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새누리당이 KBS 수신료 인상안을 날치기 상정하려다 실패했다는 기사가 떴다. 


실제 KBS 수신료 인상안을 다루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한선교 위원장은 7일 오후 2시 국회 미방위 전체 회의를 소집했고, 회의 안건 중 하나가 'KBS 수신료 인상 승인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에 합의되지 않았던 수신료 인상안 상정을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시도하자,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전원 회의에 불참했고, 새누리당은 7일 2시 회의를 일단 취소, 8일 오전 9시30분에 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쪽 설명에 따르면 5월 8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기 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되기때문에 3기 위원들 중 국회 몫을 추천하는 의결을 하기 위해 전체회의는 열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 회의를 일단 8일 오전 9시 30분에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8일 오전 회의에서도 다시 수신료 인상안 상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고, 회의가 개의된다면 수신료 인상안 상정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 그런데 안건이 상정되었다고 해서 끝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상정한 안건을 심사해야 하고, 토론도 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의결을 해야 한다. 


KBS 수신료 인상안이 그동안 거쳐 온 과정을 잠깐 보자. 


먼저, KBS 이사회에 수신료 인상안이 상정되었다가, 의결되었고, 

그뒤,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갔다가, 방통위는 KBS가 내놓은 수신료 인상안에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첨부해, 지난 3월 국회에 넘겨 놓았다.[각주:1]



국회에 앞서 거쳐온 과정에서 주목해야 될 부분은, '숫자'다. 


KBS 이사회는 단순하게 도식화하자면 '여:야=7:4'의 구조다. 새누리당에 가까운 이사가 7명, 야당에 가까운 이사가 4명이라는 거다. 이 4명으로는 상정을 막지도, 의결을 막지도 못했다. 


방통위는 '여:야=3:2'의 구조다. KBS 수신료 인상에 긍정적인 의견서가 채택되는 것을 2명이 막을 수 없는 구조였다. 모두 다수결에 밀린 것이다. 


자, 이제 국회를 살펴보자. 알겠지만, 국회 다수당은 새누리당이다. 그것도 과반이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다. 언뜻 숫자로만 보면 KBS 이사회나 방통위 때처럼 다수결에 밀릴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국회의 안건들은 절차가 있다. 해당 상임위를 거쳐야 하고, 법안의 경우에는 법사위도 그쳐야, 그 다음 본회의에 안건이 상정될 수 있다. 과거에는 상임위에서 처리되지 못한 안건이라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도 있었지만,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에는 불가능해졌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KBS 수신료 담당 상임위는 국회 미방위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만들어진 미방위는 위원정수가 24명이다. 새누리당이 12명, 야당이 12명, 즉 여야 동수였다. 그런데 최근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하면서 새누리당은 11명으로 줄었다. 대신 야당쪽의 경우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되어 있어, 역시 실제로는 11명이다. 어쨌든 그래도 여야 동수다. 


국회법에 의하면 안건의 상정은 의결 대상이 아니므로, 위원장 자리를 갖고 있는 새누리당이 한 번 해볼라고 마음만 먹으면 일방적으로 안건을 상정할 수는 있다. 이까지는 KBS 이사회의 경우 이사장이 여당측 인사여서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한 것과, 방통위원장이 정부여당측 인물이어서 수신료 인상안 찬성 의견서를 상정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의결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회법 제54조에 의하면 "위원회는 재적위원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미방위의 경우 현원 23명 중 20%, 즉 5명만 회의에 출석해도 개회할 수는 있고, 따라서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할 수는 있지만, 의결을 하기 위해서는, 23명 중 12명이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회의에 참석한 12명 중 7명이 찬성을 해야 의결할 수 있다. 


즉, 지금 현재 상황로는 새누리당 단독으로는 아무리 날고긴다해도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구조다. 새누리당 의원 11명이 모두 회의에 참석해도 그 숫자로는 안건을 표결에 붙일 수 없는 것이다. 


자, 이글의 제목은 <KBS 수신료 인상안, 최악의 국회 처리 시나리오>다. 이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아마 눈치챘으리라. 최악의 시나리오가 뭔지...


바로, 야당 의원 중 단 한 명이라도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는 회의에 출석하면, '끝'이라는 거다. 


새누리당의 KBS 수신료 인상안 날치기 상정을 보도하는 기사들에서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조해진 간사가 기자들에게 "민주당 지도부와는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기로 이야기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대목이다. 


수신료 인상안의 상정조차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할 야당(지도부)이, 상정을 넘어 혹시나 처리, 즉 인상안 의결 통과까지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드는 대목이다. 


만약 야당 지도부가 그런 암묵적인 동의를 해줬고, 그런 지도부를 따르는 단 한 명의 야당 미방위 위원이 있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완성될 수 있다. 


그나저나 이 와중에 수신료 인상이라니...KBS도 새누리당도 참 대단은 하다.

  1. 제65조(수신료의 결정) 수신료의 금액은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되고, 공사가 이를 부과·징수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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