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부터 3일 동안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2차 남북정상회담이 10월 2일로 연기됐다. 북의 수해 때문이다. 북은 8월 18일 전화통지문을 통해 "예상치 않았던 심각한 큰물 피해를 가시고(복구하고) 인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며 10월초로 정상회담 연기를 요청했고 남측에서 이를 수용했다.

남북관계의 질적 도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획기적 계기를 가져올 2차 남북정상회담이 피치 못한 사정으로 연기된 것은 아쉽다. 하지만 지금은 아쉬움을 가지기보다 북의 조속한 수해복구를 위한 인도적 지원에 남측 또한 동포애를 모으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아울러 남과 북은 주어진 한 달여의 기간 동안 준비에 더욱 내실을 기함으로써 큰 성과를 남기는 정상회담이 될 수 있도록 전심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회담 당사자인 정부당국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정상회담의 성과로 얻게 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특정세력들만의 것이 아니라 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의 책임과 역할이 무겁다. 지금 언론들은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여론을 모아야 함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정상회담 개최 발표 때부터 정상회담 흠집 내기에 혈안이었던 일부 수구신문들은 북이 겪고 있는 처참한 상황 앞에서도 '정치적 의도'니 '대선용'이라니 온갖 의혹을 제기하며 회담이 무산되기만을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아예 2차 정상회담을 차기 정부로 넘길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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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8월 20일 사설



조선·한겨레·경향 '북 수해에 대한 지원 필요성' 제기

북이 겪고 있는 엄청난 수해 피해에 대해서는 모든 언론들이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남북 당국자들의 전언과 북측 언론보도, 국제기구 관계자들에 의하면 이번에 북이 겪고 있는 수해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불러 왔던 95년의 '큰물난리' 때에 버금가는 수준이라 한다. 평양이 물에 잠기고, 각종 도로와 철도가 끊어졌다고 한다. 또 전체 농경지의 11%가 침수되어 약 40만톤의 식량 손실이 우려되고, 탄광과 발전소 등이 물에 잠겨 산업피해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을 각 신문들은 북에 다녀온 남측 관계자의 인터뷰, 조선중앙통신, 국제기구 관계자 등을 통해 각종 수치를 제공해가며 상세히 전했다. 하지만 그저 사건사고 소식을 전하듯 무덤덤하게 수해 현황을 전하는 신문이 있는가 하면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신문이 있었다.

가장 먼저 북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언급한 곳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은 회담이 연기되기 전인 17일 사설 <북한 수해 이재민을 돕자>에서 "북한이 재난 상황을 외부에 자세히 알린 것은 이례적"이라며 "북한 혼자 힘으로는 이겨내기 어려운 사태를 맞은 것"이라고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물론 조선이 '돕자'는 대상은 북 그 자체가 아니다. "북한에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이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죄 없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서 알 수 있듯 조선은 '도움'의 대상을 철저하게 '북한 주민'으로 한정시키고 있다. '죄 있는 북한 정부를 보면 도움을 주기 싫지만 불쌍한 북한 주민을 봐서라도 도와주자'는 반북이데올로기의 연장에 있는 논리다. 그럼에도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같은 핏줄의 동포애일 것"이라는 조선의 호소는 북이 처한 어려움을 고려할 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상회담 연기 소식이 전해진 다음인 20일에는 각 신문들의 태도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한겨레는 사설 <남북 정상회담, 연기된 김에 더 착실한 준비를>에서 "북한 사회 전체가 감당하기 힘든 재난에 직면한 것"이라며 "지금은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회담 연기의 배경을 두고 이런저런 억측을 하기엔 북한의 사정이 너무 참담하다"며 회담 연기에 대해 '정치적 의도' 운운하는 세력에 분명한 선을 긋기도 했다.

경향 또한 "북한 수해복구에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것도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북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향은 특히 "해마다 북한에서 수해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물 관리 능력 부족 때문"이라며 "긴급 구호성 지원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치수 능력을 제고하는 쪽으로 우리의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정상회담 연기와 관련한 사설을 실었음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정치적 의도'를 적극 부각하면서 여전히 정상회담 흠집 내기에 골몰했다.

북의 수해 피해 조롱하는 동아일보

특히 동아일보의 보도태도는 도를 넘어 심각했다. 동아는 <남북 정상회담, 차기 정권에 넘기는 게 순리다>에서 "연기 경위부터 석연치 않다"며 19일 오전에 전해진 북의 전화 통지문을 정부가 오후에 전격 수용한 것과 관련해 "그 짧은 시간에 무엇을 따져 보고, 무엇을 검토했는지도 모를 일"이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동아는 스스로 2면 기사 <평양 일부 물 2m 차올라… 교통-전기-통신 끊겨>에서 북의 수해 피해에 대해 "사상최악 '물폭탄'", "동서남북 연결 평라선 끊겨 국가기능 마비 사태"라고 전했으면서도 북이 정상회담 연기 사유로 수해를 든 것에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을 코 앞에 둔 회담은 갖가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졸속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차기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순리다"고 회담연기를 주장했다.

