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7이 출시되면서 통신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통3사들이 제각각 이른바 '불법보조금'을 뿌려대며 가입자 유치경쟁에 뛰어들었기때문이다.

그런데 공시지원금을 초과하는 불법보조금을 뿌려대면서까지 한명이라도 더 끌어올려고 야단인 상황에서 "아이폰7 가입자가 늘어도 이통사들은 반갑지 않다"는 류의 기사가 제법 쏟아지고 있다.






이들 주장의 핵심과 그 근거가 되는 내용을 추려서 정리해보자. 


1) 단통법, 즉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공시지원금(+판매점 지원금)' 또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2가지로 나뉘어졌다. 


2) '1)'의 공시지원금은 이통사가 부담하는 '지원금'과 제조사가 부담하는 '장려금'의 일부로 마련된다.


3) '2)'의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은 '공시지원금' 외에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점이 단말기를 팔았을 때 지급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의 재원으로도 사용된다.


4) 그런데 애플은 아이폰에 대한 장려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다. 


5-1) 그러다보니 이통사들이 아이폰을 팔 때는 공시지원금을 자기들만 부담해야 되고, 따라서 삼성, LG 등 다른 제조사의 단말기에 비해 아이폰의 공시지원금은 '상대'적으로 적다. 


5-2) 공시지원금은 최대 33만원의 한도 내에서 이통사 맘대로 정할 수 있다. 다만 한 번 공시한 금액은 최소 1주일 이상 유지해야 한다.


6-1) 이와 달리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즉 '선택약정할인'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규모이긴 한데 처음 시행될 때는 미래부장관이 규모를 정할 수 있고, 현재 정해진 것은 '요금의 20% 할인'이다.


6-2) 가입자가 선택약정할인을 택할 경우 요금 할인은 이통사가 해주는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조사의 부담은 전혀 없다.


7)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아이폰을 구매해서 이통사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적게 주는 지원금을 받는 대신 20%의 요금을 할인받는 것을 주로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소비자의 합리적이고 당연한 선택을 두고 몇몇 언론사에서 마치 '이통사들은 아이폰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식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사는 이통사 홍보라인을 통해 논리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이들 기사에는 "이통사 관계자"의 애끓는 하소연이 넘쳐난다.


파이낸셜뉴스 기사중



아이폰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면 안팔면 된다. 그런데 앞다퉈 광고 때리고 엄청난 리베이트 뿌려가면서 저마다 한 명이라도 더 가입시키려고 애를 쓴다. 그러면서 한쪽으로는 '울상'을 짓는 코미디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통사들이 이러한 모순된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첫째, 직접적인 이유로 애플을 압박하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니네도 돈 좀 내라'는 거다.


둘째,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현재 공시지원금에 비해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인기를 끌면서 선택약정할인 한도를 20%에서 30%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는 선택약정할인을 30%로 상향하는 단통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20%도 손해가 큰데 30%를 절대 안된다'고 항변한다.



자 여기서 선택약정할인에 대해 좀 더 깊이 살펴보자.


선택약정할인은 오롯이 이통사가 부담하으로, 표면적으로는 '선택약정할인은 이통사에게 손해'라는 주장이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원금에 비해' 그렇다는 거다.


문제는 지원금 자체가 단통법 이전에 비해 상당 규모 계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줄어든 지원금'과 비교해 '선택약정할인은 이통사에 손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의원이, 이통시장을 모니터링한 방통위의 조사보고서를 확인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이통3사의 단말기 평균 지원금은 단통법 시행 이전인 29만원에서 지난해 22만원으로 7만원 가량 줄었고, 올해 6월까지 17만원으로 다시 5만원 가량이 줄어들었다. 이 금액을 같은 기간 동안 팔려나간 단말기에 대입하면 이통3사는 약 2조원 정도의 지원금을 줄인 것으로 계산된다. 


최명길 의원이 이 자료를 내며 "단통법은 전국민 호갱법으로 전락했고, 이통사 배만 불리는 법"이라고 지적하자, 이통사들이 반박하고 나섰다. 


주된 이유는 방통위 조사보고서가 전체를 조사한 것이 아니라 일부 단말기의 일부 요금제에 한한 조사이기때문에 전체로 확대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조사보고서는 전체 단말기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고 이통사의 '전략단말기' 대여섯종에 대해 사람들이 주로 가입하는 요금제를 대상으로 조사된 결과이긴 하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주력해서 판매하는 단말기와 주로 가입하는 요금제에 대한 조사이니만큼 가장 실제에 부합하는 평균치를 보여준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면 지원금을 더주고, 싼 요금제에 가입하면 지원금을 덜주니 이를 각각 더하고 평균을 내면 더더욱 평균치에 가깝게 될 것이다. 


