 제각각 분석하니 그럴 수밖에 없으며, 조중동이 일방적으로 여론을 몰아가려는 것에 균형을 잡으려니 반대 주장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중동S는 지들 주장만 옳은 것처럼 지면과 방송을 동원하고, 인터넷에서는 괴담만 횡행하고 들쥐들이 우글대는 것처럼 또 다시 여론을 호도하니 가관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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