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감님 한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

영감님 이름은 '고영주'라고 하지. 

머리가 허연 백발에 키는 작지만 아주 딴딴하고 꼬장꼬장하게 생기신 분이야.


1949년생으로 곧 70을 바라보는 호호백발 영감님이지만, 한때 대한민국을 크게 뒤흔든 적이 여러번 있던 무시무시한 분이었어.

이 양반이 말야, 검사 출신이야, 검사. 지금도 영감님이지만 20대 후반에 이미 '영감'이셨어. 1976년에 사시 18회에 합격해서 78년 청주지검에서부터 검사로 일하기 시작했거든. 2년 뒤엔 부산지검 검사로 옮겨가는데 말야, 이때부터 이미 엄청난 일들을 벌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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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사건'이라고 들어봤지? 천만 관객에 빛나는 유명한 영화 <변호인>에서 다뤄진 사건 말야. 

고영주 이 양반이 바로 '부림사건'을 담당한 수사검사였어. 

<변호인>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당시 이 사건으로 잡혀간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고문과 협박에 시달렸어. 고문때문에 허위자백도 했고. 서슬퍼런 전두환 군사정권의 법정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세월이 흘러 민주화가 된 뒤엔 재심이 이뤄져 무죄 판결을 받았어.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현대사에서 대표적인 '용공조작사건'의 주역이었던 분이 바로 이 영감님이란 거야. 어때 대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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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또 무슨 일을 했냐? 놀라지 말어. 혹시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이라고 들어봤어?

1998년에 있었던 사건인데, '시체부패방지용으로 사용하는 독성발암물질 포르말린을 사람이 먹는 음식에 첨가해 통조림을 만들었다'고 해서 아주 사회적으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사건이었어. 대표적으로 지목된 통조림이 바로 번데기나 골뱅이 통조림이었지. 


이 사건은 당시 서울지검 형사2부에서 터트렸는데, 고영주 이 양반이 바로 '형사2부 부장검사'였어. 어때 어마어마하지? 

근데 이 사건 어떻게 된 줄 알아?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어. 통조림 제조업자들이 넣었다던 포르말린은 '포름알데하이드'로 판명났고, 이 포름알데하이드를 업체들이 고의로 넣은 게 아니라 자연상태에서 발생된 것이라고 밝혀진 거지. 자연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도 내려졌어. 


하지만 그러면 뭐해. 고영주 부장검사의 발표로 인해 '시체방부제를 통조림에 넣어 국민들에게 팔아먹은 천하에 몹쓸 놈들'로 온 신문과 방송에 도배질이 된 통조림 제조업체들은 줄줄이 부도나고 도산한 뒤였는데.


사업이 망하고 만 사람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벌였어. 2003년 10월에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 국가가 이 분들에게 배상을 해주라는 판결이었어. 당연한 거 아냐? 법원 판결문이 아주 기똥차. 


"형사사건으로 소추된 피의자나 피고인은 형사재판을 통해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서씨 등이 모두 피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에서 출입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 피의사실을 발표하고 취재 편의를 제공하며 언론사가 보도하게 함으로써 원고들이 인체에 유해한 포르말린이 함유된 통조림을 제조·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명예 및 신용을 훼손한 만큼 국가는 검사의 사용자로서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쉽게 말해 검사들이 무죄추정의 원칙도,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안된다는 원칙도 어기는 '불법행위'를 해서 통조림 제조업체 관계자들이 피해를 입었음으로 검사들을 고용한 국가가 배상하라는 거야. 이 판결문에 등장하는 '검사'가 바로 고영주, 이 양반이고.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당시 고영주 서울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께서는 서울지검 기자실에 출입기자들을 불러모아, 미리 작성한 '유해식품사범 단속결과'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수사착수 배경, 단속결과 및 향후대책 등을 직접 설명했어. 또 기자들과 일문일답하는 형식으로 기자회견을 했고 기자들에게 압수한 통조림을 촬영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을 수사발표하는 모습이야(1998년 7월8일 MBC 뉴스데스크)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고영주 이 양반의 이런 활약으로, 애꿎은 사람들이 줄줄이 망했고, 이분들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배상하기 위해 국가는 1억4천만원을 부담해야 했어. 여러모로 보나 어마어마한 민폐를 끼친 분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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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고영주 이 양반은 형사 사건 전문은 아니었어. 대표적인 공안검사였어. '공안검사' 알지? 이 양반이 거친 보직 가운데 이런 것도 있어, '대검 공안기획관'. 어때, 자리 이름부터가 어마무시하고 공안스럽지? 


이 양반이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를 하기 직전, 그러니깐 98년 3월까지 이 '대검 공안기획관'을 한거야. 이 시점은 바로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뤄져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때야. 검찰 안팎의 여러 이야기들에 따르면 정권이 바껴 공안검사의 한 길을 걷던 자신이 딴 곳으로 인사가 난 것에 대해 자존심을 상했대나봐. 그래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한 게 바로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이었다는 거지.


어쨌든 이 양반은 검찰에 있으면서 여러모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지청장, 대구고검 차장검사, 대검 감찰부장,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06년에 검찰에서 나오게 돼. 이유는 고검장 인사에서 물먹었다는건데, 이 양반은 마치 자신의 공안검사 전력때문에 승진이 좌절된 것처럼 이야기하며 당시 노무현 정부를 그렇게 원망하고 탓을 했다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이 정도 자리까지 했으면서 고검장 승진 못했다고 보복당했다는 이 양반의 주장이 얼마나 가슴에 와닿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께. 어쨌거나 이 양반은 그 후로 지금까지 노무현 정부의 공안검사 보복인사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건 알아줬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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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과거가 화려하신 분이라 서두가 너무 길어졌는데, 이제부터가 지금 이 양반 이야기를 하는 본론이야. 


