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8/26) 대한산악연맹이 "오은선의 칸첸중가 미등정 의혹과 관련해 오은선은 정상에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 의혹을 다룬 이후 논란이 재점화된 이후 결국 산악연맹에서조차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을 인정하지 않게 된 것이다.

오은선이 칸첸중가에 올랐다고 한 뒤 그리고 이른바 14좌 등정을 성공했다며 안나푸르나 정상에 오른 뒤 대부분의 국내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오은선 영웅만들기에 나선 바 있다. 이제 산악연맹에서 이를 부정하는 결론을 내렸는데 과연 언론들은 이를 어떻게 다뤘을까. 살펴보던 중 동아일보와 KBS에서 재미난 부분이 발견됐다.

먼저 동아일보.

동아는 오늘자 스포츠면에 관련 기사를 게재했는데 제목이 가관이다.

8월 27일 동아일보. 사진이 재밌는데 아래 확대된 사진을 보기 바란다.


<오은선 없는 자리서 '속전속결' 결론 논란>이란 메인 타이틀이 크게 박히고 그 위에 작은 글씨로 <대한산악연맹 "오은선, 칸첸중가 미등정">이란 제목이 붙었다.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 의혹이 중심이 아니라 산악연맹의 결정에 의혹과 의구심, 비판을 제기하는 게 중심인 것이다.

동아는 본문에서 "이번 결정이 너무 성급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오은선은 참석하지 않은 자리에서 결론을 내고 발표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며 산악연맹의 결론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나아가 산악연맹의 결정에 참여한 산악인들에 대해 오은선이 '나뿐 아니라 당신들이 오른 히말라야 8000m 급 모든 고봉의 정산 사진을 비교하자'고 공개한 것을 거론하며 "결국 과거 국내 산악인들의 많은 등정이 의혹을 받고 14좌 완등자 3명의 기록에 대한 재검토도 잇따르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고까지 주장했다.

논란의 핵심이 오은선임에도 다른 산악인들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그런데 이 기사의 제목과 내용보다 더 재밌는 건 기사에 딸린 사진이다.

8월 27일 동아일보의 오은선 의혹 관련 산악연맹 입장 발표 기사에 딸린 사진


동아일보는 사진 제목을 <정상인가 아닌가>로 달고 오은선이 칸첸중가 정상이라며 찍은 사진이 아니라 뜬금없이 오은선이 지난 4월에 오른 안나푸르나 정상 등정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실은 것이다. 사진 캡션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으면 칸첸중가인지 안나푸르나인지도 모를 사진을, 그것도 누가봐도 정상처럼 보이는 사진을 실은 것이다.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 의혹의 핵심은 오은선이 칸첸중가 정상이라며 찍은 사진에서부터 제기됐다. 사진으로서는 그곳이 정상인지 아닌지 불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사진에서 오은선이 정상 등정 도중에 잃어버렸다던 수원대 깃발을 품에 간직하고 있음을 밝혀내 오은선이 정상에 등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의혹의 핵심인 이 사진을 누락시키고 뜬금없이 안나푸르나 사진을 실은 것이다.

8월 27일 중앙일보의 산악연맹 입장 발표 관련 기사. 제목도 무난하고 의혹의 대상이 된 사진을 게재했다. 이 정도는 이번 사안을 다루는 기본이다.


왜 그랬을까?

KBS에서도 재미난 구석이 발견된다.

어제 산악연맹을 발표는 거의 모든 매체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다. 그런데 KBS는 이를 메인뉴스프로그램인 <뉴스9>에서 아예 다루지 않았고 이어진 스포츠뉴스에서도 짤막한 단신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두 문장으로 된 보도 내용도 "대한산악연맹이 최근 논란이 된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에 대해 정상 등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는 내용 한 문장, "이에 대해 오은선은 산악연맹의 발표에 유감을 표시하고, 추가 증거 자료를 입수해 산악연맹과 다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 한 문장이었다. 국내의 권위있는 산악단체의 입장과 의혹의 당사자인 오은선의 입장을 똑같은 비중으로 보도한 것이다. 당연히 산악연맹이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는 전혀 언급이 없다.

오은선 의혹을 재점화시킨 SBS는 물론 MBC도 비중있게 산악연맹의 발표를 다뤘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오은선과 동아일보, 오은선과 KBS는 특수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KBS부터 살펴보자.

동아일보의 사진을 보면 오은선의 가슴에 태극기와 함께 KBS 마크가 찍혀 있는 걸 볼 수 있다. KBS는 오은선의 공식 스폰서이며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과 안나푸르나 등정에 동행했던 방송사다. 특히 오은선의 안나푸르나 등정 때는 '14좌 등정' 도전을 강조하며 생중계로 오은선의 등정 소식을 시시각각 전한 것은 물론 뉴스에서도 이를 중요하게 보도했고, 다큐멘터리까지 만드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지난 4월 27일 KBS 9시뉴스 첫보도. 위는 인터넷 기사의 제목이고, 아래는 9시뉴스 기사 제목이다.


MB시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가 이른바 '국위선양'을 위해 오은선을 적극 활용했던 것이다. 오은선이 안나푸르나에 오르던 날 KBS는 첫보도에서 "안나푸르나 정상에는 자랑스런 태극기가 휘날렸다"고 앵커가 코멘트했고, 이어진 보도에서는 "특히 우리나라는 엄홍길 씨를 비롯해 산악인 4명이 히말라야 14좌에 오르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완등자를 배출한 등산 최강국의 입지도 굳히게 됐다"고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KBS는 오은선 14좌 등정을 중계한다는 명목으로 블랙야크 등으로 부터 총 10억원의 협찬금을 받아, 생중계 과정에서 이들 협찬주들의 로고를 노출시켜주기도 했다.


이미지출처:미디어오늘


이런 KBS이니 오은선의 국위선양의 결과인 '14좌 등정'을 흠집내는 산악연맹의 발표를 중요하게 취급할리가 없다. KBS에게 진실을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동아일보도 비슷하다.

오은선의 가슴에 동아일보 마크가 없달뿐 동아일보도 KBS와 비슷하게 오은선의 '14좌 등정'을 다뤘고, 동행취재까지 했다. 오은선이 안나푸르나 등정으로 '14좌 완등'에 성공했다던 다음날 동아일보는 1면은 물론 2면, 3면, 그리고 스포츠면까지 4개 지면에서 이를 소개했고,  "오은선 대장의 안나푸르나 등정에는 동아일보가 함께 했습니다"는 '사고'까지 붙이기도 했다.

4월 28일 동아일보 3면. 맨 아래 빨간색 박스부분을 확대하면 다음과 같은 '사고'를 볼 수 있다.


애초 오은선의 안나푸르나 도전은 지난해 9월에도 시도됐으나 기상악화도 실패한 적이 있다. 당시 동아일보는 오은선 옆에 기자 한 명을 붙여 '한우신의 히말라야 통신'이라는 연재기획기사를 열차례나 내보내기도 했다. 이 연재를 시작하던 날 동아일보에는 연재기사 아래 오은선의 공식후원업체인 블랙야크 광고가 게재됐다.


물론 적어도 신문의 경우에는 동아일보만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대다수 언론이 마찬가지였는데, 관련해서는 아래 기사를 살펴보기 바란다.


어쨌거나 오은선 의혹을 다루는 동아일보와 KBS를 보며 이들이 아직 '황우석 사태'의 교훈에서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음을, 그리고 이들 스스로가 언론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교묘하게 사진으로 장난친다고 해서, 의도적으로 논란을 회피한다고 해서 진실이 묻히지는 않는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다. 그게 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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