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케이블 또는 IPTV를 이용하고 있다면, 그래서 케이블과 IPTV에서 제공되는 채널 가운데 KBS나 MBC를 뺄 수 있다면, 그냥 빼는 게 아니라 채널을 뺀만큼 돈을 아낄 수 있다면, 당신은 그러한 선택을 하겠는가? 


이에 대한 답에 참고가 될만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방송계에 '지겹도록' '걸핏하면' '반복'되는 논란거리가 하나 있다.

케이블방송과 지상파방송 사이에서 벌어지는 '재전송료 분쟁'이다. 



지상파 왈

: 시청자들이 뭣때문에 케이블에 가입하겠니? KBS, SBS, MBC 보려는 사람이 많기때문이잖아? 우리덕분에 니네가 가입자를 모으고 있으니깐 우리한테 제대로 된 콘텐츠 비용을 내. 안 그럼 케이블에 지상파가 안 나오게 할거야. 알았니?


케이블 왈

: 무슨 소리? 오히려 우리 덕분에 시청자들이 지상파를 볼 수 있는 거 모르니? 요즘 안테나 달고 지상파 보는 사람이 어디있니? 대부분이 케이블과 IPTV 가입해서 보잖아. 우리한테 고마워 할 줄은 모르고 걸핏하면 돈 올려달라거냐?


여러가지 구구절절한 이야기와 주장과 논리가 있지만 압축하자면 이런 내용이다. 


케이블은 가입자 한 명당 280원씩을 쳐서 지상파에게 재전송료('프로그램 사용료'라고도 한다)를 준다. 예를 들어 케이블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CJ헬로비전이 백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280*1,000,000=280,000,000원을 각각 KBS와 MBC, SBS에게게 한 달에 한 번씩 준다는 거다. 


재전송이라는 말은 지상파방송이 애초 공중에다 대고 방송신호를 송출한 것을 다시 받아 케이블방송에서 전송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상파재송신'의 개념(출처-한국방송협회)



이러한 계산은 IPTV도 마찬가지다. 케이블과 IPTV,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 등 우리나라 유료방송 가입자가 가구 기준으로 약 2400만 가구 정도인 걸 감안하면 지상파 한 곳 당 1년에 800억원 정도를 재전송료로 가만히 앉아서 벌어들이는 셈이다. 물론 지역MBC나 지역민방(부산방송, 광주방송 등등)에 돌아가는 몫도 있긴 있다. 


그런데 지상파3사는 몇년 전부터 계속 280원을 480원으로 올려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 요구를, 자신들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가치가 그 정도라며 '콘텐츠 제값받기'라고 했다. 그런데 해마다 IPTV에 가입자를 빼앗기고 있는 케이블방송은 날로 어려워지는 여건에서 이런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법적분쟁을 벌이며 난투를 벌이고 있다. 


케이블과 달리 IPTV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일단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IPTV는 뉴스를 가지고 있는 지상파와 다투는 것을 웬만하면 피한다. 털면 털리는 곳들이니 몸을 사리는 것이다. 그렇다해도 달라는대로 줄 수는 없으니 협상을 계속 벌이다 올해 단계적으로 400원까지 인상하는 것으로 타결을 본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지상파는 CPS 인상을 거부하는 일부 케이블방송에 VOD 공급을 중단하면서 압박을 가했고, 결국 IPTV만큼 케이블 재전송료도 인상되는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는 것 같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대체 그 동안 지상파 한 곳당 CPS가 왜 280원이었는지, 어떤 계산에 따라 그와 같은 금액이 책정됐는지, 그리고 역시 어떤 계산방식에 따라 280원을 400원으로 올려달라는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돈을 주는 IPTV와 케이블은 당연히 280원 또는 400원의 근거는 모른채 그냥 달라는대로 줬다. 심지어 '이만큼 달라'는 지상파도 단 한 번 그 근거를 제시하거나 설명한 적이 없다. 그냥 280원을 400원으로 올리는 게 '콘텐츠 제값받기'라는 구호만 있을 뿐이었다. 



CPS 인상을 둘러싼 그 동안의 논란은 대략 400원으로 인상되는 것으로 정리되며 일단은 지상파가 승기를 잡고 케이블이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케이블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케이블은 지상파를 공격할 무기 두어가지를 살짝 꺼내들었다. 하나는 '지상파별도상품제', 또 하나는 '지상파별도요금표시제'다. 앞에 건 좀 쎈 무기고, 뒤에 건 소심한 무기다.


'지상파별도상품제'라는 것을 케이블에서는 '로컬초이스'라고 부른다. 간단히 설명하면, 지상파 3개 채널을 묶어 별도 상품으로 만들고 시청자들이 지상파를 보려면 이 상품을 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로컬초이스'란?(출처-한국케이블방송협회)



지금은 지상파 채널이 유료방송의 모든 패키지에 '기본채널'로 포함되어 있다. 최저가 스탠다드 상품이든 최고가 프리미엄 상품이든 가릴 것 없이 지상파는 예외없이 포함되어 있다. '로컬초이스'는 현재 지상파 한 곳당 CPS가 280원이니 3개 채널을 묶어 별도의 840원짜리 '지상파 팩'을 만들고, 케이블 가입자가 지상파를 보려면 따로 한 달에 840원 짜리 지상파팩에 가입하도록 하겠다는 거다.


