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의 재도전을 두고 '나는 가수다'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거의 난리 수준이다. 일본대지진 소식, 서구사회의 리비아 공습 등 국제뉴스를 제외한다면 최고의 국내 '핫이슈'로 등극했다.

물론 '나는 가수다'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는 분들을 전혀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한명을 떨어트리기로 해놓고 이를 번복한 것에 대해 '원칙을 저버렸다'고 지적하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김건모의 재도전을 두고 마치 엄청난 잘못이 있는 것처럼 흥분하는 것, 그리고 거의 대부분이 여기에 동참하는 것을 보는 마음은 무척이나 불편하고 또 무척이나 난감하다. 그렇게 잘못한 것일까?

'나는 가수다' 김건모의 재도전을 두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인터넷을 보며 한국의 시청자들이 살벌한 서바이벌의 세계에 깊이 빠져 있음을 깨닫게 됐다. 김건모의 재도전 정도에도 너그러움을 가지지 못하고 냉엄한 원칙과 룰의 잣대를 들이댈 만큼 한국의 시청자들은 서바이벌, 즉 경쟁과 생존의 게임에 매료당해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

'서바이벌'을 내세운 프로그램에 '서바이벌'의 원칙을 들이대고 강조하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시청자들 스스로가 이제 방송 시작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나는 가수다'에 환호했던 이유, '나는 가수다'의 진짜 미덕은 살벌한 서바이벌만은 아니었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획일적인 음악 장르가 방송에서 판치는 가운데 '나는 가수다'가 보여준 가수다운 가수가 만들어낸 무대, 가수다운 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열광하고 환호했던 것이다. '나는 가수다'의 최고 미덕은 가수가 자신의 기량과 열정을 쏟아내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했던 것이고, 시청자들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그 가운데서 순위를 매기고 탈락자를 가려내는 것은 물론 재미를 더하는 장치이기도 하겠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뮤지션들 나아가 방청단과 시청자들의 긴장감과 몰입을 더욱 극대화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김건모의 재도전을 결정하면서 이런 '나는 가수다'의 미덕이 사라지게 됐을까?

그렇게까지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김건모는 더욱 열정적으로 재도전을 준비할 것이고, 다른 가수들 또한 '한번 못하면 재도전하면 되지 뭐'라는 자세로 무대를 준비할 사람들은 아니라고 본다. 혹자들은 이번 재도전으로 앞으로 모든 가수가 재도전할 경우 한 명도 탈락하는 사람없이 몇 달 동안 이 라인업으로 진행될거라고 지적하지만 과도하고 과장된 우려다.

만약 김건모의 재도전이 '나는 선배다'라는 비아냥과 비난을 받는 것이 전적으로 타당하려면, 그것은 서바이벌이 아닌 '나는 가수다'의 진짜 미덕을 배반했을 경우다. 즉 누가 봐도 딴지를 걸 수 없을 정도로 김건모가 형편없이 노래를 불렀거나 다른 가수들에 비해 현저히 진정성과 열정을 보이지 않아 그 어떤 감동도 주지 못했을 경우다. 그럼에도 '선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니면 인정에만 이끌려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받았다면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하지만 김건모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가 그런 평가를 받을만큼 형편없었을까? 아니다. 충분히 훌륭했고,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아, 노래를 저렇게 잘 부를 수 있구나', '진짜 가수는 저런 거구나'라는 걸 충분히 느끼게 해줬다.

열창이 끝난 뒤 김건모의 립스틱을 바르는 퍼포먼스를 두고 질책이 있긴 하다. 나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런 코믹한 퍼포먼스를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나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퍼포먼스가 앞의 열창을 모조리 희석시킬 잘못은 아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예능에 익숙한 김건모의 장난기가 묻어난 해프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더구나 김건모 스스로도 충분히 민망해하지 않았나. 좀 더 너그럽게 보자면, '나 항상 그대를'를 부른 윤도현은 라이브에 단련된만큼 등수를 매기는 방청단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퍼포먼스와 편곡을 선보였다면, 김건모는 '나는 가수다'가 예능 프로그램의 간판인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는데 더 착안을 했던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예능적 기질을 발휘한 것을 두고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질타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더군다나 재도전을 하기로 한 것은 '나는 가수다' 참여 가수들의 표현대로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김건모 스스로 재도전이 물의를 일으킬 만한 선택임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 그런 용기가 없다"는 윤도현의 말처럼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김건모는 비난과 물의를 감내하고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비록 박수를 보낼 일은 아니더라도 다음을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는 문제다.


