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추적60분> '4대강'편 불방 사태와 관련해 아주 의미심장한 자료를 하나 공개했다. 예고편까지 나간 추적60분이 불방된다는 사실이 전해진 직후부터 정권의 압력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KBS본부가 공개한 자료는 정권의 압력이 사실이었음을 밝히는 중대한 증거다.

KBS본부가 공개한 12월 3일자 KBS '정치외교부 보고'에 따르면,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수신료 인상 문제, 물가 부담 때문에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여기 기류가 좀 그래..."라고 말한 걸로 나온다.

김연광 청와대 정무1비서관도 "수신료 좀 분위기가 안 좋다. 물가 등 얘기 나온다. 거기에다 홍보 쪽은 물론 이고 김두우 기획관리실장도 KBS가 천안함 추적60분 이어서 경남도 소송 관련 추적60분을 하는 등 반정부적인 이슈 다룬다며 KBS가 왜 그러냐고 부정적인 보고 했다. 그런 분위기도 참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걸로 나온다.

KBS본부가 공개한 12월3일 KBS 정치외교부 정보보고 문건



KBS 정치외교부 기자가 직접 들은 말들이다. 정진석 수석과 김연광 비서관의 말의 정리하자면, '추적60분이 반정부적 이슈를 다뤄 수신료 인상 분위기가 안 좋다'는 것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추적60분 때문에 KBS 수신료 인상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청와대 고위 관리가 KBS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하면 KBS 기자가 이런 '정보보고'를 통해 KBS 간부들에게 쪼르르 알릴 것은 당연지사. 이는 KBS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청와대 관리도 아는 일이고, 그 말을 들은 KBS 기자도 아는 일이다. 따라서 정진석 등의 말은 '그래도 추적60분을 그냥 둘거냐?'는 말 그대로 '압력'이자 나아가 '협박'이나 다름없다.

아니나 다를까. KBS본부에 따르면 '추적60분' 제작팀은 11월 10일 4대강 관련 아이템 추진을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에게 보고했고, 12일부터 촬영을 시작해 이 정보보고가 있기 전까지는 순조롭게 제작이 진행되다, 정보보고가 있은 직후부터 방송보류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12월 3일엔 이정봉 보도본부장이 부사장에게 추적60분 방송보류 검토를 건의했고, 12월 6일엔 이화섭 국장이 제작팀에게 방송을 연기하면 어떻겠냐고 제의했으며, 12월 7일엔 조대현 부사장이 강희중 '추적60분' 팀장을 불러 방송연기를 제의했고, 거부당하자 결국 그날 오후 보도본부장이 주관하는 보도본부 국장급 회의에서 방송보류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12월 8일, 예고편까지 나갔던 '추적60분' 4대강편은 불방됐고, BBC다큐멘터리가 그 자리가 채웠다.

KBS본부는 13일 오후3시부터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공정방송위원회를 열어 사측에게 이를 따졌지만, KBS 사측은 '정치외교부 보고서와 방송 보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하긴 어떤 증거나 나와도 발뺌을 할 사람들이니, 뭐라고 강변하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KBS 정치외교부 정보보고' 문건과 '추적60분'이 불방되는 과정을 통해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음을, 그리고 KBS 사측이 이에 굴복(뭐 원래 한몸인지라 굴복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다)했음이 '사실'로 밝혀졌다는 그 자체다.

이로써 정권에 완전히 장악된 KBS의 추악한 실체가 다시 한 번 입증됐는데,

나는 역으로 이번 '추적60분' 불방 과정이 드러난 것을 포함한 최근 KBS와 관련된 몇가지를 보며 마침내 '정권의 나팔수 KBS'에 균열이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하게 됐다.

가장 먼저 청와대에서 지적했다시피 '추적60분' 천안함 관련 방송이 예정대로 방송되었던 일을 꼽을 수 있다. 그때도 이화섭을 비롯한 KBS 사측은 방송을 막으려 온갖 추태를 부렸지만 방송을 막지 못했다.

