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청와대에서 있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신년티타임은 여러가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순실이 감방에 있음에도 여전한 박근혜의 말습관, 헌법에 따라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당한 상태에서 출입기자단과 공식적인 일정을 가지는 것 자체의 적절성과 위헌성, 기자들과 만나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기록하지 못하도록 하는 코미디같은 작태, 그럼에도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박근혜와 티타임을 갖는 기자들의 모습 등.


그 중에서도 눈에 꽂힌 장면은 박근혜의 양 옆에 나란히 자리잡은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박근혜의 오른쪽은 MBC의 청와대 출입기자 박성준이고, 왼쪽은 KBS의 청와대 출입기자 최동혁이다. 


박근혜의 오른쪽은 MBC 박성준, 왼쪽은 KBS 최동혁이다


많고 많은 언론사의 청와대 출입기자들 중에 유독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에 있는 대통령의 양 옆에 하필이면 MBC와 KBS의 기자가 서 있는 모습은 과연 우연일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오직 양대 공영방송 KBS와 MBC만이 초지일관 박근혜와 청와대의 편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직무를 정지당했음에도 박근혜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지금의 KBS와 MBC라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KBS와 MBC의 청와대 출입기자라면 바로 옆에서 굳이 곤란한 질문, 공격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라도 있는 것일까?

박근혜의 좌우 라인에 포진한 한광옥 비서실장, 허원제 정무수석, 정연국 대변인 등 청와대 비서진과 굳이 구별할 필요가 없는 존재들이기때문은 아닐까?


MBC 박성준



이날, 

MBC 박성준 기자는 <뉴스데스크>에서 "예고 없이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박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며 "긴박한 구조 상황에서 미용 시술이 말이 되냐며, 단호하게 부인했다"고 리포트했다. "적극 해명", "단호하게 부인", "정면으로 반박" 등 박근혜의 의지와 감정을 긍정적으로 대변해주는 수사들이 여럿 동원됐다. 



*박성준의 리포트 : 박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밀회·시술 의혹 어이없다"



KBS 최동혁 기자의 리포트도 재밌다. <"뇌물죄 엮은 것...미용 시술도 사실 아냐">라는 제목으로 KBS <뉴스9>에 나온 최 기자의 리포트에서 박근혜의 발언을 오디오 그대로 인용한 것만 3차례였다. 그런데 최 기자는 박근혜의 발언을 3번만 쿼트를 따는 것이 부족하다 여겼는지, 자신의 원고에서 "먼저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밀회를 했다, 굿을 했다' 같은 입에 담기 민망한 왜곡이 남발되더니 성형수술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삼성 합병 문제에 대해서도 누구를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면서 완전히 자신을 엮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역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고, KD코퍼레이션 지원 의혹에 대해서도 개인적 이득을 위해 부탁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는 오랜 지인이라며, 지인이 모든 것을 다한다고 엮고 있는데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등 온통 박근혜의 발언으로 도배했다. 


리포트 마지막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궤변과 후안무치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는 한 문장 외에는 2분10여초 남짓의 리포트가 온통 박근혜의 해명과 반박과 부인과 철학과 소신 따위로 채워진 것이다.



*최동혁의 리포트 : 박 대통령 “뇌물죄 엮은 것…미용 시술도 사실 아냐”



KBS 최동혁


이에 비해 JTBC는 <뉴스룸>에서 무려 7건의 리포트를 통해 박근혜의 반박을 뜯어보고 비교해가며 다시 조목조목 반박했다. 

SBS는 KBS와 MBC에 비하면 무미건조하기가 이를데 없을 정도의 리포트를 내보낸데 바로 이어 <헌재 출신들 "탄핵 가능성 높다">는 리포트에서 "결국 헌재가 특검 수사 상황과 관계없이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응답자 대다수의 예측"이라며 "검찰의 수사 결과 등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이 이미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갈데까지 간 KBS와 MBC에 대해 떠드는 것이 무슨 소용이랴만은 직무정지당한 대통령이 자청했다는 '신년 기자간담회'의 요상스러운 풍경만큼은 기록해둘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아, 이렇게라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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