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아일보가 1면에 <박원순-나경원 오차범위 접전>이라는 제목으로 여론조사 기사를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안철수 바람'을 타고 줄곧 선두를 유지해온 범야권의 박원순 변호사를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나경원 최고위원이 바짝 추격해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나 최고위원(44.0%)은 박 변호사(45.6%)를 오차범위 내인 1.6%포인트 차로 따라잡았다"고 전했다. 특히 "단순 지지율에선 나 최고위원(34.1%)이 오히려 박 변호사(32.2%)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고도 덧붙였다.

9월 27일 동아일보 1면


이번 여론조사는 동아일보가 25, 26일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서울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로 직접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동아일보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7%라고 밝혔다.

동아일보가 1면에서 보도하고 4면을 통털어 전한만큼 이번 여론조사는 그 결과로 보면 중요한 의미가 있다. 동아일보의 주장처럼 "나경원 최고위원이 바짝 추격해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전 연합뉴스가 12개 여론조사기관 모임인 '한국정치조사협회'와 함께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지역 유권자 총 3천7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유선전화와 휴대폰, 온라인 등 통신수단별 다매체 동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든 조사방식에서 박 변호사가 확실한 우위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전해졌는데, 3~4일만에 나경원 의원이 오차범위까지 쫓아왔다면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나는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통신수단의 다변화라는 시대흐름에 맞지 않게 여전히 옛날 방식의 여론조사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뽑아내서 전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에 대해서는 미디어오늘에서 더 상세한 설명을 한 기사를 썼으니 그것을 참고하면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관련기사 : 나경원-박원순 접전? 동아일보 여론조사의 비밀(미디어오늘)

핵심만 이야기하면 동아일보는 KT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집전화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했는데, 이런 방식의 여론조사는 그 특성상 보수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집에 있다 걸려 온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연령대의 어떤 성별을 가진 사람인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나아가 동아일보 여론조사결과를 반대로 하면 정답율 100%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올해 4월 27일 재보궐선거가 있었다. 큰 관심을 모은 곳은 강원도지사 재보궐과 김해을, 분당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였다.

먼저 강원도지사 재보궐 선거 관련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지난 4월 6일 동아일보는 "엄기영 45.4% vs 최문순 28.3%" 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여론조사 방식은 이번과 같았다. 여론조사 기관도 같았다.

강원도지사 재보궐선거 관련 동아일보 여론조사 기사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최문순 후보가 강원도지사가 되었다.

그 다음 김해을 재보궐 선거 관련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동아일보는 지난 4월 14일 <본보-KRC 김해을 보선 여론조사… 한나라 김태호 39.1% vs 참여당 이봉수 45.2%>이라는 제목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여론조사 방식과 기관이 역시 같았다.

결과는? 역시 알다시피 김태호 후보가 이겼다.

마지막으로 가장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고 알려진 분당을 재보궐 관련 동아일보 여론조사를 보자.

동아일보는 4월 22일,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강 후보(41.9%)와 손 후보(39.6%)의 지지율 격차는 2.3%포인트로 오차범위 내에서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강 후보(41.4%)와 손 후보(35.7%)의 격차가 지지율보다 약간 벌어"졌다는 언급도 덧붙였고, "'꼭 투표를 하겠다'는 적극 투표 의향층에서는 강 후보(51.4%)가 손 후보(38.4%)를 13.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분당을 재보궐선거 관련 동아일보 여론조사 기사


결과는? 동아일보의 기대에 찬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손학규 후보가 당선됐다.

사례가 부족하다고?
그럼 하나만 더 보자.

지난 8월 24일 서울에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진행됐다. 다들 알다시피 투표 결과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표에 참여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개표 기준은 33.3%. 동아일보는 8월 17일 1면 톱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8월 17일 동아일보 1면 톱


결과는? 뚜껑도 열어보지 못한 25.7%였다.

이처럼 올해 치러진 선거에서 동아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4번 모두 결과와 달랐다.

자 어떤가?
동아일보의 여론조사를 믿을 수 있겠는가?

이 정도 되면 '펠레의 저주'에 버금가는 '동아일보의 저주'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동아일보의 저주'를 적용해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결과를 예측해보자.
먼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박원순 변호사가 오차범위에서 앞서고 있다는 게 아니다. 이번 동아일보 여론조사의 '야마'는 '나경원이 박원순을 오차범위까지 쫓아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라는 것이다.

자, 이 명제를 거꾸로 하면?
'나경원은 아직 박원순에게 한참 뒤처져 있다'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도 동아일보의 예측이 빗나간다면, 나는 앞으로 있을 선거에 '동아일보의 저주' 법칙이 생겼다고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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