이 양반은 검찰에서 나온 것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어.


"노무현 정부 5년 내내 핍박을 받다가 더럽다고 하고 검사를 그만뒀다. 그때 청와대에 있으면서 나에게 비토권을 행사한 사람이 바로 문재인 후보, 당시 비서실장이었다. 그 사람은 내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즉 문재인 비서실장이 자신의 고검장 승진을 비토해 "더럽다"고 검사를 그만뒀단 얘기야. 어때? 자존심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는 싸나이의 뜨거움같은 게 느껴져? 아니면 가슴 속에 누군가에 대한 원망을 품은 어떤 영감님의 찌질한 마음이 느껴져?


이 양반이 이 얘기를 한 게 언제냐면, 2013년 1월이야. 어디서 했냐면,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라는 행사를 하는 자리에서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자격으로 한 말이야. 어때? 평생을 공안검사 프라이드로 살아왔던 분다운 스케일이지.


이때가 어떤 때냐, 바로 직전에 18대 대선을 치르고 이제 '박근혜 당선인'과 그 인수위가 여기저기 설치기 시작했을 때야. 문재인은 박근혜에게 패배해 정권교체에 실패한 사람이었고, 돌이켜보건대, 그때는 극소수만 알고 있었을테지만 최순실이 여러가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움직이던 때겠지?


그런 때다보니, 이름도 거룩하신 '애국시민사회진영'의 여러 훌륭하신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축하, 아니 자축하던 자리가 바로 그 자리였던 거야. 따라서 자연스럽게 박근혜에게 패배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성토와 비판, 비아냥도 쏟아졌겠지. 패장은 말이 없다는데, 이긴 사람들이 모여 여기저기 칼빵을 놓았던 거지.


그 가운데서도 우리 고영주 영감님은 기가 막힌 말씀들을 늘어놓았어. "문재인은 나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은 개인적 푸념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런 말을 한 번 볼래?


"좌파정권 집권을 막아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여러분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해주신 것은 대한민국이 적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 제일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저는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는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진짜 우리나라가 국운이 있어서 적화를 면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일에 앞장서주신 여러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감사한다."


이미 몇 차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내용이라 많이들 알고 있긴 할거야. 많이들 알고 있을 이야기를 다시 하는 이유가 있어. 지금 고영주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라는 곳의 이사장을 하고 있어. 바로 하루 빨리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고영주 영감님 말씀 직접 보기 : https://youtu.be/gkjCMt-HP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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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은 MBC의 최대주주이며, '방송문화진흥회법'이라는 특별법에 따라 'MBC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야. 


그런데 고영주 같은 양반이 이런 기관의 수장을 하고 있으니 MBC의 공적 책임이 실현될까? MBC가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지금 MBC가 망가질대로 망가진 배경에는 고영주와 같은 양반의 책임이 무지하게 커.


물론 그렇기때문에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이 '사퇴하라'고 요구했지. 왜 안했겠어. 하지만 고영주 영감님은 '내 갈 길을 가련다'며 요지부동이었어. 


근데 말이야, 이제는 정말 방문진 이사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고영주 영감님 말대로라면 이제 공산주의자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된거잖아.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며? 

그렇다면 평생 공안검사의 길을 걸어온 애국투사께서 한가하게 방문진 이사장 자리에 앉아 있을 때가 아니지 않아? 어디서 유격대라도 만들어서 대한민국의 적화를 앞장서 막아야 되는거 아니냐는 거야.


지금은 고검장 승진에서 짤리고 '더럽다'고 검찰에서 나온 결기 이상의 무언가를 지금 호호백발 고영주 영감님께서 보여줄 때라고 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고영주 영감님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어.


영감님 스스로의 결단이 아니더라도, 지금 고영주 영감님이 방문진 이사장 자리를 계속 지킨다는 건 너무나도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럽고, 부조화의 극치나 마찬가지이기도 해. 방문진의 이사는 9명인데, 모두 정부 행정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고 방문진은 법에 따라 방통위의 관리감독을 받아. 곧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방통위원장을 임명할거고, 새로운 방통위가 방문진을 관리감독하게 될거야. 그런데 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했던 사람이,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적화된다고 했던 사람이, 그 라인의 관리감독을 받는다는 거 이상하지 않아?


방문진 이사 9명 중 상임(상근직)은 이사장이 유일해. 그래서 고영주 이 양반은 1억이 훨씬 넘는 연봉을 받아. 품위유지비에 업무추진비를 더하면 1년에 2억 정도 된다고 해. 할려고 마음먹으면 상당히 많은 일을, 또한 내용적으로도 훌륭한 일을 할 수 있지만, 박근혜 정부의 방문진은 사실상 2주일 한 번 정도 이사회 개최하는 거, 이미 낙점된 MBC 사장 뽑기 거수기 역할한 거 정도 외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일은 안했던 거 같아. 


그렇다고 해서 평생을 공안검사로 살아오신 열렬한 애국투사 고영주 영감님이 방문진 이사장 자리가 아까워서, 매달 따박따박 받는 돈이 아쉬워서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는 건 아니야. 설마 그럴려고. 


그 분이 '문재인'에 대해서 가져왔던, 그리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밝혔던 자신의 신념대로라면 방문진 이사장 자리에서 지금 당장 내려오라는 거야. 정말 그 말을 하고 싶은거야.


덧) 고영주 영감님은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명예훼손에 대한 민형사 소송을 당해, 민사에서는 이미 3천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내려져 있는 상태야. 형사소송은 고발된 지 1년 8개월 동안 검찰이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김수남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5월 12일에야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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