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새로운 수목드라마 <도망자 Plan B>(이하 <도망자>)가 9월 29일 밤 첫방송을 시작한다. 앞서 방송된 <제빵왕 김탁구>가 50%를 육박하는 시청률로 이른바 '국민드라마'에 등극하며 대박을 거둔 데 이어 편성된 <도망자>.

흔히 대박난 드라마에 이어 방송되는 드라마의 흥행 여부가 관심거리로 대두되지만, 나는 <도망자>가 <김탁구>의 명성을 뛰어넘는 화제의 드라마가 되리라 감히 장담한다.

남녀노소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김탁구>에 비해 <도망자> 또한 모든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도망자>가 <김탁구>만큼 높은 시청률이 나오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드라마를 둘러싼 화제만큼은 감히 <김탁구>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감히' 장담한다. 특히 '블록버스터' 드라마로서, 드라마 장르에 일궈낼 성취는 <김탁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리라 '감히' 기대한다.


정지훈(비), 이나영, 다니엘 헤니, 윤진서, 이정진 등을 필두로 한 초호화캐스팅에다 일본, 마카오, 필리핀, 중국 등을 넘나드는 해외 로케이션 등 이미 겉으로 보이는 부분도 눈길을 잡지만 내가 <도망자>를 기대하는 가장 결정적 이유는 이 드라마의 메가폰을 다름 아닌 곽정환 PD가 잡았기 때문이다.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내세운 수많은 드라마가 있지만 적지 않은 허장성세의 경우를 봐왔다. 물론 <도망자> 또한 기대감만 한껏 높이고 소리 소문 없이 종영하는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나는 곽정환 PD 때문에 <도망자>가 그런 드라마가 되리란 우려를 감히 접을 수 있다.

나는 왜 이토록 곽정환 PD에 열광하는 것일까?

아는 사람은 알테지만 곽정환 PD는 드라마 <추노>의 연출자였다. 심히 외람된 표현이지만 나는 <추노>를 본 뒤 한국의 드라마를 잘 보지 않게 됐다. <추노> 때문에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고, 그래서 고만고만 만든 다른 드라마들이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곽정환 PD


<추노>는 사극이었지만 사극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극이었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드라마였다. 300년을 훌쩍 뛰어 넘는 과거의 이야기였지만 현 시대가 살아 있는 드라마였고, 조선시대의 모습을 담았지만 그 어떤 현대물보다 현대적이었다. 내용적 완결성, 출연자들의 연기력, 모든 등장인물을 주연급처럼 만든 세심한 배려와 짜임새, 거기다 드라마의 메시지와 영상미까지, <추노>는 감히 이전에 없었던 드라마였다.

그런 <추노>의 모든 것을 조율하면서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곽정환 PD다. 거기에 <추노>의 대본을 쓴 천성일 작가까지 <도망자>의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어떻게 <도망자>에 기대감을 가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물론 드라마 연출자 한명이 드라마의 모든 것을 담보할 수는 없다. <도망자>를 기대하는 결정적 이유가 곽정환 PD이긴 하지만 오로지 곽정환 PD 때문에만 <도망자>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코믹액션첩보물'이란 장르가 마음에 든다. 액션첩보물은 그동안 몇번 등장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나 <아이리스> 등이 대표적일 거다. 하지만 온전히 액션과 첩보만 담기에 한국 드라마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24> 시리즈 등 미드와 '본 시리즈' 등 헐리우드 영화에 이미 눈이 익은 시청자들을 충족시키기에 한국의 액션첩보드라마는 부족했다.

한국적 색채를 담아 코믹함을 더한다면 제작비 등 제작환경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관련해 <도망자>에 '제임스 봉'으로 출연하는 조희봉이나 '나까무라 황'으로 등장하는 성동일'의 역할이 기대된다. 성동일은 <추노>에서 보인 '천지호' 이상을 보여줄 것이 틀림없고, 역시 <추노>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장렬히 죽어간 노비 '끝봉이'를 맡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조희봉은 <추노>에서 이한위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지훈도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비'는 '가수 비'일 때 보다 '연기자 정지훈'일 때가 더 좋다. 특히 '닌자 어쌔신'처럼 초클릿복근을 내세워 인상 쓰는 모습보다 <상두야 학교가자>라든지 <풀하우스>처럼 정지훈의 천연덕스러우면서 자연스러운 코믹한 연기를 좋아한다.<도망자>는 정지훈의 장기를 잘 살릴 수 있는 드라마 장르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역시 개인적 호불호에 따른 것이지만 <도망자>가 이나영의 모습을 오랜만에 TV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것 또한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나영은 <네멋대로 해라>와 <아일랜드> 등을 통해 워낙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 바 있다. 그런 이나영이 <도망자>에서 '청순함과 화려함을 오가며 다채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예정'이라며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한다고 한다. 기대가 높다.


심지어 <도망자>에서는 전설적 홍콜느와르 '영웅본색'의 '적룡'까지 볼 수 있고, 그외 카메오 출연이 예고된 인물들의 등장도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곽정환 PD는 오늘 있은 <도망자> 제작발표회에서 "어떠한 기대를 해도 기대가 빗나가고 예측을 벗어나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라며 "새로운 각오로 '추노' 와 전혀 다른 재미를 선사해드리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흔히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기대와 예측을 벗어나는 '색다른 재미'를 언급한 대목이 주목된다.

곽정환 PD의 말대로 <도망자>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맘껏 선사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아직 제대로 선보인적 없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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