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막말’ 비판보도의 속내는?

   
▲ MBC 뉴스데스크

   
▲ KBS 뉴스9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어떤 정치인들은 언론매체에 글 한 줄, 사진 한 장, 카메라 한 번 나오기 위해 능숙한 언론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정제되지 않은 이른바 ‘막말’이다. 최근에는 정치인들이 언론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에 자유롭게 쓴 ‘막말’조차 굳이 찾아내어 소개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언론들은 ‘정치권 막말, 문제 많다’는 식의 한결같은 논조로 정치권 비판에 입을 모은다.

최근 몇 주 동안 정치권 등에서 벌어진 일들은 이런 언론들에게 호재를 제공했다. 송광수 검찰총장의 ‘목을 치겠다’ 발언과 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강한 어조의 비판,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의 ‘계급장’ 발언과 이를 둘러싼 논쟁, 문희상 의원의 ‘젖 달라’ 발언과 신기남 의장의 대응, 유시민 의원과 노회찬 의원 사이의 인터넷 논쟁 등 하루가 멀다않고 우리 언론의 촉각을 자극하는 발언들이 터져 나왔다. 특히 영상과 소리를 제공하는 방송매체들 또한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놓치지 않았다.

지난 16일 MBC <뉴스데스크>와 KBS <뉴스9>에서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정치권 막말에 대한 비판 보도가 나왔다. MBC는 <거친 말, 말, 말…>에서 “정치권의 말, 언어문화에 문제가 있다”며 정치권에서 횡행한 자극적인 말들을 일일이 편집해서 보여줬다. KBS도 <직설 독설 막말 문화>에서 “정치가 막말공세로 얼룩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며 MBC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을 보도했고, 특히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정치인들의 논쟁이 험한 말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며 유시민-노회찬 논쟁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보도들은 때로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표현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짚으려는 노력과 신중함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MBC)며 ‘막말’이 부각될 때의 부정적인 측면을 짚기도 하지만 정작 시청자들에게 사안의 본질을 전달해주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의 막말까지 편집해 함께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정치혐오’와 ‘본질에 대한 망각’을 부추기기까지 한다.

또 방송사들이 정치권의 막말을 나열해가면서 늘어놓는 비판들이 일견 ‘쓴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말의 맥락을 무시하고 단지 문제가 되는 부분만 보여주는 태도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기 위한 ‘시청률 지상주의’로 비춰질 때가 더 많다. MBC와 KBS가 16일 모두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했던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라는 발언을 ‘직설적 표현’의 대표격인 양 함께 소개한 것도 방송사들의 이런 행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MBC는 “요즘 정치권에서 나온 말들, 너무 자극적이고 원색적이다”며 보도하고, KBS도 “요즘 정치권 주변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정치인 막말’이 ‘신선한 소재’인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당시 이상배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의 ‘등신외교’ 발언파문 때 KBS가 <막말…언제까지>라며 비판보도를 했고, 민주당 신당 창당 논란 가운데 쏟아진 막말에 대해 MBC가 <막말 충돌>이라는 보도를 하는 등 정치권의 자극적인 언사에 대한 방송사들의 ‘선호도’는 최고 수준이다. 비록 SBS가 비판 대상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SBS 역시 ‘막말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방송이 ‘자극’을 쫓아갈 때, 시청자들은 ‘진실’에서 멀어진다.

(이 글은 2004년 6월 23일 미디어오늘 '보도와 보도사이' 코너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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