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KBS에서는 김미화씨의 모습은 물론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게 될 모양이다. 그리고 명진 스님의 인터뷰도 KBS에는 등장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가 발표한 성명에 의하면, 어제 KBS는 김인규 사장이 주재한 임원회의에서 '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한다. 이런 지적은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형태로 제작현장에도 하달됐다고 한다.


KBS 임원회의에서 문제 삼은 프로그램은 4월 3일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다큐3일) '도시의 기억 종로 장사동 기계공구골목 72시간'이고, '논란의 대상'이라고 한 내레이터는 다름 아닌 김미화씨라고 한다.

출처-미디어오늘


KBS새노조에 따르면, KBS 임원회의에서는 김미화씨가 '다큐3일' 내레이터를 맡은 것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게이트키핑을 강화하기 위해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적임자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논의까지 했다고 한다.

즉 앞으로 KBS에 '내레이터 구성위원회'라는 것이 만들어진다면, 김미화씨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 더 이상 내레이터를 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목소리만 등장하는 내레이터조차 맡기지 않는데, 김미화씨가 KBS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조차 이제 원천봉쇄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KBS 직원들이 '관제사장'이라 불렀던 이병순이 들어선 직후 2008년 가을에 KBS에서는 윤도현, 정관용, 유창선 등이 줄줄이 사라지고, 이듬해엔 김제동까지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하더니, 이제 김미화도 KBS에서 사라질 위험에 처한 것이다. '관제사장'이나 '특보사장'이나 하는 짓이 어찌 이리도 같을까?

KBS 임원회의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김미화씨가 4개월 전에는 KBS '환경스페셜' 내레이터를 맡아 KBS 심의위원으로부터 "정감있는 따뜻한 목소리로 효과적이었다"고 호평을 받았다는 점이다. KBS새노조는 이를 두고 "이후 우리는 임원회의에서 이를 두고 그 어떤 이의가 제기됐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런데 4개월 동안 김미화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되고 그로 인해 '내레이터 선정위원회'까지 논의되는 것을 보며, 도대체 KBS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4개월 동안 김미화씨에겐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극우매체에서 김미화씨를 두고 '친노연예인'으로 낙인찍은 것에 대해 김미화씨가 명예훼손 소송을 걸어 승소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일은 전혀 김미화씨가 문제될 일이 아니고 오히려 김미화씨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이 해소된 일이었다.



김미화씨에 대한 보수우익단체의 어처구니없는 편향성 시비로 논란이 빚어졌지만, 지난 4개월 동안 오히려 그 논란이 없어진 셈이다. 그런데 4개월 전에는 호평했던 내레이터를 두고 이제 와서는 '논란의 대상'이라며 '내레이터 선정위원회'까지 만들어 출연을 규제하겠다니, 정말 KBS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모를 일이다.

한편 KBS새노조에 따르면 KBS 임원회의에서는 4월 2일 방송된 ‘특별기획 천안함 침몰’ <국민의 마음을 모읍시다>라는 프로그램에 명진 스님의 인터뷰가 나간 것조차 "부적절하다는 심의지적이 있었다"며 "객관성있는 섭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명진 스님을 인터뷰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명진 스님이 인터뷰한 내용을 찾아봤다. 명진 스님은 "많이 슬프고 괴로운 마음 가라앉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저도 기도 열심히 해드리겠습니다"는 딱 한마디를 했을 뿐이다. 그것도 명진 스님 한 명의 인터뷰가 아니라 사회 각계의 인사들의 인터뷰가 나가는 와중에 포함됐던 한마디였다. 심지어 그 프로그램에 인터뷰한 사람 중에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회 회장'이라는 박찬성의 인터뷰까지 있었다. 이 단체가 어떤 단체고, 박찬성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이런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없이 유력한, 그리고 존경받는 종교계 지도자의 인터뷰 한마디조차 문제 삼는 KBS 임원들을 보니 참으로 가관이다.


그렇지 않아도 KBS 뉴스에서는 명진 스님의 안상수 관련 발언들이 거의 소개되지 않는데, 앞으로는 아예 등장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KBS새노조는 관제사장 시절 일어난 출연자 물갈이와 관련해 "'KBS에 출연자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소문이 KBS 안팎에 횡행했다"며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확인된 바 없지만, 편협한 시각으로 출연자들을 솎아내는 KBS의 행태는 지탄의 대상이 됐고 KBS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평가다.

그리고 "특보사장이 들어선 뒤 눈엣가시인 직원들에 대한 보복뿐만 아니라 또 다시 출연자들에 대한 숙청까지도 이뤄진다면 KBS는 더 이상 수렁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 역시 정확한 상황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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