각종 기사에서도 '회담연기=정치적 의도'를 부각했다. <'천재지변…불가항력' 그대로 믿어도 되나>에서 동아는 "일부 전문가와 한나라당은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북이 회담을 연기한 것에 대해 "더 많은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 "대선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가능성" 등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심지어 "최악의 경우 남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며 정상회담 무산을 바라는 의도를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정상회담 개최 발표 뒤 '한반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연속해서 해외 전문가 인터뷰를 비중 있게 실고 있다. 20일 인터뷰한 고하리 스스무 일본 시즈오카 현립대 교수는 회담 연기 이유에 대해 "실제로 북한의 피해 상황을 보면 도저히 손님을 맞을 여건이 아니다"며 "일각에서는 12월 대통령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느니, 좀 더 지원을 받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지나친 해석이라고 본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하지만 동아는 전혀 귀담아 듣지 않은 것이다. 자기들이 내세운 '한반도 전문가'의 조언에 스스로 귀를 닫으면서 도대체 왜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싣고 있는가. 한마디로 코미디같은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아는 사설에서 또 북의 수해에 대해 "강성대국 운운하면서도 치산치수엔 손놓아 400~500mm의 비에 국토와 주민을 떠내려 보내는 북한 정권의 한심한 국가관리능력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식으로 조롱거리 삼는 반인륜적 태도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같은 민족이 당한 재난에 도움의 손길을 펼치기보다 "북의 능력으로는 그때(10월 2일)까지 복구 작업을 마치기도 어렵다"며 북을 비난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동아일보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중앙일보도 정상회담을 차기 정부로 넘길 것을 주장했다. 중앙은 사설 <정상회담, 차기 정부 이관도 검토해야>에서 "정상회담 연기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여겨진다"면서도 "정상회담 자체에 대해 '새로운 검토'가 필요해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정상회담을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을 주장했다.

또 "원래 8월 말 정상회담 자체도 무리수였다"며 '시기'에 대한 문제를 다시 재론하고, "북한이 남측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정상회담을 덜컥 수용한 것을 어떻게 순수하게 봐줄 수 있겠는가"라며 "정상회담의 순수성이나 투명성이 더욱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근거 없는 음모론 내세우는 '북한전문가'들을 경계한다

한편 정상회담과 관련해 하루가 멀다 하고 수구신문의 지면에 이름을 올리는 이른바 '전문가'라는 일군의 학자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시기론', '북핵우선론', 'NLL 논란', '퍼주기 논란', '뒷거래 논란' 등 정상회담 발표 직후부터 수구신문들은 정상회담을 흠집내는 주된 논리를 이들 '학자'들의 이름을 빌어 쏟아내곤 했다. 정상회담이 연기된 지금도 이들 학자들은 별다른 근거 없이 그저 추측만으로 '정치적 의도' 등을 거론하며 수구 신문의 대변인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북 정상회담 왜 연기했나>라는 기사는 남성욱 고려대 교수의 "도로 사정이 문제라면 항공 편으로 오라고 할 수 있는데 뭔가 석연치 않다"는 발언과 유호열 고려대 교수의 "1차 정상회담 직전에는 남한에 정상회담 붐이 일었는데 이번에는 자기들이 생각한 그림이 나오지 않자 연기했을 수 있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두 교수 모두 근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뭔가 석연치 않다', '연기했을 수 있다'며 오로지 추측만으로 수구 신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특히 남성욱 교수는 "김만복 국정원장과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간 합의 때 우리가 모르는 이면합의가 있었는데, 추가 논의 과정에서 얘기가 안 맞아 일단 연기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아니면 말고 식의 추측'을 제기했다.

또 남 교수는 동아일보에도 "10월 중 회담 성사를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이 약속을 물 건너가게 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 연기다"라고 말해 '회담 무산의 전조?'라는 동아일보의 '분석'에 유일한 '근거(?)'를 제공했고, 중앙일보에서도 "정상회담 카드가 매력적이지 못할 경우 김 위원장이 회담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상회담 무산론'을 펼쳤다. 이번 정상회담 연기와 관련해 '예기치 않은 큰물 피해로 인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북측 입장과 '최악의 수해'라는 사실 관계를 한사코 외면하면서, 오로지 정략의 잣대로만 사안을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2차 정상회담 반드시 성공적으로 개최되어야

이들 학자들로부터 '논리'를 제공받아 '정상회담 차기 정부 이관'을 수구신문들이 주장하고 나서자 21일 마침내 한나라당이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차기 정권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들고 나왔다. 견고한 '수구 커넥션'이 또 한 번 작동된 것이다. 심지어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 김정일의 선거개입이 드러날 때 대선무효·당선무효하는 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10월 2일에는 반드시 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어야 한다. 1차 정상회담 이후 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듯 만약 이번에 무산된다면 언제 회담이 열릴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수구신문과 한나라당은 연기만 하면 차기 정부에서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처럼 주장하지만 회담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북이 차기정부와의 정상회담에 응할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회담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오히려 이번 정부에서 2차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연속성의 측면에서 차기정부에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0년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대선을 채 한 달여 남긴 10월에 조명록 북한 인민군 차수(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총정치국장)의 미국방문과 클린턴 예방을 받고, 직후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고위급 당국자들의 상호 방문을 실현시키며 관계정상화의 물꼬를 튼 바 있다. 당시 그것은 남북정상회담 못지않은 큰 사건이었지만, '대선용'이니 북미관계 정상화 외의 '정치적 의도'니 하는 등의 정략적 음해는 존재하지 않았다.

임기를 두 달 남겼든, 한 달 남겼든 정부에게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과제가 있다. 그 과제를 위해 정상회담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정부는 반드시 2차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이 수해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폭넓게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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