'서바이벌'과 '오디션'은 TV 예능프로그램의 하나의 코드로 자리잡았고, 트렌드가 되었다. '나는 가수다'가 처음 기획될 때 제대로 된 음악을 들려주고(보여주고), 실력파 가수들의 건재를 주말 황금시간대에 증명해보이고자 했다. 물론 이것만이 아니라 거의 괴멸되다시피한 '일밤'을 부활시키 위해, 즉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서바이벌을 차용했다.

MBC는 충분히 재미를 봤지만 반대로 '서바이벌'이 방송 스스로에게도 독이 될 수 있음을 이번 김건모 재도전이 드러냈다. 꼴찌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준다는 것, 서바이벌 참가자들에게 이해와 양보와 배려를 얻어낸다는 것이 예전 같으면 오히려 '인간적인 면'으로 다가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온갖 서바이벌과 오디션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칼 같이 떨어트리고, 박 터지게 경쟁하는 걸 원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는 자신이 내건 서바이벌에 스스로 발목 잡히게 됐다.


서바이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번 김건모 재도전에 터져 나온 아우성을 보며 그것을 상상하는 것이 더욱 마음이 편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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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임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슈종결자?!
    예상대로(?) 주말을 지나고 핫이슈는 '나가다' 김건모 네요.
    서바이벌이 불가능할 것 같은 사안에 서바이벌이라는 프레임을 작동시켰으니..
    각자 완성된 세계의 가수들에게 서바이벌이라니..ㅡ.ㅡ;;
    제작진도 예상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보기엔 불편할수도 있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습니다.

    2011.03.21 17:43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그러게요. 좀 불편하죠.
      살벌한 경쟁, 생존이 아니고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재미와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더 좋을텐데요..

      2011.03.22 09:51 신고
  2. 진진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열올려 흥분해 하는 건 어쩌면 차마 보고 싶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한 부분을 보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담당 피디는 이 프로가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서바이벌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분명 그 프로그램의 제목은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이며 또한 지난 2주 동안 방송을 시청한 시청자 역시 누군가는 분명 떨어질꺼다 라고 인지하고 있었으며 참여하는 가수들 역시 그러한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 하고 있었고, 또한 방송에서 7위 발표 직전까지만해도 참여한 모든 가수들이 누군가는 다른 가수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김건모의 공연 역시 나무랄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돌연 김건모의 재도전이 결정되면서 마치 당선만 되면 자신의 공약은 개무시하는 정치인처럼 그동안 나는 가수다에서 추구하던 룰과 규칙이 한 순간에 뒤집혀 버린 것이죠. 언제 7위가 꼭 떨어진다고 했냐는 것마냥 제작자들은 시청자들은 우롱해 버림으로써 광분을 하게 된 것 같네요. 또한 김건모가 아닌 정엽이나 박정현이 탈락했다면 재도전이란 얘기가 나왔을까라는 생각은 우리 사회의 강자 우선 논리와 너무나 닮아 있죠.

    그 프로그램이 예능이고 좋은 가수의 훌륭한 무대를 보여주기 이전에 기회의도에도 있듯이 서바이벌이라는 누군가를 떨어뜨리겠다는 시청자와의 약속은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된다 생각됩니다. 비단 그것이 서바이벌에 중독된 국민들의 근성을 우려하기 이전에 말입니다.

    2011.03.21 22:50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룰이 어겨진 건 분명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룰이 가령 어떤 이익을 위해서나 모종의 뒷거래나 부정, 비리 따위로 인해 깨진 것이라면 당연히 흥분해야겠지만, 김건모의 재도전은 그런 범주에 들까의문이 드네요.

