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의 판매량을 두고 해프닝성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삼성전자의 한 임원의 발언을 빌어 '갤럭시탭이 200만대가 팔렸다'는 삼성전자의 발표가 사실이 아니라는 기사를 보도했는데, 알고 보니 WSJ이 삼성전자 임원의 코멘트를 잘못 듣고 '오보'를 냈다는 것이다. 

알만한 사람은 아는 내용이니 간단히 이 '해프닝'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삼성전자의 실적발표가 있었던 1월 28일 어떤 질문자가 "갤럭시탭이 출하물량은 많지만 소비자 구매 대수는 매우 적다는 얘기를 들었다. 출하물량과 소비자 구매 대수를 구분해 말해달라"고 질문했는데, WSJ는 이 질문에 대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해외마케팅 이영희 전무가 "갤럭시탭 판매량은 통신사 판매 물량(sell-in)은 200만대고 실제 소비자가 구매한 물량은(sell-out)는 꽤 작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 보도가 '오보'라고 했는데, 사연인 즉슨 이영희 전무가 "실제 소비자 대상 판매도 매우 순조로웠다(quite smooth)고 믿는다"고 말한 것을 '작다(quite small)'로 잘못 듣고 쓴 '오보'라는 것이다. 

WSJ는 "quite small"을 "quite smooth"로 정정했다.


-이 기사(바로가기 : Samsung Galaxy Tab Sales Not As Fast As Expected)의 아래에 다음과 같은 '정정'이 붙었다)

Corrections & Amplifications

Samsung executive Lee Young-hee said Galaxy Tab sales were “quite smooth,” according to a recording of the company’s conference call with analysts. This post relied on a transcript of the call, which quoted her erroneously as saying they were “quite small.” Samsung said the transcript, done by a third party and initially cited by a company spokesman, has since been corrected.


삼성의 반박 이후 WSJ의 보도는 '오보'로 기정사실화되었는데, 여기서 1차 의문이 있다. 

이 전무의 대답은 분명 'quite small'이 아니라 'quite smooth'가 맞다. 따라서 WSJ가 이 말을 'quite small'이라고 쓴 것 자체는 잘못이다. 그런데 이는 '오보'라기 보다는 '실수'에 가깝다. 

특히 이 전무의 발언을 잘못 받아 적었다는 부분을 빼놓고 WSJ의 기사를 보면, 어쨌거나 이 기사는 '삼성이 통신사에 넘긴 물량은 200만대이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팔린 물량은 적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아직 '오보'로 증명되지 않았다. 

삼성에서 WSJ이 잘못 받아적었다는 부분은 해명했지만, 아직 갤럭시탭의 실제 판매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영희 전무의 발언도 "우리는 'sell out'이 순조롭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얼마나 순조로운지도 밝히지 않았고, '순조롭다'는 것도 단정적인 표현이 아니라 '믿는다'는 것이다. 


(삼성이 공개한 이영희 전무의 발언)

정리하자면, WSJ의 기사는 '오보'일 수 있으나 기사의 내용은 '오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WSJ의 기사가 1월 31일 나왔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이 상황은 그대로다. 그 이후에도 삼성이 실제 판매량의 정확한 수치를 밝힌 적은 없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지난 3월 2일 애플의 잡스는 '아이패드2'를 공개하면서 "삼성 갤럭시탭이 유통사에 판 것은 200만 대를 넘었지만 소비자에게 실제 판매된 것은 아주 적었다고 하더라"는 발언을 한다. 

그러자 잡스의 발언이 삼성을 깎아내리기 위한 "왜곡"이라는 보도가 한국 언론에서 줄을 이었다. 특히 중앙일보에서 그런 기사들이 등장했다. 


중앙일보는 3월 5일 <스티브 잡스의 '현실 왜곡'>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잡스는 삼성전자 태블릿PC '갤럭시탭'에 대해 “제조사가 유통사에 판매한 것은 200만 대를 넘지만, 이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실제로 판매된 것은 아주 적다”는 한 미국 언론 보도를 인용했다. 하지만 이는 '아주 순조롭다(quite smooth)'라는 발언을 '아주 적다(quite small)'로 잘못 듣고 쓴 오보였다"고 보도했다. 그 아래에는 <'잡스의 왜곡'에 속앓이 하는 삼성전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3월 4일 <아이패드2보다 잡스에 더 놀란 '71분 깜작쇼'>에서 잡스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에 대해서는 "유통점 판매는 200만 대를 넘어섰지만 소비자에게 실제로 판매된 경우는 아주 적을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인용해 원색적으로 공격했다"며 "하지만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아주 순조롭다(quite smooth)'는 삼성전자 임원의 말을 '아주 적다(quite small)'로 잘못 듣고 쓴 오보라고 삼성전자가 이미 밝힌 바 있다. 잡스가 오보를 인용한 것이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인터넷판 기사에서 <스티브 잡스, 아이패드2 출시 행사에서 삼성전자 비아냥>에서 "잡스는 오보를 인용해 삼성전자 등을 공격하기도 했다"며 "삼성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아주 순조롭다(quite smooth)'는 삼성전자 임원의 말을 '아주 적다(quite small)'로 잘못 듣고 쓴 오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잡스의 발언을 두고 "왜곡", "비아냥", "폄하" 등 부정적 단어들이 이들 언론의 기사에 등장했지만 그 어느 곳도 갤럭시탭의 실제 판매량이 어느 정도인지 밝히려는 곳은 없었다. 그저 삼성이 '오보'라니깐 WSJ는 오보를 한 것이고, 잡스는 왜곡하고 비아냥거린 것이 된 셈이다. 

이처럼 잡스 또한 '왜곡'을 한 것이 기정사실화되어 가는 와중에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하게 됐다. 다름 아니라 조선일보의 기사를 통해서다. 


3월 8일 조선일보 <아이패드 對 갤탭, 현재 6대1이지만…>에 "최근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즌(Verizon) 관계자를 만났다가 갤럭시탭 판매량 때문에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런 내용을 소개했다. 

버라이즌을 비롯한 미국 통신업체들은 두 팔을 벌려 삼성 갤럭시탭을 환영했다. 그러나 결과가 기대만큼 좋지는 않다. 삼성전자는 약 100만대의 갤럭시탭을 미국 버라이즌과 티모바일에 넘겼다. 막상 물건을 넘겨받은 버라이즌이 큰 재미를 못 봤다. 이 통신업계 관계자는 "갤럭시탭 판매량을 물으니 버라이즌 담당자가 '잘 안된다(not doing well)'며 고개를 세 번이나 저었다"고 말했다.

자, 이 통신업계 관계자가 미국 버라이즌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는 WSJ가 삼성 이영희 전무의 발언을 '오보'로 전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이고, 잡스가 아이패드 시연회에서 말한 것과도 마찬가지다. 

과연 '갤럭시탭 판매량의 진실'은 무엇일까?


삼성은 "갤럭시탭 판매량 관련 논란에 대해" 'quite small'의 잘못만 지적했을 뿐 실제 판매량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언론들은 갤럭시탭의 실제 판매량에 대해 삼성의 대변인 노릇만 할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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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byk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고 핵심을 피해가는 삼성....

    있는 사실 그대로 알리기를 싫어하는 일부 업체, 언론, 사람들이
    현재를 이끌어가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2011.03.16 10:39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밝히고 싶지 않고 숨기고 싶은 정보겠죠.
      판매량에 자신 있으면 과연 삼성이 저렇게 할까요?

      2011.03.18 09: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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