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문대성 당선자가 4월 18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로 예고하고 회견장으로 향하던 중 예정 시간 3분 전에 어딘가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한다. 물론 새누리당 탈당도 없던 일이 되었다. 


*참고기사 : <문대성 번복 왜… ‘탈당’ 회견 3분전 누군가와 통화>


문대성의 기자회견을 취재하려 진을 치고 기다리던 기자들은 갑자기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돌아가려던 문대성을 둘러싸고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고, 문대성은 "탈당 안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하다. 제가 당과 박 위원장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되겠는가"라며 탈당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기자회견을 취소한 문대성 당선자가 기자들에 둘러쌓여 어쩔 수 없는 몇마디 입장을 내놓는 모습(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문대성이 기자들에게 한 말 가운데는 그야말로 멘붕의 극치에 이른 사람에게서나 들을 수 있는 주옥같은 말씀들이 수두룩하다.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들에게 "여러분에게 질문 하나 하겠다" "나보고 논문 표절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정세균은 어떻게 보냐? 내가 정세균과 차이가 있다면 참고문헌 표시를 안 달았다는 것 밖에 없다"고 한 말이라든지, "인용 과정에 다소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세심함이 부족했지만 그렇다고 표절이라고 볼 수는 없다. 타인의 생각을 무단으로 도용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어보라. 


명색이 대학 교수인데 인용을 하고 참고문헌 표시를 한 것과 안한 것의 차이도 모르고 있었다는걸까? 


인용을 밝히지도 않았으면서 '오류'나 '세심함 부족' 정도로 얼버무리려는 것을 보니, "타인의 생각을 무단으로 도용하지 않았다"는 말은 '타인 몰래 도용하지 않았다'(즉 서로 협의해서 도용했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해석하면 되는걸까?


문대성의 말 중 단연 멘붕의 백미는, 자신의 논문에 난 오탈자와 표절한 것으로 추정되는 논문의 오탈자가 똑같은 것에 대한 지적에 "이론적 배경의 글씨가 틀린 것이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다 보면 오탈자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 대목이다. 문대성은 그러면서 기자들을 상대로 "항상 정확하신가?"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론적 배경의 글씨가 틀리다는 문대성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도저히 그 문장만으로는 평범한 나의 사고로는 짐작조차 못하겠다. 이어지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다 보면 오탈자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은 적어도 문장으로서는 이해가 되나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 '오탈자가 생길 수 있다' 사이에 어떤 논리적 연관성이 있는지, 역시 운동을 안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불가다. 


그런데 문대성의 이 말을 접하고 곧바로 또 다른 한 분의 주옥같은 말씀이 떠올랐다. 


"논문 표절의 경우는 그가 학자가 아니고 체육인 출신이라는 점 등이 확인되고 고려돼야 한다."


바로 4월 17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의 말이다. 이준석 비대위원 등 새누리당 일각에서 문대성과 김형태 등 문제 당선자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김대중 고문은 이를 꾸짖으며 문대성에 대해서는 학자가 아니고 체육인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감쌌고, 김형태에 대해서는 "10년 전의 것이 왜 이제 불거져 나왔는지 석연치 않은 점"을 들어 감쌌다. 




바로 논문표절을 두고 '학자가 아닌 체육인'을 강변하며 문대성을 감싼 김대중 고문의 글과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다 보면 오탈자가 생길 수 있다"는 문대성의 말이 겹치는 것이다. 연결시켜보면 이렇다. 


문대성은 학자가 아닌 체육인 출신이다. 당연히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다보니 논문쓸 때 묘하게도 인용을 밝히지도 않은 인용 논문의 오탈자까지 그대로 옮겨쓰는 오탈자가 생길 수도 있고, 나아가 논문을 베껴쓰는 일도 고려해야 되지 않느냐!


즉 문대성이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을 김대중 고문이 제공한 것이다.


짐작컨대 문대성이 예정된 기자회견 시작 3분 전, 어딘가에서 받았다는 전화를 건 사람 역시 김대중 고문의 칼럼에 깊은 감명을 받은 사람이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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