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1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은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물론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혐의였다. 하지만 열흘 뒤인 4월 21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염 의원은 구속을 면했다. 

염 의원과 함께 강원랜드 채용비리 부정청탁 당사자로 지목된 권성동 의원은 다르게 구속을 피했다. 검찰이 6월 19일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7월 5일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법리상 의문점이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권 의원의 주거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결국 검찰은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했고, 두 사람은 강원랜드 채용비리로부터 자유로워지는듯 했다. 더구나 올해 2월 안미현 검사가 최초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것에 대해, 검찰이 지난 10월 9일 두 의원 등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두 사람은 마치 정권 교체 뒤 먼지털이식 수사를 당한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할 정도가 됐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언론들과 함께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서며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비리 의혹’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할 때 정의당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도 국조 대상에 포함하자’고 제안하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슬 퍼런 문재인 정권 검찰이 그렇게 수사했는데 또 하자고 물타기를 하느냐”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이들을 적극 거들었다.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7월 5일 조선일보는 <실체없는 외압 의혹에…질질 끈 2년 5개월, 상처만 남긴 강원랜드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검찰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수사가 사실상 별 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선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됐던 염동열·권성동 의원을 구속하는 것도 실패하자 법조계에서는 "수사단이 일으킨 먼지를 검찰 조직이 그대로 뒤집어 쓴 꼴"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이 쓸데없는 짓을 하는 바람에 검찰만 우스운 꼴이 됐다는 식이다.

조선일보는 “수사단을 꾸려 재수사를 한 이유가 없어졌다”며 “여전히 의혹은 털어내지 못했고, (영장 기각으로) 수사를 이어갈 동력도 사라졌다. 수사단이 5개월간 뭘 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의 말도 인용했다. 그러면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수사는 할 때마다 순탄치 않았다. 여론에 떠밀려 수사하고, 빈 손으로 끝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수사 외압에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10월 10일 <항명 부른 강원랜드 수사 외압의혹, 결론은 "실체 없다”>라는 제목으로 "실체 없는 의혹 제기가 수사로 이어지고 정당한 수사 지휘에 대한 감정적인 반발로 내부에 상처만 남았다"며 "전(前) 정권의 일인 데다 야당 인사가 관여돼 있어 의혹이 증폭된 측면이 있다”는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의 말을 인용해 "검찰 내부에선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검찰 내에선 "조직 기강까지 무너뜨린 사건의 결론치고는 너무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나왔다”고도 했다. 안미현 검사와 채용비리 수사단을 '실체없는 의혹 제기’와 ‘감정적인 반발’로 조직 기강을 무너뜨린 문제아들로 몰아간 것이다.

이렇게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에게 이미 끝난 이슈로 취급받고 심지어 ‘야당탄압’의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의미가 변색되어 버린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의 전개에 최근 또 다른 극적인 반전이 펼쳐지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법정에서 “두 의원으로부터 직접 채용 부탁을 받았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최 전 사장은 11월 15일 춘천지법 형사1단독 조정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원랜드 채용 비리 결심 공판에서 “권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비서관 채용을 부탁받은 적이 있다”, “염 의원도 강원랜드로 찾아와 커피숍에서 직접 명단을 줬다. 당시 염 의원에게 어렵다는 뜻을 전했지만, 염 의원은 꼭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권 의원과 염 의원은 줄곧 '채용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그들에게 직접 청탁을 받았다는 당사자의 증언이 확인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최흥집 전 사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권성동 의원에게 2,000만원, 염동열 의원에게 2,000만원, 정문헌 전 의원에게 1,000만원씩 모두 5,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한 사실도 11월 27일 경향신문의 보도로 확인됐다. 최흥집 전 사장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선출됐다.  그 시점을 전후로 강원 지역 핵심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최 전 사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그 돈은 공천을 대가로 한 불법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구나 최 전 사장의 이러한 진술을 확보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이 이와 관련한 수사를 하겠다는 것을 문무일 검찰총장 등 검찰 상층부에서 중단시키고 사건을 다른 곳에 넘기라고 지시한 것도 확인돼 수사 외압 논란까지 재점화됐다. 경향신문은 대검의 지시로 이 사건이 지난 7월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첩됐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조선일보에서는 이에 대한 보도를 11월 29일 현재까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최흥집 전 사장이 권성동, 염동열 의원에게 직접 채용청탁을 받아다고 말한 것도, 최 전 사장이 이들에게 5,000만 원을 줬다고 진술한 것도, 채용비리 수사단이 이를 수사하지 못하게 문무일 총장이 지시한 것도 모두 조선일보는 한 줄도 쓰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무수한 기사를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 여당, 민주노총을 비리집단으로 몰아가는 조선일보의 공격은 가차없었다. 사설(10월 18일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잔치' 정부·市·노조의 합작 비리>)에서 "정부와 지자체와 노조가 편을 짜서 국민 지갑을 털고 기업의 등골을 빼먹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그 와중에 오보까지 냈다. 하지만 현직 국회의원이 직접 연루된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 그 의원이 자유한국당 소속이기에 조선일보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일테다. ‘채용비리’마저 정략적으로 대하는 조선일보의 이중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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