      저는 방송사들의 연말시상식에 수상자가 한명이 아니라 두명, 세명 선정되는 세태에 몹시 비판적입니다. 그 이유는 정당한 평가가 아니라 시청자를 배제한 방송사와 연예인들만의 상 나눠주기이자 커넥션이기때문이죠.

      물론 김건모에 대한 특혜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전 오히려 리스크는 더 커졌다고 봅니다. 아마 다음 재도전은 그야말로 김건모의 가수 인생을 걸어야겠죠..

      저는 '나는 가수다'에서 누군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싶었다기보다는 노래 한곡에다 모든 것을 쏟아붓는 그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것이 훼손됐다고 보지는 않기에 이런 글을 쓴 거구요.

      님의 의견, 고맙습니다!

      2011.03.22 10:03 신고
  3. 데미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건모는 정말 열심을 다했을까요? 감동을 주었을까요?
    곰곰이 되세겨보면 정엽이 7등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후에야 방송을 보았습니다.
    윤도현, 정엽은 음 하나 하나를 정확히 불렀고 가장 자신들이 잘하는 또한 가수의 가장 기본인
    음감을 가장 잘 살렸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불렀는데 7위를 했을까?
    하지만 박정현과 김범수를 보고 알았습니다.
    그래....에너지. 소위 말하는 감동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음감이 가장 정확한 앨범을 듣는 것보다 공연장을 가길 원할까요?
    당연히 공연장에서의 음악은 앨범보다 못할텐데요.
    에너지를 느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이번 방송에서 김건모는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에 충실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에너지를 감동을 주느냐는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이만큼만해도....그렇게 그는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공연장에 있는 관중은 잘 압니다.
    그가 얼마나 열정을 다해 노래를 했는가. 에너지가 있는가?

    김건모는 그 것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그가 떨어지는 것이 옳다고 청중은 느꼈을 겁니다.
    그들의 표는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믹싱된, 또는 공연의 분위기를 편집으로 모두다 느낄 수 없는
    시청자를 대신한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그 속에 어떤 또 다른 의미도 숨겨져 있지 않을까요?
    김건모는 다시 도전하는 것이 룰에 위배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편집의 마지막...

    (기획사 대표인) 창완이 형한테 전화해 봐.
    그리고 재도전이라는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가지 추측이 가능하겠죠.
    하나는 김건모의 선택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포장이거나,
    또 하나는 방송사와 기획사의 관계죠.

    글쎄요...
    님의 의견도 충분히 공감은 되지만
    청자의 서바이벌 중독 하나도 말하기엔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1.03.22 07:24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맞습니다. 시청자들보다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방청단이 더욱 정확한 평가를 했겠죠.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가 비난받아도 마땅하구요. 다만 그 비난이 도가 지나치고 너무 경직된 거 같아서 제 생각을 주절주절 썼습니다.

      평가를 가지고 얘기하면...또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7명에 평균적으로 돌아갈 지지도가 14%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1위가 23% 정도로 압도적이게 되면 나머지 6명에겐 약 12.8%가 돌아갑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2~7위가 있을테니 5~6위가 되면 그야말로 몇% 차이가 나지 않겠죠. 한끗 차이가 될 수 있다는건데...

      물론 한끗 차이도 반드시 꼭, 무조건 우열을 가려야한다면 그래야겠지만, 좋은 노래, 좋은 무대 보여줬는데 그렇게 야박하게 하지 않아도 그렇게 흥분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뭐 이런 고민입니다. ^^

      의견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1.03.22 10:10 신고
  4. BlogIcon 탐진강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자주 들르지는 못했지만 가끔씩 보곤 했습니다.
    나가수에 대한 입장은 기본적으로 저와 다를 바 없습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다만 이제는 이 분노를 나가수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도록 하고, 더 나아가 보다 더 나은 공정 사회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취지였습니다. 제목이 좀 자극적이었나 봅니다. 송구스럽네여....

    2011.03.24 10: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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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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