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2기 비서진으로 개편했다. 그중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임명된 여현호 전 한겨레신문 기자를 두고 이른바 폴리널리스트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이 국민소통수석으로 임명된 데 바로 이어 여 비서관의 임명이 이뤄진 점, 또 김의겸 전 한겨레 기자가 이미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이 함께 지적되면서 폴리널리스트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 
여현호 비서관은 자신에게 ‘국정홍보비서관’ 제안이 왔을 때 거절했어야 마땅했다. 이미 임명된 상황에서는 스스로 물러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 국정홍보비서관이라는 직책에 임명됐지만 시작부터 국정홍보는커녕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 본인과 한겨레신문 모두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있다. 잘못된 인사임을 본인과 청와대가 하루라도 빨리 인정해야 한다.

여현호 신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언론인이 정치에 발을 담그는 것은 항상 논란이 되어 왔다. 특히 언론인이 권력의 중추인 청와대에 입성하는 것은 격한 비판을 불러일으켜왔다. 여 비서관의 문제는 그가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는 물론 그가 누구보다 강하게 이런 사안을 비판했던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동일한 다른 사안들보다 더욱 문제적이고, 그래서 심각성 또한 매우 엄중하다.

여 비서관은 1월 9일 국정홍보비서관에 임명됐다. 불과 이틀 전인 1월 7일에 한겨레신문에 사표를 냈다고 한다. 현직 기자 신분으로 청와대 비서관직을 제안받고 인사검증 절차에도 동의했던 것이다. 그에 앞서 청와대에 들어간 김의겸 전 한겨레 기자의 경우 2017년 7월에 사표를 내고 6개월 정도의 공백을 둔 다음인 2018년 1월에 임명됐다. 물론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을테지만 청와대나 당사자나 최소한의 염치와 눈치는 주변에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여 비서관은 이마저도 내팽개쳤다.

현재 가장 그의 발목을 붙잡는 것은 그가 언론인으로 있으면서 휘둘렀던 펜으로 쓴 글이다. 2015년 10월 26일자 한겨레신문에는 <언론윤리 실종된 현직 기자의 잇따른 청와대행>이라는 제목의 사설이 게재됐다. 그런데 ‘미디어오늘’ 기사에 의하면 이 사설이 바로 여 비서관이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으로 있으면서 썼던 사설이라고 한다. 

이 사설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대변인으로 정연국 MBC 시사제작국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제목부터 정확하게 여 비서관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보자. 

이 사설은 당시 정연국 대변인이 10월 25일에 임명됐고, 그 2일 전인 10월 23일에 사표를 낸 것에 대해 "현직 언론인이 최소한의 ‘완충 기간’도 없이 언론사에서 권력기관으로 곧바로 줄달음쳐 간 것”이라고도 "현직 언론인이 일말의 거리낌이나 부끄러움도 없이 한순간에 ‘권력의 입’으로 변신한 일이 잇따라 벌어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우연찮게도 기간마저도 겹치는 여 비서관 본인의 경우를 두고 ‘부끄러움도 없이 한순간에 권력의 입으로 줄달음쳐 갈 수 있냐’고 지적해도 대체 무슨 말로 대꾸나 변명이 가능할 수 있을까.

이 사설은 "전임과 신임 두 대변인의 잽싼 변신은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등 방송사가 처한 현 상황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불과 얼마 전까지 그들의 입으로 전한 보도와 주장의 공정성·객관성은 도무지 믿을 수 없게 된다. 노골적으로 정권과 손잡는 언론인, 그런 결탁을 허용한 방송사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불신만 안겨줄 뿐”이라고도 했다. 

전임” 자리에 ‘김의겸 대변인’을 ‘신임’ 자리에 여 비서관을 놓고,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을 ‘한겨레신문’으로 바꾸더라도 대체 이상할 게 뭐가 있나. “노골적으로 정권과 손잡는 언론인”이라고 스스로 고백한 것이 아니고 뭘까.

다만 이 사설이 "그런 일이 거듭 벌어지는데도 회사 차원의 아무런 반성이나 이의 제기조차 없는 것 자체가 방송과 권력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한 것과 달리 한겨레는 이번에 여현호 기자가 비서관에 임명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여현호 전 선임기자가 사실상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 비서관으로 이직한 것은 한겨레신문사가 견지해온 원칙, 임직원과 독자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 "청와대 역시 인사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가치와 언론인의 윤리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이의 제기를 했으니,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 하나.

이 사설은 "청와대의 잘못된 인식도 비판받아 마땅하다”"텃밭의 무 뽑듯 말 잘 듣는 언론계 인사를 골라 빈자리를 채우는 용도로 언론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김의겸 대변인을 임명하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을 임명하고, 여 비서관을 임명한 문재인 청와대를 두고 이런 지적을 한들 대변인과 국민소통수석과 국정홍보비서관이 한마디조차 할 수 있을까.

이미 조선일보가 그가 썼다는 이 사설을 인용하며 "‘현직 언론인이 최소한의 ‘완충 기간’도 없이 언론사에서 권력기관으로 곧바로 줄달음쳐 간 것’, ‘언론 윤리의 실종도 참담하거니와, 그런 일이 거듭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청와대의 잘못된 인식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청와대는 텃밭의 무 뽑듯 말 잘 듣는 언론계 인사를 골라 빈자리를 채우는 용도로 언론을 활용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한마디 변명조차 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 원점에서 바로 잡는 것이 최선이다. 사양하는 것이 최선이었겠지만, 지금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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