다음으로, 지난주 '개그콘서트'에서 안윤상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보온병 포탄 발언'을 패러디한 개그를 선보인 것을 들 수 있다. 솔직히 일요일 개콘에서 안윤상의 개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KBS에서 집권여당 한나라당 대표의 수치스러운 발언을 꼬집다니!'...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개그였다. 아니 정권의 장악된 KBS에서는 있을 수 없는 개그였다.

동혁이형이 시사와 관련된 개그를 선보이지만, 그건 말 그대로 시사풍자일뿐 정치풍자는 아니었고, 솔직히 풍자라기보다는 대부분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샤우팅'을 할 뿐 시원하게 권력을 꼬집는 건 없었다.

그런데, 안윤상이 안상수를 패러디했다? 적어도 나는 일대 사건으로 봤다. 두겹세겹, 출연진까지 솎아내며 이뤄졌던 정권 나팔수 KBS의 철통 같은 게이트키핑이 일단 예능에서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최근 중대한 변화를 보인 프로그램이 바로 '미디어비평'이다.

알다시피 '미디어포커스'가 폐지된 뒤 만들어진 '미디어비평'은 '비평'은커녕 하나마나한 주제로 하나마나한 이야기나 하던 하나마나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미디어비평'이 최근 현격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지난 11월 26일 방송에서 '미디어비평'은 '청와대 대포폰'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비평하며 놀랍게도 자사의 보도까지 강도높게 비판했다. MBC와 SBS가 주요 뉴스로 보도한 반면 "하지만 KBS는 국회 파행을 보도하며 세 문장으로만 이 소식을 전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중동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날 '미디어비평'의 마지막 코멘트는 다음과 같다.

'대포폰 논란'의 핵심은 불법 사찰과 범죄 은폐입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도, 일부 언론은 단순 중계식 보도로 사실 검증이라는 기본에도 충실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KBS '미디어비평'

'미디어비평'의 변화는 여기에만 머물지 않고 그 다음주에는 '연평도 포격' 관련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적절하게 짚었고, 지난주에는 'PD수첩 무죄 판결'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정부도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소송이라는 법적 대응에 앞서 언론의 영역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우선해야한다"며 "자유로운 언론만이 진실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엔 삼성의 3대세습과 관련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다루며 "경영 세습에 대한 비판 기사를 찾기 힘들었다는 점을 볼 때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예 포기하고 있었던 프로그램이 최소한의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KBS가 정권에 완전히 장악되었다면 있기 힘든 현상이다.


KBS본부가 한달동안 파업을 할 때 발표한 이른바 '대국민 반성문'


이 모든 일들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KBS본부가 "KBS를 살리겠습니다!"라며 파업을 벌이고 난 뒤 벌어지고 있다. 파업 이후 몇 달 지나긴 했지만 제작 현장에서 언론인의 양심을 지키고 스스로의 본분을 다하려는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파업을 벌였던 KBS의 양심적인 언론인들의 힘이 추적60분 천안함 편은 지킬 수 있고, 안윤상의 패러디는 내보낼 수 있으며, 미디어비평을 조금은 이름값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 정도로 커졌다는 것이다.

이번 '추적60분' 4대강 방송은 비록 불방됐지만, 이 또한 예전처럼 그냥 성명서나 내고 규탄하는 데서 끝난 것이 아니라 보도본부장에게까지 보고되는 내부 정보보고 문건을 입수해 기어이 폭로한 것 또한 파업을 벌였던 KBS본부다.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방송사 정치외교부라 하면 권력과 굉장히 밀접한 친분관계를 가지는 사람들이고, 정권에 장악된 KBS에서 정치외교부 소속이라는 것은 친정권적 성향의 기자들이 다수를 이룬다고 봐야 한다. 그런 부서에서 KBS 상층에 보고하는 내부 정보보고 문건을 정권에 비판적이고, 특보사장에 비판적인 KBS본부가 입수해 공개했다는 것은 그만큼 KBS 내부의 균열이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멀었다.
KBS가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아직 멀고도 멀었다. 하지만 이미 의미 있는 변화는 시작됐고,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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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ed hardy uk  수정/삭제  댓글쓰기

    프로그램으로 만들 정도로 커졌다는 것이다.

    2011.01.20 19: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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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전문 블로그 : 미디어후비기
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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