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VOD를 둘러싸고 각종 이해관계의 충돌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VOD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법안이 발의됐다. 'VOD 박스오피스' 신설을 골자로 최민희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VOD 관련 갈등은 크게 4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시청률'이다. 


현행 시청률 조사는 닐슨과 Tnms 등 조사기관이 자체 구성한 패널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대상으로 집계하는 시청률 조사다. 바로 TV 수상기에 달린 '피플미터' 기기를 이용해 실시간 방송의 시청률이 가구별로, 세대별로, 지역별로 초단위까지 집계가 되는 것이다. 간혹 드라마나 예능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시청률 그래프에 울고 웃는 모습들이 등장하는 것이나, <미생> 시청률이 대박이라니, <삼시세끼> 시청률이 동시간대 1위라느니 하는 기사에 등장하는 시청률이 바로 이 조사방법에 따라 집계된 결과다. 


오래된 방법이고 여전히 방송계 안팎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데이터지만 그 신뢰도에 대한 의문 역시나 오래되었고, 최근에는 정확성에 치명적인 하자가 발생하게 됐다. 바로 VOD 때문이다. 


실시간 방송만 조사해서는 특정 프로그램을 누가 얼마나 많이 봤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나올 수 없게 된 것이다. 디지털방송이 보편화되고, IPTV가 가입자를 급속히 늘려가면서 집에서조차 실시간방송보다는 '다시보기'를 이용해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특히 통신환경의 급속한 진화와 디바이스의 발전으로 데이터 이용이 급증하면서 모바일을 통해 VOD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몇차례 언급했듯 이 모든 변화가 현재 '급속'히 진행중이다. 하지만 현행 시청률 조사에서는 VOD를 시청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지난해부터 실시간과 VOD 등을 아우르는 통합시청률을 산정하기 위한 방식과 기준 마련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고, 연말에는 이를 위한 'N스크린 시청기록산출조사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그 결과까지 이미 나왔으나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사방법에 대한 이견이 있고, 결과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이유다. 


이러한 '이견'과 '목소리'는 주로 방송사업자(주로 PP)들에게서 제기되고 있다. 주로 조사 방식을 바꾸니 기존 방식으로는 높은 시청률이 나왔던 채널이 훨씬 낮은 시청률이 나오게 된 사업자들이 "이거 우리는 안해" 뭐 이런식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VOD를 포함하니 실시간 시청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시청률이 나오게 된 채널 사업자들은 "야 빨리 결과 공개하고, 통합시청률로 가자~"라고 아우성이다. 현재 스코어로 전자에는 주로 TV조선과 채널A 등이 해당되고 후자에는 JTBC와 CJE&M 등이 해당된다. 


둘째는 '사용료'다. 


최근 이른바 '모바일 IPTV 지상파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IPTV 등에 제공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CAP, 지상파 방송 3사가 2012년 5월 출자해 만든 회사로 지상파 방송사 프로그램의 모든 모바일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판매·운영함)'이 IPTV 3사에 그동안에는 모바일 IPTV에 지상파 콘텐츠를 공급하는 대가를  특정 기간 동안 얼마 받던 방식에서, 앞으로는 가입자당 얼마라는 방식(CPS)으로 금액산정 방식을 바꾸자고 요구하고 IPTV 3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공급 중단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지상파 블랙아웃'을 공고한 올레TV모바일


그동안 IPTV 3사는 모바일IPTV에 지상파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대가로 17개월치에 250억원(1개월에 15억원)을 지급했는데, 지상파3사가 새롭게 요구하는 방식 즉 가입자 1인당 월 3900원으로 지급하면 1개월에 195억원(현재 3사 모바일IPTV 가입자는 500만명 정도임) 정도를 지급해야 되는 상황에서, IPTV사업자들은 지금보다 10배 이상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아예 계약갱신을 거부하고 지상파를 서비스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모바일 IPTV에서는 지상파 프로그램은 실시간이든 VOD든 볼 수 없게 됐다. 


비슷한 일이 모바일을 넘어 집 TV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MBC는 IPTV 및 SO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공문을 보내 그동안 '연간 사용료' 단위로 받았던 무료VOD(SVOD) 제공 대가를 가입자당 대가(CPS)로 바꾸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MBC는 홀드백 기간(유료에서 무료로 풀리는 기간)에 따라 △프리미엄(홀드백 1주일, CPS 560원) △고급(2주일, 280원) △중급(3주일, 140원) △보급(4주일, 76원) 등 4가지 상품을 제시하고, 유료방송사업자별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지상파에 무료VOD 사용료로 연간 약 3~400억원 정도를 지급하는데, MBC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꿀 경우, 현재 무료VOD 3주의 홀드백 기간을 가지는 것과 비교하면, 동일한 홀드백 기간의 CPS 140원 상품의 경우 연간 800억원 정도를 지급하게 되어 사용료가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MBC는 이 같은 계약변경을 요구하게 된 이유로 "유료방송사들은 지상파방송사들을 상대로 헐값에 SVOD를 수급하여 가입자 유치에 이용함으로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며 "실시간 채널에 대해 CPS로 정산하는 것과 가찬기지로 SVOD도 CPS로 정산하는 것은 지극히 합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협상은 진행중인데, 모바일처럼 블랙아웃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집TV에서 지상파를 보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예사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협상이 이뤄질텐데 아마 사용료를 어떤 식으로는 올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건 곧 이용자 부담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셋째는 '이용료'다. 