이 조사보고서의 내용이 공개되기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는 단통법 때문에 지원금이 줄어들었다, 전에는 일부가 호갱이었지만, 지금은 전부 다 호갱이 됐다는 성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따라서 조사보고서의 내용은 이미 사람들이 체감하는 이통시장의 현실을 데이터로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지원금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을 사실로 놓고 봤을 때, 현재의 '20% 선택약정할인' 금액 정도가 과거의 지원금과 유사하거나 더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이통사들이 '선택약정할인'으로 마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이통사들은 저마다 '데이터중심요금제'를 내놨는데, 여기에 소비자에 대한 기만책이 들어있다. 휴대폰 오래 써본 사람들은 알거다. 예전에 단통법 전부터도 24개월 약정하면 '약정요금할인'을 받았던 사실을. 


위 표는 최근 KT의 V20 요금제다. 

기존 'LTE 요금제'에서 데이터 6기가(LTE선택형 100분6G)를 주면서 기본료를 48,500원을 받고, 약정할인으로 매달 12,100원을 일단 깎아주고, 지원금을 선택하면 108,000원 주고, 선택약정할인을 선택하면 요금할인으로 8,250원을 또 깎아준다. 

하지만 데이터요금제에서는 기본료가 49,900원으로 비슷한 '데이터선택 54.8' 요금제에서는 약정할인은 전혀 없이 '선택약정요금할인'을 선택할 경우에만 10,980원을 깎아준다. 물론 지원금을 선택하면 아무런 요금할인이 없다.

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것 외에는 다를 바 없는데 이렇게 요금제를 설계한 것이다.


선택약정할인이 도입되면서 이통사가 제공하는 약정할인도 받고 선택약정할인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데이터요금제에는 이통사가 제공하는 약정할인이 사라졌다. 즉 이통사들이 예전엔 지원금도 주고 약정할인도 제공했다면, 이제는 지원금을 주면 요금할인을 안해주고, 요금할인을 받게되면 지원금을 안주는 식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대체 뭘 손해보고 있다는 걸까?


또 하나, '선택약정할인'에는 숨겨진 진실이 하나 있다. 


앞서 살펴봤듯 선택약정할인에는 제조사가 부담하는 비용이 없다. 따라서 오롯이 이통사만 부담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제조사가 지원금 몫으로 부담한 비용을 이통사가 챙겨먹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누군가가 요즘 잘나가는 V20를 구입한다고 치자. A가 가입하려는 요금제의 공시지원금이 15만원이라고 할 때, A가 지원금을 받기로 하면 출고가에서 15만원을 뺀 금액을 주고 V20를 사면 된다. 이 15만원에는 얼마인지는 모르나 이통사가 부담하는 몫과 제조사 즉 LG가 부담하는 몫이 있다. 적어도 이통사가 부담하는 돈은 15만원이 아니라 LG가 부담하는 돈을 뺀 금액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A가 지원금이 적다며 선택약정할인으로 가입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일단 이통사는 당장 나가야 할 지원금을 안내도 된다. 그리고 제조사가 자신들의 지원금 몫으로 준 장려금을 제조사에게 돌려주는게 아니라 자신들이 챙기게 된다. 즉 A가 24개월 동안 선택약정으로 받게되는 할인액이 20만원이라고 한다면, 실제 자신들이 부담하는 돈은 제조사가 장려금을 뺀 나머지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그 돈이 얼마인지 당췌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통사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지원금에 비해 선택약정할인으로 자신들이 손해를 본다는 말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예외가 있긴 하다. 


바로 애플이다. 애플로부터는 아예 받는 게 없으니, 선택약정할인을 해도 자신들이 남겨서 챙기는 돈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통사들이 애플에 대해서만큼은 다른 제조사에 비해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조차도 앞서 지적했듯 자신들이 '아이폰7 대란'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불법보조금을 뿌려대는 것을 보면 정말 마이너스 손해를 보는 영업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런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과연 이통사들이 얼마나 손해를 보는 것인지, 혹은 얼마나 남겨먹는 것인지, 혹은 똔똔인지 뭔지는 제대로 알 길은 없다. 현재로서는 가입자에게 지원할 '지원금'이 얼마인지만 공시되고 있기때문이다. 


따라서 흔히 이야기하는 분리공시제는 물론 제조사가 부담하는 장려금도 얼마나 제공됐는지 공개되어야 이통시장이 투명해지고, 이용자들은 대체 자기가 제대로 값을 지불하고 핸드폰을 사는지 어쩌는지 감이라도 잡을 수 있게 될거다. 


그래야 무엇보다 이통사나 제조사들이 소비자 혜택이 조금이라도 늘어날 기미만 보여도 마치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난리를 친다거나 가입비 면제, 문자 무료화 정도 도입하면서 대단한 결단을 내린 양 있는 생색을 다 내는 식으로 국민들은 호갱 취급하는 행태도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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