거론되는 '로컬초이스' 중에는 '지상파팩'이 아니라 지상파채널을 'KBS팩', 'MBC팩', 'SBS팩'으로 하나씩 쪼개서 한달에 280원씩 받고 보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KBS만 보고 싶은 사람, SBS만 보고 싶은 사람 등이 선택하면 된다.


'지상파별도요금표시제'는 가입자에게 요금고지서를 보낼 때 전체 요금 중 '지상파시청료 840원' 등으로 따로 CPS 단위로 지상파 부분을 별도로 표시하는 방법이다. 


케이블이 이와 같은 '무기'를 꺼내들자 지상파는 요란스럽게 반박에 나섰다. '로컬초이스'는 아예 "말할 것도 없이" 안된다고 했고, '지상파별도요금표시제'에 대해서는 "콘텐츠 수급비용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하려는 유료방송 진영의 일방적인 주장이 반영된 제도"라거나, "유독 지상파만 역차별하여 별도로 요금을 표시한다는 것은 콘텐츠 공급대가를 특정 콘텐츠제공사업자의 잘못인 양 매도하기 위한 꼼수"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재 상황으로 '지상파별도요금표시제'는 도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상파 외에는 이 제도에 대해 정부나 학계 등에서도 별 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해도 그다지 큰 영향은 없을 것이기때문이다. 잘 보지도 않는 요금 고지서에 전체 요금 15000원 중에 '지상파 요금 840원'이라는 식으로 표시한다고 해서 가입자들이 "지상파 이 도둑놈들~"이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 보긴 어렵다. 


즉 '지상파별도요금표시제'는 케이블로서는 어떻게든 지상파에 조금이나마 기스를 내보려는 소심한 몸부림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상파는 계속되는 케이블과의 갈등과 충돌에서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기 위해 톤을 높여 성명을 내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에 비해 '로컬초이스'는 지상파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한 채널당 280원, 3개 합쳐 840원이란 돈이 그다지 부담스럽지는 않기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로컬초이스'를 초이스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담이 적다고 누구나 '별도옵션'을 선택할거라 장담하기도 힘들다. 지금의 지상파가 일부러 돈 더 내서 볼 정도의 '고퀄리티'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온 나라를 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지상파는 나락에서 헤매고 있는 중이다. JTBC를 중심으로 한 종편들이 단독과 특종을 쏟아내며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와중에 지상파는 따라가기조차 못하고 있다. JTBC 뉴스룸과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벌어졌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든 수긍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만큼 지상파는 망가졌고, 특히 공영방송이라는 KBS와 MBC는 회복불능의 상태다.


뉴스 아니라도 지상파에 볼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구르미'같은 드라마, '무한도전'같은 예능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변수는 이런 드라마와 예능을 굳이 '본방사수'할 필요는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 VOD로 이들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시청자라면 280원 또는 840원을 굳이 더 내고, 또 VOD를 돈 내고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원래 지상파는 케이블이나 인터넷망을 통해 보기 위해 만들어진 방송이 아니다.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안테나만 세우면 볼 수 있게 만든 방송이다. 그래서 지상파방송을 두고 '무료보편적 방송서비스'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이유로 90% 넘는 사람이 안테나없이 유료방송에 가입해서 지상파를 본다. 이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사실 깨놓고 말해서, 이런 상황이라며 오히려 케이블이나 IPTV가 지상파에게서 돈을 받고 재전송해줘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케이블과 IPTV 덕에 그나마의 시청률이나 나오고, 또 그 덕에 비싼 광고팔아 먹으면서 생존해고 있는 게 지금의 지상파이기때문이다. 


지상파 블랙아웃



이제 결론으로 가자.

몇년전까지야 지상파 채널 번호를 기본으로 맞춰놓고, 재밌는 거, 볼만한 거 끝났을 때 리모컨으로 채널 돌려가며 종편도 보고, 홈쇼핑도 보고, tvN도 보고, 영화채널도 봤지만, 이젠 다르다. 솔직히 나 같은 경우는 아예 11번대 아래로 채널이 내려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 시간조차 아까우니깐, 그만큼 볼 게 없으니깐.


그러니깐, 기본옵션에서 지상파를 빼달라. 

지상파 보고 싶은 사람만, MBC 보고 싶은 사람만 그만큼의 값어치 280원 내고 볼 수 있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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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에 코딱지가 앉았을 때, 코에 먼지와 온갖 잡것들이 쌓였을 때, 그래서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고, 때론 숨쉬기가 힘들 때, 코 한 번 시원하게 후비고 큰 덩어리를 파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후련함을 느낍니다. 방송을 보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뭔가 찝찝함', '뭔가 불편함', '뭔가 파헤쳐야 하는 궁금함'을 시원하게 후벼볼랍니다. 미디어, 누구나(who) 후벼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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