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창사이래 최대 규모 조직개편"이라며 이른바 'KBS 혁신안'이라는 것을 내놨다. 현재 KBS 조직을 5본부 3센터로 바꾸고, 2014년까지 현재 정원 5,500명을 약 4,400명으로 줄여 1,100여명을 감축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현재의 편성본부를 사장 직속의 '편성센터'로 바꾸겠다는 것, PD/기자 협업을 한다며 시사프로그램 제작기능을 보도본부로 통합시킨 것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는 방송사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편성권'의 독립을 뒤흔든다는데서 문제가 있고, 후자는 <추적60분> 등 시사고발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PD들을 보도본부에 통합시켜 비판기능을 없애거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데서 문제가 있다.


그리고 110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것은 KBS의 오랜 숙원인 수신료 인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이는데, KBS 스스로도 "KBS가 수신료 현실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이번 조직 개편을 수립했다고 밝히고 있다.

편성권이 흔들리는 문제나, PD/기자 협업이 가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오늘자 한겨레 사설과 KBS PD들이 내놓은 입장을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는 KBS가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한가지를 짚어보려 한다.

6월 8일자 한겨레 사설


펼쳐두기..



KBS는 1100명을 감축한다며 800명은 정년퇴직을 통한 자연감축으로 가능하며 300여명은 자회사 전환 등 아웃소싱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명예퇴직도 추진하며 퇴출 구조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500명 정원에서 1100명을 감축한다면 정원의 20%를 감축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숫자다. 공영방송 KBS를 움직이는데 이렇게나 많은 인력을 줄여도 괜찮은지 잘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스스로 그렇다고 하니 일단 그렇다고 보자. KBS가 그토록 방만한 조직이었다면 줄일 수 있다. 아니 줄여야 할 것이다. KBS 김인규 사장은 이런 계획을 내놓고, 실행에 옮기면서 '자, 우리도 이렇게 허리띠를 졸라맸으니 수신료 좀 올려달라' 뭐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게다. 일단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KBS가 내놓은 조직개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력은 감축되는데 간부의 숫자는 오히려 늘어난다고 한다. 지금 408명이 428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직원 숫자는 20% 감소하는데, 간부 숫자는 약 5% 정도 늘린다는 것이다. 몸집을 줄이되 머리는 키운다는 것인데, 내가 보기에 무슨 이런 조직혁신이 있나 싶다.

KBS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판단됐는지, 'KBS 사보 특보'를 내면서 "전체 인력은 축소한다고 했는데, 관리자 수는 거꾸로 증가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에 "관리자 수는 보스턴컨설팅사가 제시한 것으로 과거 팀제로 인해 붕괴되었던, 간부의 팀원 관리 범위를 정상화 하는 조치이다. 간부 1인당 관리 범위가 최소 6명에서 최대 20명이어야 적절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조직 관리론에 따른 것이다. 임원급 보직 수는 1개 줄었으며, 차장급의 경우도 3개 줄었다. 다만 국장, 부장 보직자 수가 다소 늘었으며, 전체적으로 20개 정도 늘어난 것으로 무리한 것이 아니다"며 자문자답을 내놨다.

KBS 사보 특보 중


그런데 KBS가 스스로 내논 답을 살펴봐도 납득이 되질 않는다. KBS는 '과거 팀제로 인해 붕괴되었던, 간부의 팀원 관리 범위를 정상화 하는 조치'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정상화'는커녕 과거로 회귀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과거 팀제'는 정연주 사장이 들어온 뒤 2004년 KBS의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마련한 제도인데, 당시 이 제도를 도입한 근거로 내세웠던 것이 'KBS에는 간부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정연주 사장이 들어오긴 전 KBS가 피라미드 형식의 조직구조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또는 역피라드식의 조직구조로 과장하자면 일반 직원보다 오히려 간부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정연주 사장이 KBS를 일하는 조직으로 바꾸고자 현장 중심의 조직으로 바꾸고자 팀제를 도입했다고 알고 있는데, 낙하산 특보사장 김인규는 이를 거꾸로 되돌리려 하는 것이다.

과거 KBS에는 이른바 '창가족'이라는 족속들이 있었다고 한다. 간부들이 많다 보니, 할 일은 없고 하루 종일 창가만 바라보고 사무실을 어설렁거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김인규는 이 '창가족'을 부활시키려는 것일까? 아니 굳이 과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직원의 숫자를 1000명 넘게 줄이면서 오히려 간부는 늘린다는 것이 도저히 정상적인 조치인지 납득할 수 없다.

KBS는 거창하게 '조직론'을 들먹이지만, 사장의 입장에서 간부를 늘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곧 조직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간부를 늘린다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을 사장에게 줄 세운다는 것이고, 자신의 손발을 늘린다는 의미다. 회사의 간부가 된다면 웬만해서는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회사의 방침에 저항하기 힘들다. MBC 파업 과정에서 보직부장들이 자신의 이름까지 내걸고 성명을 낸 것을 지극히 의외의 사례다. 일반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

정리하자면, 낙하산 특보사장 김인규는 KBS에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직원들은 줄이는 대신 자신의 손발은 늘려서 앞으로 KBS를 더욱 더 완전한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조직 줄였으니 수신료 올려달라'고 국민들에게 손을 내밀 판국이다. 그 손을 어떻게 해야 할까? 판단은 매달 2500원씩 KBS의 수신료를 내고 어쩌면 앞으로 6500원이나 올려서 내야 할지도 모르는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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