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김종인 비대위원의 MBC 출연거부가 화제다.

사연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 1월 6일 MBC 기자회는 MBC 뉴스를 바로 세우겠다며 MBC뉴스의 몰락을 가져 온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기자 125명 가운데 108명 즉 86%가 본부장과 국장을 불신임했다. 물러나라는 의미다.

그러자 MBC 사측은 "명백히 사규를 위반하는 행위"라며 "회사는 사규에 따라 관련자를 엄정하게 징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로 MBC 사측은 1월 9일 'MBC 뉴스투데이'(MBC 아침뉴스) 진행자였던 박성호 앵커를 전격 경질했는데, 박성호 앵커는 바로 보도본부장 등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주도한 MBC 기자회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김종인 비대위원


김종인 비대위원의 MBC 출연거부는 바로 다음날 이뤄졌다. 김 비대위원은 1월 10일 '뉴스투데이'에 출연키로 했는데, 앵커가 교체된 사실을 확인하고 출연을 거부한 것이다. MBC 노조 특보에 의하면 김 비대위원은 "나를 섭외한 것은 박성호 앵커이다. 더구나 이런 식의 앵커 교체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나는 사리분별이 정확한 김종인 비대위원의 이 같은 행동을 지지한다.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이겠지만, 이 같은 사례 하나만으로도 김종인 같은 사람이 추진하는 한나라당의 혁신에 전혀 없던 기대감까지 조금 생길 정도다.

그런데 김종인 비대위원의 이런 모습을 보며 '혁신' '통합'을 내걸고 출범한 제1야당 민주통합당의 현실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돈봉투 의혹'으로 기스가 가긴 했지만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통합당의 국민참여경선은 79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경선인단으로 참여하는 등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당 대표에 출마한 후보들은 전국 각지를 돌며 연설과 토론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국민경선 소식은 온라인에서는 떠들썩하지만 제도권 언론, 그 중에서도 TV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특히 KBS와 MBC는 민주통합당 당 대표 후보자들의 합동토론회를 중계키로 했다가 이를 갑자기 거부하기까지 했다.

작년 12월 29일 부산MBC의 합동토론회


KBS는 민주통합당이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MBC는 민주통합당이 MBC에 불리한 미디어렙법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이유다. 백보양보해 수신료 문제와 미디어렙법 문제가 KBS와 MBC에게 절박한 사안임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 같은 이유로 카메라를 무기로 내세워 '협박'하는 따위의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지상파 방송사가 그것도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방송사가 자신의 이익에 비협조적이라고 이런 식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조폭과 다름없는 횡포다. KBS야 이미 야당 대표실을 도청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던 국회 상임위장에 기자와 카메라를 대거 출동시켜 국회의원들을 협박할 정도로 타락했다 치더라도, MBC까지 그런 KBS의 조폭같은 행위를 따라하고 있다는 것은 한때 'MBC 지키기'에 나섰던 사람들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다.

MBC 기자회가 MBC뉴스를 다시 살리겠다고 나서고, MBC노조가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에 다시 나선다고 하지만, 지난 2년여 동안 쌓인 MBC에 대한 불신과 무력했던 MBC 구성원들의 모습은, 응원에 앞서 냉소감을 들게 할 정도다. 개인적으로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투쟁하느냐에 따라 지지할건지 말건지를 정할 생각이다.(물론 나 따위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고 대세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마는 어쨌거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으로서 그렇다는 거다.)


오히려 나처럼 MBC노조의 투쟁을 그동안 지지해왔던 사람들조차도 MBC 사측은 말할 것도 없고, 뉴스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MBC 구성원들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MBC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들끓어오르고 있다는 것이 MBC 내부에서 그나마 MBC를 바꾸려는 구성원들에게 더 큰 도움과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나는 김종인 비대위원의 MBC 출연거부를 지지하는 것이며, 오히려 김종인 비대위원보다 훨씬 더 강도높게 민주통합당이 당 차원에서 MBC에 대한 출연거부와 취재거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MBC가 크게 망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합동토론회 중계 거부나 뉴스에서의 외면 정도의 사안은 민주통합당이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당연히 대응해야 할 일이다. 어차피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당하게 출연거부하고, 취재거부하는 것이 민주통합당을 위해서나, 망가지 MBC를 다시 세우는데나 낫다.

지금은 0%도 안되는 시청률로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조중동 종편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훨씬 더 큰 MBC와 KBS의 해악이 그만큼 훨씬 더 크다. 조중동 종편에 대한 출연거부나 취재거부는 물론, 그보다 KBS와 MBC에 대한 출연거부와 취재거부도 운동적으로 펼쳐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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