이 문제는 둘째에서 언급한 '사용료'와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재작년부터 지상파 VOD 월정액이 10,000원에서 13,000원으로, 편당 요금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된 것이 사용료 문제 때문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그 보다 실시간방송 시청률이 점점 낮아지고, 그만큼 광고수익을 실시간으로는 예전만큼 벌어들일 수 없게 된 방송사업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VOD 수익에서 한몫 잡으려는 욕심에서 비롯되고 있는 부분이 크다. 


최민희 의원이 작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케이블 MSO 4사와 IPTV 4사의 VOD 매출은 1조원을 돌파했다. 2011년 약 2000억원이던 매출은 2014년에는 약 6000억원으로 3배 정도 가파르게 증가했고, 계속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그렇게 VOD가 방송산업에서 '돈 버는 노다지'처럼 되어가다보니 너도나도 요금을 올려 더 많이 벌려고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에 비해 유료방송 요금이 비교적 저가이기 때문에 인상 여력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넷플릭스가 한 달 요금 8.9달러로 영화와 드라마 등 모든 VOD를 볼 수 있게 하는 것과 비교하면 싸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VOD 요금의 적정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힘 있는 자의 논리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될 뿐 이용자에 대한 배려나 궁극적인 산업발전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넷째는 '광고'다.


VOD 광고는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법 밖에 존재하고 있다. 실시간 방송의 경우에는 사업자에 따라 광고판매를 직접하거나 미디어렙사에 판매를 대행하는 형태로 나눠지고 광고매출에 대해서는 방발기금 징수액을 정하기 위해서라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그리고 오랬동안 '광고주-광고대행사-미디어렙-방송사(제작사)'의 연결고리에 따라 수수료라든지 광고수익 배분 방식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었는데, VOD의 경우에는 여기에 플랫폼(케이블, IPTV, OTT, 포털 등)이 끼어들면서 어느 통로를 통해 VOD를 봤는지, 그래서 그 수익은 어떻게 나눌건지 그 기준이나 방식이 정립되지 않았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그 속에서 점점 사업자들 각자의 욕심이 꿈틀대고 있는 중으로 곧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VOD 관련 이슈만해도 하나같이 만만찮은 숙제이지만 이를 조정하고 제대로 된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통합시청률' 조사 작업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현행 법체계에서 VOD는 그저 '통신부가서비스' 정도에 불과해 게임이나 웹툰 등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발의된 최민희 의원 법안에서는 VOD를 '비실시간 방송프로그램'이란 용어로 표현해 "시청자가 방송 시기 및 내용을 선택하여 시청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설비를 통하여 제공되는 방송프로그램"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미래창조과학부장관에게 VOD 제공 현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 및 관리하기 위하여 VOD 통합전산망(비실시간 방송프로그램 통합전산망)을 운영·공개하도록 하고, ▲방송사업자·IPTV사업자·포털 및 OTT 등 전기통신사업자 중 VOD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하여금 VOD의 시청 횟수, 요금 및 매출액 등의 정보를 통합전산망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더불어 실시간으로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즉 상영 영화의 관객수, 매출, 상영관수 등의 정보가 집계되는 '영화 박스오피스'(http://www.kobis.or.kr/)처럼 'VOD 박스오피스'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무엇보다 어떤 VOD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봤는지 객관적인 통계가 나오게 되어,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숫자를 조정하고 말고 할 이유가 없다. 물론 현행 방송법에는 어떤 방송사의 '시청점유율'을 산정해 전체 점유율에서 일정 한도를 초과하지 못하게 한 내용이 있고, '매체간 합산 영향력'을 조사하는 부분도 있어, 이런 걸 정할 때는 VOD 시청률을 어느 정도 비율로 넣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현장에서 VOD를 팔고, 사고, 시청하는 과정에서 얼마를 주고 받을건지는 사실 실시간 시청률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KBS1TV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시청률이 높지만 VOD 시청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무한도전>처럼 실시간에서든 VOD에서든 인기가 검증된 프로그램도 있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다루면 된다. 


통합시청률이든 사용료든 이용료든 광고든 현재 제기되고 있는 VOD와 관련된 상당 이슈들은 'VOD 박스오피스'가 만들어져 운영된다면, 적어도 힘의 논리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놓고 얘기하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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