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그 면면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안철수 멘토'로도 알려졌던 김종인씨가 그렇고, 4대강사업 반대론자로 활약하며 '합리적 보수수주의자'로 이름난 이상돈 교수도 그렇다. 그리고 이 가운데 특히 20대 비대위원으로 지명된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대로부터 외면받는 한나라당이 20대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20대 비대위원을 깜짝 발탁한 것은 나름 긍정적인 변화다.

이준석 대표는 '디도스 검찰 조사 국민검증위원회' 위원장도 맡게 됐는데,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반성 없이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사를 철저하게 할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또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라며 "소통은 인위적으로 얻어지는게 아니라 정책발표 등 꾸준한 노력을 통해 얻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한다.

12월 28일 조선일보 1면


하지만 한편으로 박근혜 비대위가 본질적인 쇄신과 변화는 하지않으면서 이준석 대표의 나이와 경력을 내세워 마치 자기네들이 쇄신과 변화의 의지가 있고, 이미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데 그가 활용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일단은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당장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바로 박근혜 비대위의 출범과 비대위원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 때문이다. 특히 "형광등 100개 아우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조선일보의 12월 28일 지면을 보면, 앞으로 '친한나라당, 친박근혜' 언론들이 이준석 대표를 어떻게 활용할지 그 예고편을 보는 것 같아, 비록 30대이지만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불편하기 그지 없다.

12월 28일 조선일보 지면에는 무려 3장의 '박근혜 비대위원장' 사진이 등장한다. 사설을 빼고도 1면과 3면, 4면 등 3개 지면에 '박근혜 비대위' 관련 기사가 채워졌고, 이 기사는 모두 6건이나 된다.

12월 28일 조선일보 3면

12월 28일 조선일보 4면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3장의 '박근혜 사진'이다. 하루치 신문에 한 인물의 사진이 지면을 달리해 3번이나 실리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도 그렇게 등장하는 경우를 쉽게 찾긴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눈길이 갔던 것은 1면 머리를 가득 채운 사진이다. '박근혜 비대위'의 회의모습을 촬영한 이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5명, 오른쪽 맨 끝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자리잡고 있고, 왼쪽 맨 끝에 가장 큰 크기로 이준석 대표의 모습이 등장한다.

물론 이 사진의 주인공은 이준석 대표다. 캡션 제목도 "26세, 한나라를 바꾸나"였고, "첫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이 대표가 태블릿PC를 사용해 뉴스를 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사진 아래에는 <박근혜의 정치가 시작됐다>는 오늘 조선일보의 헤드라인이 자리잡고 있다. 즉 "박근혜의 정치가 시작됐다"며 26살 이준석 대표의 이미지를 그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더불어 초점은 맞지 않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존재도 한 컷에 함께 담았다. 기 막히는 편집의 묘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 1면만으로도 이미 이준석 대표는 '박근혜 비대위'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나아가 박근혜를 대신하는 인물이 되었다. 한마디로 '얼굴마담'인 셈이다.

12월 27일 MBC 뉴스데스크. 여기서도 조선일보와 비슷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준석 대표의 이름은 다른 지면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사람을 바꿔서 한나라 바꾸겠다"...박근혜의 실험>이란 제목이 붙은 3면 메인기사에서는 "안철수 의식한 포석"이란 설명 아래 "20대 안철수' 이준석 발탁"이라는 부제가 달렸고, 그 아래에는 "안철수·2030 겨냥해 뽑은 이준석"이란 설명과 함께 이준석 대표 단독 기사가 실렸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급으로 다뤄진 것이다. 그렇다고 박근혜의 존재가 묻힌 것이 결코 아니다. 이미 설명한대로 박근혜의 사진은 3번이나 등장했고, 기사 제목으로도 "박근혜의 정치", "박근혜의 실험" 등이 가장 중요하게 언급됐다.

26살 이준석 대표가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발탁된 배경, 그리고 앞으로 역할과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한 일부 언론이 그를 '박근혜 화장발'의 도구쯤으로 활용하는 것은 참으로 눈꼴 사납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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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345  수정/삭제  댓글쓰기

    20대라고 10.20.30.40이 개혁이라 느끼겠습니까?

    새차라고 모두 최고의 성능을 내는 건 아니죠..

    오히려 꾸준히 잘 사용해왔던 차가 최고의 성능을 낼 가능성이 높죠..

    2011.12.28 21:25 신고
    • BlogIcon hangil  수정/삭제

      그에게 '최고의 성능'을 기대하기까지 하겠습니까? 다만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이라도 기대하고, 한나라당의 변화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어주길 바라는 거겠죠. 하지만...그가 살아온 경력(엄친아라고 하네요)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이 적지 않네요. 다만 그의 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그를 박근혜의 장신구 정도로 다루는 건 속이 너무 들여다보인다는거죠..

      2011.12.29 09:44 신고
  2. 그 나물에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밥이지 뭐가 다릅니까?
    한 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소!

    2012.01.01 02: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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